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프로라이프 등 시민단체 청와대 앞 대규모 집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던 모습. ©프로라이프

사단법인 프로라이프를 필두로 한 종교계 및 생명보호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의 임신중지 약물(낙태약) 단계적 도입 추진에 거세게 반발하며 정책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는 거리 투쟁에 나섰다. 이들은 이번 낙태약 도입 정책이 여성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태아의 생명권을 묵살하는 무책임한 '졸속 행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프로라이프(회장 함수연)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 생명운동본부, 생명운동연합 등 연대 단체들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낙태약 도입 반대 집회’를 공동 개최했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현수막과 피켓을 든 수많은 참가자들이 모여 생명 존중의 가치와 국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역설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9월 16일 정부가 발표한 낙태약 단계적 도입 방안이다. 정부는 오는 2027년 1분기 상용화를 목표로, 임신 9주 이하의 여성을 대상으로 낙태약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초기 2년 동안은 의료기관 내 처방과 조제로 엄격히 제한해 운영한 뒤, 이후 외부 약국 등으로 그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 정책의 주요 골자다.

이에 대해 집회 주최 측은 “정부가 ‘9주 이하 제한’, ‘초기 원내 처방’ 등의 단서를 달고 향후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포장하지만, 약물이 지닌 치명적인 본질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어 “의료 시스템이 아무리 철저하게 완비되더라도 결국 태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종결시키는 약물이라는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으며, 심도 있는 부작용 논의나 사회적 합의 없이 오로지 도입 시한에만 쫓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단상에는 의료인, 성직자, 위기임신 상담가, 학부모 등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7명의 연사가 릴레이 발언에 나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최아란 프로라이프 이사장은 의학적 소견을 바탕으로 위험성을 강하게 경고했다. 최 이사장은 “임신 9주 차는 초음파 검사를 통해 태아의 심장 박동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으며, 얼굴과 팔다리의 형태가 이미 갖춰지기 시작하는 생명 발달의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단순히 병원에서 약을 처방할 수 있다는 것과, 그 약을 복용한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안전을 의료진이 끝까지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총무 오석준 신부는 “여성과 태아는 결코 서로 대립하는 적대적 관계가 될 수 없다”며 “여성을 진정으로 살리는 길은 곧 태아를 살리는 길과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생명운동연합 김길수 목사는 “태아는 스스로 투표권도 행사하지 못하고, 부당함에 맞서 집회나 기자회견에 나설 수도 없는 이 나라에서 가장 연약하고 힘없는 국민”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수호해야 할 국가의 제1의무를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위기임신 상담 현장에서 활동하는 김성옥 씨는 현장의 안타까운 사례들을 공유하며 “절박한 상황에 놓인 위기 임산부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첫마디는 ‘손쉽게 지울 수 있는 낙태약이 준비되어 있다’는 안내가 아니라, ‘당신과 아이를 위해 우리가 끝까지 돕겠다’는 연대의 손길”이라고 호소했다.

성가치 교육 강사 한예옥 씨와 생후 9개월 된 자녀를 둔 학부모 조예림 씨 역시 “아이를 품은 막중한 책임을 오롯이 여성 개인의 몫으로 떠넘겨서는 안 된다‘며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은 생명을 쉽게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낳아 기를 수 있도록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31일 프로라이프 등 시민단체 청와대 앞 대규모 집회
피켓을 들고 시위하던 모습.©프로라이프

집회 후반부에는 함수연 프로라이프 회장이 연단에 나서 주최 단체들의 뜻을 모은 공동 성명서를 낭독했다. 성명서는 정부를 향해 ▲낙태약이 과연 여성에게 진정으로 안전한가 ▲제도적 정비보다 약물 도입이 우선시되어야 하는가 ▲준비되지 않은 임신의 근본적 해결책이 낙태약인가 ▲태아의 생명은 보호받아야 할 헌법적 가치가 아닌가 등 네 가지 핵심 지적을 제기했다.

특히 이들은 약물의 안전성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며 데이터 공개를 촉구했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낙태 약물을 불법으로 사용했던 74명 중 절반이 훌쩍 넘는 53명이 불완전 유산 등의 심각한 부작용으로 결국 추가적인 외과적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단체들은 이 같은 통계를 근거로 제시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당 약물의 품목허가 심사 기준과 관련 자료를 '제약업체의 영업비밀'이라는 핑계로 대중에게 은폐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권과 직결된 중대 사안을 기업 이윤 뒤에 숨기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끝으로 주최 측은 정부에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태아의 생명을 앗아가는 약물 도입 추진을 전면 백지화할 것 ▲의약품 허가와 관련된 법적 근거, 심사 기준, 안전성 검증 데이터 및 사후관리 대책 일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 ▲여성이 임신부터 출산, 양육까지 실질적이고 안전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 제도를 확충할 것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입각하여 여성과 태아를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안을 지체 없이 마련할 것 등 4대 요구안을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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