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새로운 교사부지 마련에 나섰던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여명학교가 지역주민의 반대에 막혀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22년간 서울 곳곳을 떠돌다 겨우 강서구 가양동 옛 염강초등학교 자리에 터를 잡았지만, 일부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교사 건립이 무산될 위기다.
지난 2004년 서울 봉천동 상가 건물에 처음 문을 연 여명학교는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탈북 청소년들이 낯선 한국 문화와 생활에 스며들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그동안 재정 문제 등으로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서울 시내 곳곳을 떠돌아야 했다.
여명학교는 지난 2023년 8월부터 새 교사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학교와 졸업생을 중심으로 100억 원의 기금을 마련하고 현대자동차가 60억 원을 보탰다. 그러고 나서 어렵게 교사신축부지를 찾아냈는데 뜻밖에 주민 반대라는 거대한 복병을 만난 거다.
신축부지 인근 주민들이 탈북 청소년학교 신축에 반대하는 이유는 한가지다. 그런 시설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거다. 지난 17일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이 학교 교장이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호소했지만, 주민들은 끝까지 반대 의사를 철회하지 않았다.
과거 특정 지역에 화장장, 쓰레기 소각장 등의 시설이 들어서는 계획이 발표되면 인근 주민들이 격렬한 반대 시위에 나서곤 했다. 그런 기피 시설이 주택가 근처에 있으면 누가 이런 곳에서 살라고 하겠냐는 게 반대하는 주된 이유다.
그런데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를 이런 기피 혐오 시설과 동격으로 여긴다는 건 논리적으로나 합리적으로 이치에 와 닿지 않는다. 교육 공간이 들어서는 걸 반대하면서 자녀들을 어떻게 학교에 보내나.
탈북 청소년들에게 한국은 문화와 생활 방식 등 모든 게 낯설 수밖에 없다. 본인이 태어나 자란 북한과 탈북 후 머물러야 했던 중국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 시설을 마치 집값을 떨어뜨리는 기피 혐오 시설로 여기는 일부 지역주민들의 삐뚤어진 인식이 어린 탈북 청소년의 가슴에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다.
나이 어린 탈북 학생들을 가르칠 조그만 공간 하나 마련하지 못하면서 장차 어떻게 통일 한국을 꿈꾼단 말인가. 통일부와 서울시교육청이 적극적으로 주민 설득과 중재에 나서야 원만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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