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고가·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을 높이고 고령자의 지방 이주에는 세제 혜택을 주는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강남권 고령층의 주택 처분이 늘어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기간 주택을 보유했지만 소득은 상대적으로 적은 이른바 ‘고자산 저소득’ 고령층을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매도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지방으로 이주하는 고령 1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하는 방안이 포함되면서 수도권 고가주택의 매물 출회를 유도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는 수도권 주택을 처분하고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는 고령층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장기 보유보다 실제 거주를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공제체계를 재편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령 1주택자 지방 이주 시 양도세 감면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적용을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65세 이상 고령 1주택자가 수도권 주택을 처분한 뒤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면 2027년에는 양도세의 50%를 최대 5억 원까지 감면한다. 2028년에는 감면율을 30%, 한도를 3억 원으로 적용한다.
지방 세컨드홈 과세 특례 대상도 확대한다. 광역시를 제외한 비수도권에서 공시가격 4억 원 이하인 주택을 취득할 경우 관련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60세 이상이면서 한 주택에서 5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의 종부세 납부를 주택 처분 때까지 미뤄주는 제도는 소득 요건을 확대한다. 당장 세금을 낼 여력이 부족한 고령층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다.
반면 종부세 세액공제는 단순 보유보다 실제 거주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개편한다. 고령자에 대한 연령공제는 유지하고 거주공제와 합산한 최대 공제율도 80%로 두되, 공제액 한도를 2027년 800만 원, 2028년 600만 원으로 제한한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보유와 거주 요소를 구분하는 방향으로 재편한다. 이에 따라 주택을 오랫동안 보유했더라도 임대 등의 이유로 실제 거주기간이 짧은 고령층은 유예기간 종료 이후 보유세와 거래세 부담이 함께 늘어날 수 있다.
종부세 납세자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
세제 개편이 단계적으로 시행되면 고가주택을 장기간 보유했지만 가처분소득이 적은 고령층을 중심으로 주택 처분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종부세 납세자 54만8천177명 가운데 60세 이상은 28만4천950명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60세 이상 납세자의 1인당 평균 종부세 납부액은 264만 원으로 전체 개인 납세자 평균인 241만 원보다 23만 원 많았다. 고령층이 종부세 납부 인원과 부담액에서 모두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앞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을 앞두고도 고령층을 중심으로 절세 목적의 주택 처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집합건물 매도자 9만8천67명 가운데 60대 이상은 3만9천662명으로 40.4%를 차지했다.
월별 60대 이상 매도자 비중은 올해 1월 37.1%에서 양도세 중과 적용이 임박한 5월 43.4%까지 상승했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가 48.4%, 서초구가 46.1%로 절반에 가까웠다.
강남권 고가주택 매물 확대 가능성
부동산업계에서는 지방 이주에 따른 양도세 감면과 종부세 공제 한도 축소가 함께 시행되면 강남권을 비롯한 수도권 고가주택 시장에서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고가 다주택자뿐 아니라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종료를 앞둔 사업자와 강남권 주택을 장기간 보유한 고령층, 지방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투자자 등이 매도를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65세 이상 고령 1주택자는 양도세 감면 혜택을 활용해 수도권 주택을 처분하고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세제 개편안이 현실화하면 주택시장 매물 확대 효과가 예상된다”며 “세금 부담이 커지는 고가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강남권 주택을 장기 보유한 고령 다주택자뿐 아니라 지방 이주 감면 혜택을 고려하는 일부 고령 1주택자의 수도권 주택 매도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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