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문연구회와 한국로고스경영학회, 명지대학교 교목실이 24일 명지대학교 MCC관 코이노니아홀에서 ‘AI 시대 타락론 톺아보기’를 주제로 제43회 기독교학문연구회 연차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대학원생 논문 발표를 시작으로 개회식과 시상식, 주제강연과 패널토의, 교수·일반부 분과별 논문 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개회식에서는 김철수 기독교학문연구회 부학회장이 개회인사를, 임연수 명지대학교 총장이 환영사를 맡았으며, 새로남청년우수논문상과 제3회 기독 중고등학생 독서대회 시상식도 마련됐다.
오후에는 고세일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주제강연이 진행됐다. 이승구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남송 석좌교수, 박희주 명지대학교 명예교수, 김태황 명지대학교 교수가 각각 인간의 타락과 인식의 문제, 과학기술을 통한 인간의 변화, 현대 사회경제적 발전의 의미를 다뤘다.
이승구 교수 “타락, 인간의 인식과 학문 활동에도 영향 미쳐”
첫 번째 주제강연에 나선 이승구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남송 석좌교수는 ‘타락의 역사성과 죄의 인지적 영향’을 주제로 인간의 타락이 인식과 학문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 세계관은 역사적 세계관”이라며 기독교 세계관의 기본 구조인 창조와 타락, 구속을 역사적 사건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세기 3장에 나타난 인간의 첫 번째 불순종을 실제 역사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기독교적 타락 이해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담의 첫 번째 범죄가 인류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는 개혁주의 신학의 입장을 제시했다. 그는 인간이 창조 당시의 상태에서 타락한 상태로 변화했으며, 이러한 변화는 인간의 일부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존재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전적 타락과 전적 부패의 개념을 통해 타락이 인간의 도덕적 행동뿐 아니라 이성과 판단, 지식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존재 전 영역이 타락의 영향 아래 있으며, 인간이 자신의 능력만으로 죄와 부패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학문 활동과 관련해 ‘죄의 인지적 영향’(Noetic Effects of Sin)을 강조했다. 그는 인간이 하나님을 인식과 판단의 기준으로 삼지 않고 자신의 이성을 독립적인 기준으로 설정할 경우 학문적 탐구에서도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바른 사유는 하나님의 생각을 따라서 하는 사유이다”라며 각 학문 분야에서 연구자가 자신의 판단을 최종적인 기준으로 삼기보다 하나님의 계시에 따라 연구 대상을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독교 학문은 성경의 계시에 기초해 일반 계시의 영역에 속한 학문적 대상을 해석하는 작업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간의 타락이 모든 학문 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은총을 통해 타락한 인간도 자연과 사회에 관한 지식을 발견할 수 있으며, 비기독교인 역시 학문과 문화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나님을 배제한 인식은 세상을 해석하는 데 한계를 지닌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AI 기술에 대해서도 이러한 관점을 적용했다. 이 교수는 “비인격체인 AI는 비인격체이므로 죄를 범하는 것은 아니지만”이라며 AI 자체와 이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인간의 사고 및 판단을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간이 잘못된 사고와 판단에 기초해 AI를 개발할 경우 그러한 인식의 문제가 AI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기독교 학문이 죄의 인지적 영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경의 계시와 성령의 인도에 기초한 학문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자가 자신의 사고와 연구 방향을 점검하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수정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우리가 학문과 기술에서 하나님의 뜻을 따르려고 하는 것이 죄의 인지적 영향을 인정하면서 그것을 계속해서 극복하려고 하는 것이다”라며 “이것을 학문에서의 회개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AI 연구와 기술 개발에서도 이러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희주 교수 “과학기술로 인간의 한계 극복해도 삶의 가치 문제는 남아”
두 번째 주제강연에 나선 박희주 명지대학교 명예교수는 ‘인간의 타락과 과학기술’을 주제로 AI와 트랜스휴머니즘이 제기하는 인간의 정체성 문제를 다뤘다.
