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의 국내 도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낙태약 합법화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종교계와 시민사회가 정부와 국회에 관련 정책 및 입법 추진의 재검토를 범 종교적으로 촉구하는 통합국민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주최 측은 대회에서 결집된 낙태약 합법화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범종교·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청와대에 공식 전달하고, 정부와의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는 등 국민적 관심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오는 13일 청와대 인근에서 열리게 될 통합국민대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종교와 교파를 초월해 시민사회가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한 점이다. 천주교와 불교, 유교 등 뜻을 같이하는 범종교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범종교·범국민 연대를 통해 낙태약 도입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이번 통합국민대회는 생명윤리와 건강한 가정, 종교의 자유에 관한 범종교·시민사회의 입장을 발표하고 정부에 정책적 재고를 요청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청와대 인근에서 3천여 명이 모이는 대형 집회를 여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대회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모여도 단지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의미를 둔다면 어떤 변화도 가져올 수 없다. 중요한 건 목소리가 크냐 작냐 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과 정부의 생각을 멈추게 하고 바꾸는 힘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도 이 대통령의 지시 이후 임신중지 약품의 국내 도입이 속도를 내면서 안전성 검증과 법적 근거 논란이 불거졌다. 국내에서 제대로 된 임상시험 하나 없이 허가 절차가 진행되는 데다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도입 일정에 지나치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낙태 문제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있다. 이 문제는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냐는 주장만으로는 풀 수 없다. 교계와 종교계가 태아의 생명권에 큰 비중을 둔 이상으로 정부와 여성계는 자기결정권을 부르짖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정부가 여성의 권리에 몰두한 나머지 정말 중요한 문제인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건강 문제를 놓치고 있는 점이다. 마음대로 낙태하라고 약을 주면서 그 약이 생명을 해하고 여성의 건강에 심각한 해악을 끼칠 거란 사실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란 선택의 자유에 속한다. 여기서 자유는 선택의 권리를 말하는 것이지 그것이 옳다는 게 아니다. 지금 정부가 여성의 자기결정권 존중이란 미명 하에 추진하는 낙태 정책이 심각한 위험성을 가진 이유다.

교계와 범종교계는 국민대회를 통해 태중에 생명을 끊는 행위에 대한 자기결정권 행사가 가져올 최악의 상황에 대해 정부에 엄중히 경고해야 할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다. 태아의 생명과 그 생명을 품은 모체에까지 치명상을 가할 검증되지 않은 약품이 정부의 허가 아래 유통되는 현실이 가져올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심각한 침해를 정부와 사회에 일깨우는 데 집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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