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 가능성을 예고한 가운데,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찾아 대응 협의에 나섰으나 핵심 대화 상대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는 만나지 못한 채 3일(현지 시간) 귀국길에 올랐다. 여 본부장은 대신 릭 스위처 USTR 부대표와 회동해 한국 정부의 입장과 대미 투자 이행 의지를 전달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이어지는 모습이다.
◈USTR 대표 면담 불발… 부대표와 2시간 협의
여 본부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유니언스테이션에서 뉴욕으로 이동하기에 앞서 특파원들과 만나 “USTR 부대표를 만나 약 2시간 동안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관세 합의에는 투자 분야와 비관세 분야가 포함돼 있는데, 이 두 영역 모두에서 한국이 약속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의지가 있으며 이미 일정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 움직임이 완전히 해소된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관보 게재 절차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관계 부처 간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관보 게재는 정례적인 행정 절차이지만, 아직 발효 시점은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관세 인상 막기 위해 입장 설명 지속해야”
여 본부장은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이행 상황과 향후 계획을 명확히 소통하면서 실제 관세 인상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국내 입법 절차를 촉진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협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미 관세 인상 절차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재차 질문에는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한다기보다는 미국 내부에서도 타임라인과 관련해 아직 협의 과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미투자 이행 지연이 관세 인상 예고 배경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한국이 무역 합의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관세율을 15%에서 25%로 다시 인상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 한미 간 합의된 대미 투자 이행 속도가 미국 측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관세 인상 예고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 본부장을 잇달아 미국으로 파견해 설명에 나섰다.
김 장관은 지난달 29~30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연이틀 회담을 가졌으나, 뚜렷한 결론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여 본부장 역시 지난달 30일 워싱턴DC에 도착해 협의에 나섰지만, 그리어 USTR 대표가 일정 문제로 자리를 비우면서 직접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리어 대표는 미국과 인도 간 무역 합의 발표 일정으로 현지 일정이 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입법·디지털 이슈 포함한 통상 현안 관리 강조
여 본부장은 미국의 관세 인상 예고 배경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 메시지에서도 보이듯, 투자 분야에서 국회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점이 주요 요인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일수록 통상 이슈 전반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입법은 입법대로 추진하면서도 통상 마찰로 번지지 않도록 민감한 사안들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회에 계류 중인 대미투자특별법뿐만 아니라, 미국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쿠팡 이슈와 개정 정보통신망법 등과 관련한 협의도 지속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 본부장은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미국이 관세 인상을 철회할 가능성에 대해 “여러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순하게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미 의회 접촉 확대… “소통 자체가 진전”
여 본부장은 이번 방미 기간 중 미 의회를 찾아 상·하원 의원과 보좌관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주요 통상 현안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는 쿠팡 정보 유출 사태를 포함한 디지털 이슈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쿠팡 문제가 관세 인상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디지털 이슈는 미국 정부와 의회가 중요하게 보는 사안이지만, 쿠팡 문제는 관세 이슈와는 분리해 봐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원 20명과 보좌진 30여 명이 참석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디지털 이슈를 비롯한 다양한 통상 현안이 논의됐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 고위 인사들이 잇달아 미국을 방문해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 측은 아직 관세 인상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날 조현 외교부 장관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대미 투자 이행 의지를 재차 전달했다.
여 본부장은 “이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자주 만나 소통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진전”이라며 “계속 긴밀히 대화하면서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의 간극을 줄여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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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9일(현지 시간)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했다. 사진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2026.01.30.](https://images.christiandaily.co.kr/data/images/full/141689/ap-29-2026-01-30.jpg?w=318&h=211&l=42&t=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