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동연락사무소
지난 17일 북한이 공개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 ©TV 화면 캡쳐

북한이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따른 손해 446억여 원을 대한민국 정부에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우리 정부가 북한 당국을 상대로 직접 제기한 첫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판사 김형철)는 16일 대한민국 정부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 판결했다. 정부가 2023년 6월 소송을 제기한 지 약 3년3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북한이 정부에 446억2641만722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소송 비용 역시 북한이 부담하도록 했으며, 정부가 판결을 가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

북한이 재판에 응하지 않으면서 소송은 소장과 관련 서류를 공시송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시송달은 소송 서류를 상대방에게 직접 전달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이 일정한 절차를 거쳐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 정부 “폭파로 국가 소유권 중대하게 침해”

재판부는 구체적인 판단 이유에 대해 “청구 원인 및 준비서면 기재와 같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부가 소송 과정에서 제시한 북한의 책임과 손해배상 청구 사유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재판부에 제출한 청구원인서에서 김여정 당시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와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을 근거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실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력적인 방식으로 폭파·해체”한 행위가 대한민국 정부의 소유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헌법이 규정한 평화통일의 원칙과 남북 간 합의를 근거로 북한의 폭파 행위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 전문에는 ‘평화적 통일의 사명’이 명시돼 있으며,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이 통일을 지향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추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남북 간 상시 연락과 협의를 위해 마련된 시설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연락사무소 건물을 “평화통일을 위한 상호 간 신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징표”라고 규정하면서, 폭파가 판문점 선언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 “남북 간 단순한 약정을 위반한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 간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며 평화통일 원칙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 연락사무소·종합지원센터 피해액 446억여 원

정부가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폭파 피해를 입은 건물의 국유재산 장부가액에 감가상각 등을 반영해 산정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의 피해액은 약 101억8000만 원, 폭발로 피해를 입은 인접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는 약 344억5000만 원으로 평가했다. 이를 합한 손해액은 총 446억여 원이다.

정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중단하고 국가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2023년 6월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합의한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같은 해 9월 개성공단에 설치됐다. 남북 당국자들이 상시적으로 연락하고 각종 현안을 협의하기 위한 창구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북한은 2020년 6월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은 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다. 당시 폭발로 인접한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도 피해를 입었다.

◈ 판결 확정돼도 실제 배상 집행은 과제

이번 판결은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을 피고로 직접 제기한 첫 손해배상 소송에서 나온 판단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그동안 국군포로나 북한이탈주민 등 개인이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는 있었지만 정부가 직접 원고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배상금을 받아내는 문제는 별개다. 북한이 재판에 응하지 않았고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할 가능성도 낮아, 현 상황에서 북한을 상대로 판결을 강제 집행할 현실적인 수단은 제한적이다.

북한이 항소하지 않을 경우 이번 판결은 그대로 확정된다. 판결이 확정되면 정부가 보유한 손해배상 채권의 소멸시효를 연장하고 국가채권을 보전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당초 재판부는 지난달 12일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통일부가 판결 이후 조치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선고기일 연기를 요청하면서 16일로 미뤄졌다.

통일부는 판결 직후 “정부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남북대화가 재개돼 모든 남북 간 문제가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기독일보 #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