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산 정암 신학유산 포럼
단체사진. ©노형구 기자

한국개혁신학유산연구회(대표 박순오 목사)가 26일 신용산교회(담임 오원석 목사)에서  ‘2026 종교개혁기념주간 특별포럼’을 개최했다. ‘우리가 물려받은 종교개혁’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한국 장로교회의 거목인 죽산(竹山) 박형룡 박사와 정암(呈岩) 박윤선 박사의 신학적 기원과 정체성, 그리고 후세가 이어받아야 할 유산이 깊이 있게 다뤄졌다.

첫 발제에 나선 이상웅 교수(총신대)는 죽산 박형룡 박사의 생애와 신학 형성 과정을 추적하며, 그가 남긴 방대한 신학적 기여를 재조명했다. 이 교수는 “죽산은 장로교 선교사 시대에 태어나 자라며 미국 프린스턴 신학을 중심으로 집필과 강의를 시작했고, 이후 루이스 벌코프를 중심으로 화란 개혁주의 신학 특히 헤르만 바빙크의 사상을 수용하여 총 20권의 『교의신학』 전집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죽산은 영미 청교도 개혁주의 신앙과 유럽 개혁주의, 특히 화란 개혁주의를 조화롭게 수용하여 ‘한국 청교도 개혁주의(Korean Puritan Reformed Theology)’를 정립해 남겼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죽산이 평생 경건하고 성실한 학자적 삶을 살며 정통 개혁주의 신학을 수립해 총 20권의 유산을 남겼음을 상기시키며, “죽산이 오직 성경으로(Sola Scriptura)와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에 준거하여 성경적 교리를 체계화한 것은 후학들에게 큰 표준과 귀감이 된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죽산 신학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관련 문헌 및 자필 원고, 미공개 자료들의 발굴과 데이터베이스화, 기관의 주도적 참여 및 재정적 후원의 필요성을 제언했다.

이어 김길성 교수(총신대 명예교수)는 죽산 박형룡 박사에 대해 “박 박사는 그의 저술과 신학 활동을 통하여 그의 시대를 휩쓸던 성경 비평학과 역사비평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현대 자유주의 신학과 신정통 신학 사상과 조류로부터 한국교회를 지켜낸 지로의 역할을 감당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박사는 한국 땅에 ‘성경에 기초한 바른 교회’, 즉 역사적 개혁주의 장로교회가 세워지고 뿌리내리는 데 평생 혼신의 힘을 쏟은 우리의 큰 스승이요, ‘교회의 박사’(Doctores ecclesiae)로 불림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암 박윤선 박사의 신학 유산을 발제한 김길성 교수는 정암의 신학이 연구논문과 성경 강해에 집중되어 있음을 언급하며, 그의 신학적 기여를 아래와 같이 짚었다. 김길성 교수는 박윤선 박사에 대해 “박윤선 박사는 한국교회에 성경신학에 기초하여 신학함의 초석을 놓은 신학자”라며 “그는 『신학지남』에 실린 논문 ‘계약사상’(1963)을 통해 창조, 타락, 구속의 역사 위에 전개된 언약신학의 논의를 성경을 이해하는 축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박윤선 박사는 자신이 전공한 주해와 성경신학의 터 위에 조직신학의 여러 주제들을 성경신학적으로 심도 있게 다룸으로써, 스승인 존 머리 교수를 따라서 성경신학과 조직신학의 접목을 시도한 신학자”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박윤선 박사는 현대신학자 중에 특히 바르트 비판을 통하여, 서구 현대신학의 폐해를 한국교회에 소개하고,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개혁신학의 방향을 바르게 제시한 신학자”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서창원 교수(전 총신대 신대원)는 박형룡 박사가 남긴 신학적 전통의 보수와 지속적 개혁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조명했다. 서창원 교수는 “박형룡이 말한 ‘신학적 전통의 보수’와 ‘교회의 지속적 개혁’은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며 “올바르게 이해하면, 전통의 보수는 지속적 개혁의 기준을 제공하고 지속적 개혁은 전통을 살아 있게 보존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혁의 기준은 시대정신이나 문화적 요구가 아니라 신앙과 행위의 유일한 규범인 성경, 곧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서 교수는 박형룡 박사의 신학적 유산을 계승함에 있어 한국 장로교회가 경계해야 할 점들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서 교수는 “한국 장로교회가 물려받은 모든 관습이 곧 청교도 개혁주의의 본질은 아니다”라며, “성경 무오를 주장하면서 성경을 깊이 가르치지 않는다면 참된 보수가 아니고, 하나님의 주권을 고백하면서 인간적 방법과 숫자에 의존한다면 개혁주의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통 교리를 고백하면서 목회자의 권력 남용, 재정적 부정, 성적 타락, 교회의 세속화를 묵인한다면 그 정통은 삶과 분리된 명목상의 정통일 뿐”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마지막으로 서 교수는 “참된 개혁주의 교리는 성경적 진리를 변함없이 보존하면서, 바로 그 진리로 자신을 계속 개혁하는 교회”라며, “보수와 개혁의 공통된 목적은 하나로, 교회가 인간의 전통이나 시대의 요구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더욱 충실해지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네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승구 석좌교수(합신대)는 정암 박윤선 박사의 개혁신학 사상의 본질과 그 실천적 의미를 깊이 있게 조명했다. 이승구 교수는 박윤선 박사의 신학적 정체성에 대해 “박윤선 박사는 철저한 개혁적 신학자”라며 “그 개혁신학 사상은 그의 몸에 깊이 배어 있어서 설교와 저술과 생활과 그의 모든 생활 영역에서 물씬 풍겨 나오곤 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정암의 ‘하나님 제일주의’와 삶의 실천에 관해 “정암은 신학과 교회와 삶의 모든 측면에서 하나님 제일주의를 강조하였고, 이는 구체적인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여주동행’(與主同行)이라는 그의 강조어위가 잘 드러내는 대로 항상 삼위일체 하나님과 함께 사는 삶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정암 신학에 대한 일부 오해와 비판을 반박하며 “개혁주의는 영적 구원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현세 생활에 있어서도 성경을 통하여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원하며 또 그대로 실현하는 것”이라며 “정암이 한국교회에 팽배한 이분법적인 신앙의 토대를 만든 중심에 있다는 말은 사실과 상당히 거리가 멀며, 신앙과 삶의 연관성을 철저히 드러낸 것이 바로 정암의 개혁신학”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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