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연방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확보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도 변수가 생겼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의회의 견제가 주한미군 감축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한국이 추진하는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는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대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합훈련을 줄이거나 주한미군 감축에 나설 경우 의회의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봤다. 의회가 국방수권법을 통해 주한미군 감축 제한을 유지한다면 병력 규모의 급격한 변화를 막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방위비 분담과 관세를 둘러싼 전망은 엇갈렸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의회의 행정부 견제가 강화되면 한국에 대한 방위비 인상 압박이 줄고, 신규 관세 부과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봤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임기에 관세와 투자 성과를 중시하는 만큼 행정부의 압박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대(對)한국 확장억제 공약은 의회의 초당적 지지를 바탕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공급망 재편과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이행도 양당이 공통으로 중시해 온 사안인 만큼, 의회 재편 이후에도 관련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 핵추진잠수함·원자력협정·전작권, 美 의회 검증 변수
엘렌 김 한미경제연구소(KEI) 학술국장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에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한 감독이 강화돼 논의가 더뎌질 수 있다고 봤다. 랩슨 전 대사대리도 핵추진잠수함과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에 대해 민주당이 어느 정도 지지할지는 불분명하다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둘러싼 우려를 변수로 꼽았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일정이 쟁점으로 꼽혔다. 트로이 스탠가론 카네기멜런대 전략기술연구소 연구원은 전환 시점을 미리 정하기보다 필요한 조건을 충족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시각이 미국 의회 양당에 있다고 설명했다. 여 석좌도 2030년까지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의회가 추가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봤다.
북미 정상회담을 두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입법에서 의회의 견제를 받으면서 외교 성과를 내려 대북 직접 대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여 석좌는 회담 성사 여부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봤다. 스탠가론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약해진 만큼 미국의 상당한 양보가 없다면 북한이 회담에 응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합의 범위가 쟁점으로 남는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을 줄이는 데 협상이 집중되면, 한국을 직접 위협하는 단·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전술핵은 합의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 국장은 민주당이 대화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더라도, 합의가 한미동맹의 억제력을 약화시키거나 북한에 지나친 양보를 하는 것으로 판단하면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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