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북 접촉 신고 수리 거부 조항을 삭제하기로 하는 등 민간 교류 활성화에 나섰다. 남북 당국 간 교류가 장기간 단절되고 이산가족 생존자 상당수가 고령에 접어든 데 따른 조치다.

통일부 집계를 보면 지난달 31일 기준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13만 4843명 중 생존자는 3만 2948명에 그쳤다. 이들 가운데 66.6%가 80세 이상이고 90세 이상 비율도 33.4%에 달한다. 반면 남북 당국 간 교류는 2018년 이후 중단됐으며, 올 들어 8월까지 민간에서 진행된 생사 확인 역시 1건뿐이다.

명절을 맞아 북에 남겨둔 가족을 향한 이산가족들의 그리움은 커지지만 남은 시간은 빠르게 줄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이북5도청에서 만난 이산가족 1세대 최달자(가명·79)씨는 75년 전인 1951년 1·4 후퇴 당시 평안남도 개천군에서 피란하다 작은 언니를 잃었다. 최씨는 “추석 때만 되면 언니 생각이 평소보다 많이 나요. 살아 있기를 바라죠.”라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과 오빠 세 명, 큰언니까지 모두 돌아가셨다”며 “(이제) 나와 동생 둘, 세 자매만 살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19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만난 김숙경(84)씨 역시 5살 무렵 고향인 평안북도 강계를 떠났다. 8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기억은 또렷하다. 김씨는 “아버지가 판에 모래를 담아서 거기에 '하늘 천, 따 지'를 쓰면서 알려주셨다”며 “지금도 고향집을 그리라고 하면 그릴 수 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작은 언니와 나 둘이 남아 있었는데 작은 언니가 5~6년 전 세상을 떠났다”며 “만나지 못하니 사진만 본다”고 덧붙였다.

이산가족 66% 80대…정부, 대북 민간교류 허용
[사진=뉴시스]

장기간 끊긴 남북 대화 속에 상봉 기대감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12월 정면 돌파전 선포, 2023년 적대적 두 국가론 등 일련의 과정들이 한국과는 전혀 교류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진단했다. 장만순 1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은 “고령 이산가족들은 이제 생사 확인이나 서신 교환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며 “가장 바라는 것은 죽기 전에 고향 땅을 한 번 밟아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대북 민간 교류를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김범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은 “현 정부는 민간 교류 활성화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고 적극적”이라며 “며칠 전 통일부에서는 민간 차원에서 대북 접촉 신고 방식도 신고하면 무조건 받는 것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대북 접촉은 이제 완전히 허용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일부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남북교류협력법 제9조의2 제3항을 지우는 개정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통일부 장관이 북한 주민과의 접촉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장 위원장은 “국제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한 교류까지 막는다면 국제적인 지탄을 받을 수 있다”며 “북한 역시 (민간 교류는)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런 것들이 선행되고 북한에서도 거부를 안 하면 결국 그것은 남북 교류를 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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