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주택에 대한 세 부담 강화 내용을 담은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서울 강남3구에서 아파트 매물이 늘고 있지만 매수세는 오히려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서초·송파구의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전주보다 약 40% 줄면서 연중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11일 새올전자민원창구에 따르면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8월 첫째 주 강남3구의 토지거래계약허가 신청은 67건으로 집계됐다. 직전 주 110건과 비교하면 39.1% 감소했다.
서울 전체 토지거래허가 신청도 같은 기간 991건에서 768건으로 22.5% 줄었다. 직전 4주 평균과 비교하면 서울은 35.4%, 강남3구는 4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신청 이후 실제 계약과 실거래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주택시장의 매수 움직임을 보여주는 선행지표 가운데 하나로 활용된다.
서울 토허 신청 4주 연속 감소…강남3구도 절반 넘게 줄어
8월 첫째 주 서울과 강남3구의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올해 2월 설 연휴 주간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설 연휴 당시 평일 업무일이 이틀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연중 최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서울의 토지거래허가 신청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둔 지난 5월 첫째 주 3279건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다음 주에는 1548건으로 52.8% 급감했다.
같은 기간 강남3구 역시 556건에서 214건으로 61.5% 감소했다. 이후 6월 정부가 이른바 ‘세 낀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면서 신청 건수가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7월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서울 전체 토지거래허가 신청은 7월 첫째 주 1435건에서 1180건, 1149건, 991건을 거쳐 8월 첫째 주 768건까지 4주 연속 감소했다. 한 달 사이 667건, 46.5% 줄어든 것이다. 강남3구도 같은 기간 146건에서 67건으로 54.1% 감소했다.
강남3구 매물 1065건 증가…매수자는 관망
반면 매도 물량은 증가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일주일 동안 서울 아파트 매물은 2107건 늘었다. 이 가운데 강남3구에서 증가한 매물만 1065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토지거래허가 신청은 서울에서 22.5%, 강남3구에서는 39.1% 줄었다. 세 부담을 의식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이를 받아줄 매수 수요는 함께 늘지 않으면서 매물 적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 시장의 거래를 제약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대출 규제가 꼽힌다. 현재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은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최대 2억원으로 제한돼 있다.
이에 따라 강남권에서 30억원 수준의 아파트를 매입하려면 상당한 규모의 자기자금이 필요하다. 실거주 의무까지 적용되면서 전세를 활용해 적은 자기자본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보유세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급매가 나오더라도 실제로 이를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대출 규제 때문에 강남권 고가 아파트는 수십억원의 현금을 가진 수요자 중심의 시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에 가격 하락 기대까지…매수자 관망세
매물이 늘면서 가격이 추가로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매수자들의 관망세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급매물이 등장하더라도 곧바로 계약에 나서기보다 향후 가격 흐름을 지켜보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 규제로 구매 여력이 부족한 데다 큰 정책이 나온 직후에는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시장이 관망하기 때문에 거래가 활발해지기 어렵다”며 “특히 고가주택은 가격 변동 폭이 1억~2억원 단위로 커질 수 있어 급매가 나와도 매수자들이 바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을 구입하는 순간 세 부담을 떠안게 되고 추가 규제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지금 당장 살 유인이 크지 않다”며 “규제가 강화되면 거래 위축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아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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