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새로운 선교 방법들

1. 현존의 삶

안승오 교수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바울의 선교에서 말과 삶을 모두 중시하면서도 삶 역시 복음을 전하기 위한 도구로 보았다면 바울의 선교에서는 결국 복음증거 즉 말에 방점이 찍힌 경향이 있었다고 할 수 있는데, 에큐메니칼 선교에서는 삶에 방점이 주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강조점은 “일치를 통한 오늘날의 선교와 전도” 문서에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다른 종교의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우리의 사명은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현존(presence), 그들이 가진 신앙적 헌신과 경험의 가장 깊은 부분에 대한 예민함 (sensitivity), 그리스도를 위해 그들을 섬기겠다는 의지(willingness), 하나님이 그들에게 무엇을 하였고 또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확언(affirmation) 그리고 그들을 향한 사랑을 전제로 한다.”

에큐메니칼 진영은 이러한 현존의 삶이 곧 그리스도의 삶이며 따라서 교회는 그 현존의 삶을 살아야 함을 강조하면서 “선교와 전도: 에큐메니컬적 확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선교는 모든 지역에서 교회로 하여금 섬기는 교회가 될 것을 요구한다. 선교가 요구하는 교회는 십자가에 못 박히고 부활한 그리스도의 못자국의 흔적을 지니는 교회이다. 이러한 교회만이 삶의 변두리로 간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하나님의 사랑의 운동에 속해 있음을 나타낼 수 있다. 성문 밖에서 죽임을 당한 예수는 (히 13:12) 세상의 구원을 위해 자신의 몸을 제물로 준 대제사장이다. 성문 밖에서 사랑을 나누는 자기 희생의 메시지는 진실로 선포되었고, 바로 그곳에서 교회는 부활한 주님과 더불어 즐거운 교제 가운데 그리스도의 몸이 되어가는 자신의 소명을 새롭게 한다.”

이런 점을 보면서 이종성은 전통적인 선교 방식과 에큐메니칼 진영의 새로운 선교 방식의 차이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전자[전통적 선교 방법]는 교회를 중심하여 나가서 선교하여 다시 교회로 돌아오는 방법을 고수하는 데 대하여 후자[에큐메니칼 선교 방법]는 교회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사람이 살고 있는 현장(사회)에 나가서, 그들에게 일방적으로 말로 고하는 식의 전도가 아니라 그들과 하나가 되고 (identification), 벗이 되고, 현존하고(presence), 대화를 통해서, 그가 생득적으로 가지고 있는 숨겨져 있는 보화를 발굴하여 이상적인 사회를 건설하려는 데 있다.”

이종성이 분석한 바와 같이 에큐메니칼 진영은 말로 복음을 전하는 것보다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바로 보여주는 것이 바른 선교의 방식이라고 본다. 그리스도 예수처럼 철저히 세상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세상을 위하여 사랑의 봉사를 실천하고, 모든 인류와 하나 되는 삶을 이루어 가는 것이 바로 교회가 추구해야 할 선교의 참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2. 대화와 협력

에큐메니칼 진영은 세계의 샬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샬롬은 기본적으로 평화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러한 평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갈등과 분쟁을 해소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라 할 수 있기에 이 일을 위해서는 대화와 협력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특별히 세계 갈등의 가장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종교간 분쟁이라는 점이라고 인식하면서 WCC의 세계 선교와 전도위원회(CWME)는 WCC 선교문서인 “함께 생명을 향하여” 93항에서 대화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93. 오늘날 우리는 세계의 다원성과 복잡함 가운데 상이한 많은 종교들, 이념들, 신념들을 가진 사람들을 만난다. 우리는 생명의 성령께서 기쁨과 생명의 충만함을 주신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하나님의 영은 생명을 긍정하는 모든 문화들 안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믿는다. 성령은 신비로운 방법으로 일하시기에 우리는 다른 신앙 전통들 안에서 성령의 활동들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우리는 생명을 살리는 다양한 영성들 안에 고유한 가치와 지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므로 신빙성 있는 선교는 ‘다른 사람’을 선교의 ‘대상’으로 만들지 않고 선교의 동반자로 만든다.”

이상의 주장에 의하면 타종교인에게도 성령이 역사하시어 어떤 신비로운 방법으로 역사하시는지 잘 모르지만 그래도 그 영성들 안에도 고유한 가치와 지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바람직한 선교는 다른 사람을 선교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함께 세계의 샬롬을 만들어 가는 동반자로 보면서 대화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바울도 당연히 대화와 협력을 했지만 기본적으로 그것은 복음화를 위한 대화와 협력이었다고 할 수 있는 반면, 에큐메니칼 진영의 대화와 협력은 세계의 샬롬을 위한 대화와 협력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3. 구조악에 대항하는 투쟁

에큐메니칼 진영은 인류 불행의 주된 원인이 사회 구조악이기에 이런 구조악을 깨뜨리는 것이 곧 넓은 의미의 구원이며, 이런 구원을 얻는 것이 바로 선교의 목표라고 인식한다. 이런 점에서 에큐메니칼 진영은 사회 구조 갱신 자체가 바로 “... 전 인류의 회심에 대한 본질적인 요소이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회 구조악 척결은 복음을 통한 개인들의 변화나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지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 즉 투쟁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구조악에 대항하는 투쟁에 대한 언급은 에큐메니칼 문서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화해의 사역인 선교” 문서에 “이러한 선교는 죄에 묶인 사람들에게 해방의 복음을 대담하게 선포하고, 아프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치유의 사역을 감당하고, 억압받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정의를 세우려고 투쟁하는 행위를 포함한다.”라고 강조한다.

또한 “선교와 전도: 에큐메니컬적 확언”에서도 “문화화의 과정을 자극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해방을 위해 억압당하는 사람을 위한 투쟁에 참여하는 것이다. 연대는 공동의 문화적 가치를 가르쳐 주는 가장 좋은 전쟁이다.”라고 말하면서, “이러한 태도는 우리의 삶을 새롭게 형성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자를 가르쳐 주고, 나아가 우리의 힘을 쏟아야 할 투쟁의 방향을 제시한다.”라고 말한다. 즉 에큐메니칼 진영의 선교 방법은 타종교인과는 대화를 추구하고 가진 자들을 향해서는 투쟁과 같은 방법도 추구하는 것이다. (계속)

※ 기독일보는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선교학)의 책 「다시 바울에게 묻다- 바울서신에서 배우는 15가지 선교 핵심 키워드」의 내용을 연재합니다.

다시 바울에게 묻다
다시 바울에게 묻다

안승오 교수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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