박 교수는 인간의 타락을 하나님과 같이 되려는 욕망과 연결해 설명했다. 그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신체적·인지적 능력을 확대하는 일이 가능해지면서 과거에는 실현하기 어려웠던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 극복이 기술적 논의의 대상으로 등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AI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이 최근 어지러울 정도의 속도로 발전하면서 이러한 욕망을 꿈의 영역으로부터 현실적 가능성의 영역으로 옮겨놓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를 분석하기 위해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Singularity) 이론과 트랜스휴머니즘을 소개했다. 커즈와일은 인공지능과 뇌과학, 나노기술 등의 발전으로 인간의 지능과 AI가 결합하고, 궁극적으로 인간이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트랜스휴머니즘이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기술적으로 변화시켜 인간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려는 사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커즈와일이 인간의 본질을 정보의 패턴으로 이해하고, 이를 디지털 시스템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보는 점에 주목했다.
박 교수는 인간의 기억과 의식을 디지털 형태로 복제하는 ‘마인드 업로딩’(Mind Uploading)을 검토하면서 복제된 존재가 원래의 인간과 동일한 존재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동일한 기억과 정보 구조를 가진 디지털 복제본이 만들어지더라도 기존의 인간과 복제본은 서로 다른 경험을 하게 되므로 이를 동일한 자아로 이해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인간의 뇌를 디지털 장치로 점진적으로 교체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정체성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 질문했다. 인간의 기억과 개성은 성장 과정에서 변화하고, 신체와 주변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만큼 인간의 정체성을 정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설명하며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개념을 제시했다. 인간은 뇌에서 처리되는 정보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타인 및 환경과 관계를 맺는 존재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기독교의 창조와 부활 신앙에서도 몸이 인간 존재의 일부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의 몸을 극복해야 할 생물학적 한계로 보는 트랜스휴머니즘과 달리 기독교는 인간의 몸과 인격, 하나님과의 관계를 함께 고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더라도 기술만으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삶의 가치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어떤 존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지까지 기술이 말해 주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인간이 선택해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명 연장과 지능 향상, 인간과 AI의 결합이 가능해지더라도 그러한 기술을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 것인지는 인간의 가치 판단과 관련된 문제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기독교의 구원론과 트랜스휴머니즘의 차이도 제시했다. 트랜스휴머니즘이 기술을 통해 인간의 능력을 확대하고 자신을 재창조하려는 방향을 추구한다면, 기독교는 하나님의 은혜를 통한 인간의 회복과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독교에서 구원은 인간이 과학기술로 신적인 능력을 획득하여 하나님과 같은 존재가 되는 기술적 초월이 아니다”라며 인간의 구원은 기술적 능력의 확장과 구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간의 의미와 가치는 지적·신체적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존재라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구원은 스스로의 능력을 확대해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황 교수 “경제성장과 불평등 공존… 사회경제적 발전의 양면성 분석”
세 번째 주제강연에 나선 김태황 명지대학교 교수는 ‘현대 사회와 경제, 타락의 성과인가? 번성의 결과인가?’를 주제로 경제적 성장과 사회적 문제를 기독교 세계관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김 교수는 현대 사회의 경제적·사회복지적 발전을 타락의 결과 또는 번성의 결과 중 하나로만 규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제성장과 생활 여건 개선이라는 성과가 나타난 반면, 소득 불평등과 사회적 갈등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도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 사회의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인구 증가와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대수명, 아동사망률, 상대적 빈곤, 소득 불평등, 국제개발협력 등의 지표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1960년대 이후 현대 사회의 경제적 성장과 사회복지적 발전이 함께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인구와 생산량이 증가하고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등 생활 여건이 개선됐지만, 경제적 부와 사회복지 자원이 공정하게 분배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절대적 빈곤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국가와 계층에 따른 소득 격차와 상대적 빈곤의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성장이 모든 국가와 계층에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며, 양적 성장과 사회적 번영을 같은 의미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전쟁과 자연재해, 사회적 범죄와 갈등 등도 경제적 발전과 함께 살펴야 할 문제로 제시했다. 