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법원이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돼 약 4년간 신변을 숨겨야 했던 가톨릭 간호사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종교 소수자 인권단체들은 이번 판결이 파키스탄 사법 체계 안에서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파키스탄 펀자브주 파이살라바드 추가 지방법원은 2021년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된 간호사 마리암 랄과 간호대생 나비시 아루즈에 대해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두 여성은 파키스탄 형법 제295-B조, 즉 쿠란 훼손 혐의로 기소됐으며, 해당 조항은 유죄가 인정될 경우 종신형을 규정하고 있다.
병원 동료 고발에서 시작된 사건… 장기 은신 생활로 이어져
CDI는 해당 사건은 2021년 4월 9일 파이살라바드 시민병원에서 근무하던 무슬림 동료가 두 여성이 이슬람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훼손했다며 경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고 밝혔. 고발 내용에 따르면 병원 찬장에 붙어 있던 해당 스티커가 훼손됐다는 것이 혐의의 핵심이었다.
두 간호사는 체포돼 약 5개월간 구금된 뒤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극단주의 세력의 위협과 보복 가능성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이들은 사실상 은신 생활을 이어가야 했고, 직장으로 복귀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
법원 “중대한 진술 불일치·신빙성 있는 증거 없어”
파이살라바드 추가 지방법원의 무자파르 알리 안줌 판사는 검찰 측 증거와 증인 진술을 검토한 결과, 혐의를 입증할 만한 신빙성 있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핵심 증인들의 진술 사이에 중대한 모순이 존재하며, 사건 경위 역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명확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가톨릭 인권단체 정의와평화를위한국가위원회(NCJP)의 베흐람 프랜시스 법률조정관은 “법원이 검찰 주장 전반에 심각한 허점을 지적하며 혐의가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근거 없는 고발에 의해 촉발된 전형적인 신성모독 남용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례적 무죄’… 재판부 판단에 의미 부여
NCJP 파이살라바드 지부장 칼리드 라시드 아시 신부는 이번 판결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 사건을 다루는 1심 법원이 사회적 압박과 안전 위협을 감수하고 직접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이번 결정은 기존 관행과 다른 용기 있는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판결은 항소 기한이 지나 법적 위험이 줄어든 이후에야 외부에 알려졌다. 국제 가톨릭 원조 단체인 ‘고통받는 교회를 돕는 재단(ACN)’은 재판 과정에서 두 여성과 변호인단이 지속적인 위협에 노출돼 있었으며,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밝혔다.
무죄 이후에도 남은 과제… “존엄한 삶 회복 필요”
아시 신부는 무죄 판결 이후에도 두 여성과 가족들이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법적 무죄가 곧바로 안전과 일상의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재정착과 심리적 회복, 존엄한 사회 복귀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신성모독 혐의가 종종 종교적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를 겨냥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모호한 법 조항과 사법 시스템의 취약성이 허위 고발과 집단 폭력을 부추긴다고 경고해 왔다.
국제사회, 신성모독법 남용 지속적 우려 제기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이 종교 소수자 재산 탈취와 협박, 집단 폭력을 조장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신성모독 혐의가 충분한 증거 없이 제기되고, 폭력을 선동한 가해자들이 처벌받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 감시단체들은 파키스탄을 기독교인 박해가 심각한 국가로 계속 분류하고 있다. 오픈도어즈가 발표한 ‘2026 세계 기독교 박해국 순위’에서 파키스탄은 8위를 기록했으며, 제도적 차별과 강제 개종, 집단 폭력 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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