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비 배럿
콜비 배럿. ©Christian Post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콜비 배럿의 기고글인 '러시아가 교회를 파괴하는데도 우크라이나의 신앙은 왜 더욱 깊어지는가?'(Why is faith growing in Ukraine, even as Russia destroys its churches?)를 10월29일(현지시각) 개제했다.

콜비 배럿은 법학박사(JD) 학위와 전문기술사(PE) 자격을 갖춘 기업가이자 영화 제작자다. 미 해병대 대위로 복무하며 환태평양과 중동 지역에서 보병소대와 수색·저격소대를 지휘했으며, 영화 「포위된 신앙(A Faith Under Siege)」을 제작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미국에서는 종교적 신앙이 정체되거나 다소 약해지는 흐름이 나타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신앙은 4년 넘게 이어진 러시아의 침공을 견디는 중요한 힘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의 신앙은 전장에서의 저항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동체의 결속과 사명감을 북돋우며 나라를 지탱하는 역할을 해왔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최소 737곳의 예배당이 훼손되거나 파괴됐다는 기록과 종교 지도자들에 대한 살해·고문 보고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우크라이나에서는 신앙에 대한 관심과 종교 공동체의 활동이 확대되고 있다.

전쟁 이후 등록된 종교 단체는 3,000개 이상 늘어 약 10%의 증가세를 보였으며, 가톨릭과 개신교 공동체가 이러한 흐름을 이끌었다. 자신을 신앙인이라고 밝힌 우크라이나인의 비율도 전쟁 전 68%에서 74%로 높아졌다. 특히 18~24세 청년층에서는 그 비율이 48%에서 61%로 올라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분쟁과 불확실성 속에서 사람들이 신앙을 찾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는 현장의 모습이 세계 곳곳에 전해지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이 신앙을 어떻게 삶으로 실천하는지도 드러나고 있다.

폐허 속에서 공동체를 지키는 청년들

우크라이나 곳곳을 직접 방문한 필자에게 이러한 헌신은 낯설지 않다.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되면서 예배하고 이웃을 섬기는 일마저 위험해졌지만, 청년들은 공동체를 돌보는 자리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은 지역의 어르신들을 돌보고, 심하게 훼손된 예배당에 비상 발전기를 옮겼다. 슬픔과 상실로 찬양하기 어려운 이들 곁에서 함께 노래하며 예배를 이어갔다.

이러한 활동은 전투가 벌어지는 최전선 밖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공동체를 지키려는 의지라는 점에서는 전장의 저항과 맞닿아 있다. 청년들은 파괴와 상실 속에서도 섬기고, 재건하고, 예배하며 일상을 이어가기로 선택했다. 신앙은 그 선택을 뒷받침하는 힘이었다.

삶의 터전을 잃고도 이어지는 목회

마크 세르기예프(Mark Sergeev) 목사는 러시아군의 점령과 공격으로 교회와 삶의 터전을 잃은 수많은 종교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현재 키이우 에클레시아교회(Kyiv Ecclesia Church)를 섬기는 그는 이전에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멜리토폴 기독교회를 이끌었다. 부모가 약 30년 전 개척한 교회였지만, 러시아군이 교회와 사택을 몰수하면서 그곳을 떠나야 했다.

키이우로 사역지를 옮긴 뒤에도 그는 전쟁으로 다시 한번 삶의 터전을 잃었다. 그러나 거듭된 상실 속에서도 성도들을 돌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온유함과 용기, 소망을 붙들고 여러 세대의 교인들을 섬기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시리즈 「전쟁 속의 신앙(Faith in War)」의 ‘폐허 속에서도(Even in the Ruins)’ 편에 담겼다.

교회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건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다시 무너질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교회를 세우는 일은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표현이다. 건물이 파괴돼도 공동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지를 보여준다.

무너진 예배당에서도 멈추지 않는 예배

지난 10월 18일 일요일에는 빅토르 파벤코(Viktor Pavenko) 목사가 30년 넘게 이끌어온 좋은소식순복음교회(Good News Pentecostal Church)가 러시아의 공격으로 파괴됐다.

공격이 발생한 시각은 평소 주일예배가 열리는 오전 11시였다. 해당 지역의 공격 위험에 대한 사전 경고가 없었다면 수백 명의 교인이 위험에 처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예배당이 계속 훼손되고 파괴되는 가운데서도 우크라이나의 교회들은 주일마다 예배를 이어간다. 방공호에 모이는 이들도 있고, 건물의 일부만 남은 예배당에서 만나는 이들도 있다. 장소와 여건은 달라졌지만 함께 하나님을 바라보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예배는 종교적 의식을 유지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고, 상실을 나누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시간이기도 하다. 신앙에 뿌리를 둔 공동체가 사람들의 소망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건물이 무너져도 남는 신앙과 공동체

잔혹한 현대전에서 신앙만으로 당장의 승리를 보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신앙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조국과 공동체를 지키려는 정신적·영적 의지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르기예프 목사와 파벤코 목사, 그리고 수많은 성도의 삶은 이를 보여준다. 예배당은 무너질 수 있지만, 그 안에서 형성된 믿음과 관계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성도들은 서로를 돌보고 다시 모이며 공동체를 이어간다.

우크라이나의 신앙은 고통을 외면하는 낙관이 아니다. 상실을 겪으면서도 이웃을 섬기고,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재건을 시작하며, 두려움 속에서도 함께 예배하는 삶으로 드러난다.

그 신앙이 이어지는 한, 자유와 공동체를 지키려는 우크라이나인들의 결의 역시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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