경제 규모가 확대되더라도 사회적 갈등과 불공정성이 자동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며, 일부 사회경제적 지표가 개선되는 동시에 다른 영역에서는 문제가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국제개발협력의 변화도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국제개발협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경제 규모에 대비한 지원 비중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세계적 경제 발전과 국가 간 자원 배분의 문제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 사회경제적 발전을 타락과 번성의 결과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했다. 경제적 성장과 사회복지 향상이라는 성과가 존재하는 동시에 불평등과 갈등, 자원 배분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규율과 규범의 강화, 공정한 사회경제 정책과 전략,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는 유인체계 등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사회경제적 발전을 평가할 때 양적 성장뿐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과 자원 배분의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의 활용에 대해서도 기독교적 책임을 제기했다. 그는 “AI 기술과 산업의 발달은 인간에 대한 도전을 넘어 창조주에 대한 도전일 수 있으나 이를 활용하는 인간이 창조 섭리 안에서 대응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간의 타락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사회경제적 발전을 위한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성장과 기술 발전을 평가할 때 인간의 책임을 고려하고, 사회적 갈등과 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패널토의서 기독교 학문의 역할 검토… AI·사회경제적 책임 논의
세 차례 주제강연에 이어 패널토의도 순서에 포함됐다. 패널에는 주제강연자인 이승구·박희주·김태황 교수와 최중화 부산장신대학교 교수, 전영일 서울대학교 AI연구원 국제팬데믹센터장, 김대인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최중화 교수는 이승구 교수의 타락론을 검토하면서 타락의 역사성을 강조하는 신학적 접근과 현대인의 합리적 질문 사이의 관계를 다뤘다. 그는 성경의 역사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다른 학문적 관점과의 대화가 제한될 가능성을 제기하며, 기독교 학문이 합리적인 설명과 소통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음 세대에게 타락론을 전달할 때 역사적 사건으로서의 타락과 현재의 삶에서 경험하는 죄의 문제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질문했다. 신학적 교리를 설명하는 것과 이를 개인의 삶에 적용하는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전영일 센터장은 이승구·박희주 교수의 발표를 연결해 인간의 인식적 한계와 AI 기술 활용의 책임을 분석했다. 그는 AI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확대하는 수단인 동시에 인간의 자율적 판단과 인식의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데이터에 기초한 정책 수립과 감염병 대응, 생명 보호 등 AI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AI 개발과 활용 과정에서 데이터의 편향과 책임 문제를 검토하고, 윤리적 기준과 제도적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인 교수는 김태황 교수의 발표를 바탕으로 사회경제적 현상을 타락의 결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과 그 원인을 검토했다. 그는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법과 정책이 실제로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며, 정책의 목적뿐 아니라 수립 과정과 실행 결과도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제적·사회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법과 제도에서 정의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질문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고려하면서도 정책이 의도한 결과와 실제 효과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분과별 발표서 의료 AI 책임·한국교회 설교 분석 등 다뤄
오후에는 경제·경영, 세계관, 사회과학, 인문학, 철학, 공연·예술 등 분과별 논문 발표가 편성됐다. 각 분과에서는 기독교 신학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경제활동과 사회제도, 인간 이해, 기술윤리, 교회 사역 등의 주제를 다뤘다.
경제·경영 분야에서는 일본 기독교 신학의 형성과 기업가정신, 지방분권론, AI 분야 조직구성원의 조직 경험과 이직 의도 등이 연구 주제로 제시됐다. 세계관 분야에서는 귀국선교사의 이주민 선교 활용과 한국교회 설교 제목의 주제 및 성경본문 활용 분석 등이 다뤄졌다.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구약 이삭줍기법과 현대 사회법, 성경 속 공공조달 가치, 중독과 인간의 심리, 종교개혁과 도시자치권 등을 주제로 발표가 마련됐다. 인문학과 철학 분야에서도 예수 십자가 사건의 정치사회학적 분석, 창세기와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이해, 기술-신정론 비판과 십자가 윤리 등이 연구 주제로 제시됐다.
대학원생 논문 발표에서는 의료 인공지능의 책임 공백과 도덕적 책임의 분산, 기독교적 타락론에 기초한 AI 정렬 문제, AI와 자연어처리를 활용한 한국교회 설교 분석 등이 다뤄졌다.
의료 AI 관련 연구에서는 의료진과 AI 개발자, 의료기관 사이의 책임 귀속 문제를 검토하고, AI의 권고를 활용하더라도 인간과 기관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AI 정렬 연구에서는 사용자가 선호하는 응답을 제공하는 것이 항상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사실과 근거에 충실한 응답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국교회 설교 분석 연구에서는 유튜브에 공개된 설교 5,300편을 대상으로 텍스트 난이도와 발화속도, 정서 어휘, 주요 주제 등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AI와 자연어처리 기술을 교회의 사역 자료를 분석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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