제21대 대통령선거가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단일화 여부가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 후보 측은 단일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연일 구애를 보내고 있는 반면, 이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며 선을 긋고 있어 양측의 입장차가 뚜렷하다.
김문수 후보는 20일 서울 양천구 대한민국예술인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도권 지지율 전망에 대한 질문을 받자, “우리 당의 여러 문제점 때문에 이준석 후보가 밖으로 나가 계시는데 같이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그런 점에서 계속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준석 후보는 우리 당의 대표를 지낸 인물이고, 토론을 보면 우리 둘이 전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전날에도 “당이 잘못한 점이 있어 헤어져 있지만, 헤어져 있어도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이 후보를 향한 손짓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보수 진영 전체의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선거 막판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김문수 후보의 비서실장 김재원 전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준석 후보는 이번 대선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목표인 만큼, 지금은 단일화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정치적 미래를 위해 단일화를 고민할 여지는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보수 진영의 단일화 압박이 시작되면 가능성이 더 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현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단일화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BBS 라디오에서 “이준석 후보는 두 차례 전국 단위 선거를 이끌어낸 훌륭한 지도자”라며 “호랑이는 밀림에 있어야 왕이지, 지금은 광야에서 헤매고 있다. 당으로 돌아와 미래를 함께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역할론을 거론했다. 그는 “홍 전 시장이 선거운동에 합류한다면 단일화 과정에서도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복귀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도 단일화를 촉진하기 위한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과거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에 기여했지만 공동정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 후보의 상처를 이해하고 진정으로 도와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와 개혁신당 측은 단일화 논의에 대해 확고하게 선을 긋고 있다. 이 후보는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지율을 합치면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어도 단일화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안 할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그 절차와 과정 자체가 구태스럽게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전혀 단일화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유세 일정이 바쁘고 딱히 만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개혁신당의 천하람 상임선대위원장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준석 대 이재명의 구도가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이 국민의힘과의 단일화를 통해서여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준석 후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라며 “급하게 단일화에 나설 경우 결국은 윤 전 대통령의 그늘 아래로 들어가는 셈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확연히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오는 25일 전까지 단일화 협상에 돌파구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번 주 중으로 접촉이나 타협의 움직임이 구체화될지 주목되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결국 단일화를 위해서는 이 후보에게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이라며 “당 지도부 차원에서 물밑에서 접촉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서로의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협상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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