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만큼 성경을 사랑하는 공동체도 드물다. 통독과 묵상, 필사와 암송까지, 말씀을 가까이하기 위한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그러나 성경을 ‘읽는 일’과 ‘이해하는 일’, 더 나아가 ‘설교로 연결하는 일’ 사이에는 여전히 깊은 간극이 존재한다. 특히 구약성경은 역사적 거리와 문화적 낯섦, 복잡한 문예 구조로 인해 설교자에게조차 부담스러운 영역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본문은 설교의 출발점에만 잠시 등장할 뿐, 강단에서는 예화와 적용이 중심이 되는 현상도 반복되어 왔다.
김희석 교수의 신간 <성경으로 설교하기>는 이러한 현실을 정면으로 다룬다. 이 책은 성경이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설교가 본문에서 멀어졌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주해에서 설교로 나아가는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한 체계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본문 확정에서 설교 개요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8단계 구약 주해 프로세스다. 본문 확정과 개인 번역에서 출발해 역사적 정황, 단어 연구, 장르 분석, 문학적 문맥, 정경적 흐름, 조직신학적 연결, 그리고 최종적으로 설교 개요 작성에 이르기까지, 설교자가 실제로 따라갈 수 있는 구체적 길을 제시한다. 각 단계에는 실행 사항과 참고 도서, 본문 예시가 함께 제시되어 있어 이론에 머물지 않고 실제 설교 준비 과정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주제 흐름 분석’과 ‘정경 흐름 분석’은 이 책을 단순한 주해 입문서를 넘어서는 책으로 만든다. 이 단계들은 흩어진 주해의 결과들을 계시의 점진적 발전이라는 큰 틀 안에서 하나의 메시지로 엮어 내며, 구약 본문이 어떻게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 사건으로 수렴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설교자는 본문을 도덕적 교훈이나 적용 소재로 소비하는 데서 벗어나, 본문 자체가 가진 권위 위에 서서 설교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성경으로 설교하기>는 15년간 강의 현장에서 검증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신뢰를 더한다. 김희석 교수는 총신대학교에서 오랜 기간 학생들에게 주해 보고서를 직접 작성하게 하며, 설교 이전에 반드시 필요한 ‘본문 이해 훈련’을 강조해 왔다. 이 책에 담긴 방법론은 그 과정에서 축적된 강의 경험, 학생들의 시행착오와 피드백, 실제 평가 기준을 토대로 다듬어진 것이다. 이론과 실제, 학문과 사역이 분리되지 않고 설교 준비라는 현실의 맥락 안에서 기능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목회자와 신학생만을 위한 책에 그치지 않는다. 원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성도라도, 제시된 질문과 관찰의 틀을 따라 읽다 보면 성경을 대하는 시선이 달라진다. 무엇을 살피고,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며, 성경은 더 이상 ‘막연히 좋은 책’이 아니라 의미를 이해하고 책임 있게 적용해야 할 말씀으로 다가온다.
<성경으로 설교하기>는 구약 본문 앞에서 막막함을 느껴 온 설교자, 주해와 설교 사이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목회자, 그리고 성경을 더 깊이 이해하며 읽고자 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을 위한 친절하면서도 견고한 안내서다. 언약신학의 토대 위에서 구약 주해의 전 과정을 정리한 이 책은, 한국 교회의 강단을 다시 한 번 본문 위에 세우기 위한 실질적인 지도 역할을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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