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한 병력의 대규모 손실에도 추가 파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경제적 대가를 확보하고 현대전 경험을 쌓는 동시에 외교적 입지도 넓히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BBC는 13일(현지 시간) 분석 기사에서 북한이 파병을 지속할 배경으로 경제·군사적 이익과 지정학적 변화를 꼽았다. 병력이 부족한 러시아와 파병을 통해 실익을 얻으려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2024년 말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지역에 약 1만3000명을 보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군사정보국(HUR)은 이 가운데 3000명이 전사하고 1500명이 부상한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은 정확한 전사자 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군과 북한산 무기가 러시아의 전쟁에 다시 대규모로 투입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지난달에는 북한군 배치 규모가 최대 5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언급한 3만 명보다 늘어난 수치지만, 실제 추가 파병이 확인된 규모는 아니다.

◈ “북한군 8500명 러시아 잔류”… 쿠르스크 국경 방어

HUR은 현재 러시아 영토에 남아 있는 북한군을 약 8500명으로 추산했다. 이들은 4개 여단으로 편성돼 러시아군 ‘북부집단군’ 소속으로 활동하며 쿠르스크 지역의 국경 방어를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HUR은 BBC에 보낸 성명에서 “이들은 현재 적극적인 전투 작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군 부대가 우크라이나의 일시 점령 지역에서 활동하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북한군 상당수가 러시아에 남아 우크라이나의 추가 반격에 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돈바스 지역에 일부 북한 공병이나 노동 인력이 있을 가능성은 있지만, 전투 병력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BBC는 쿠르스크 파병이 북한의 역대 해외 전투 병력 파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북한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당시 이집트에 군인과 교관 등 약 1500명을 보냈으며, 1960년대 후반에는 조종사 87명이 베트남전에서 북베트남을 지원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파병은 과거 사례를 크게 웃도는 만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도 상당한 부담을 수반한 결정이었다고 분석했다.

◈ 초기 돌격 전술로 큰 희생… 드론전 경험 축적

러시아에 투입된 북한군은 최정예 부대인 폭풍군단 출신이었다. 우크라이나군은 2024년 11월 북한군과 교전했으며, 이듬해 1월 처음으로 북한군 포로를 생포했다. 파병 사실을 인정하지 않던 북한과 러시아는 2025년 4월 이를 공식 확인했다. 당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북한군의 “영웅적 행동”을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제95공중강습여단 소속으로 ‘술탄’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병사는 2024년 말 쿠르스크에서 북한군과 싸운 경험을 전했다. 그는 북한군이 대규모 공격조를 먼저 투입한 뒤 같은 진지에 15~20명씩 병력을 계속 보냈다고 설명하며 이들을 ‘총알받이’에 비유했다.

술탄은 북한군이 끊임없이 움직인 점은 일정한 이점이 됐지만 결정적이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북한군과 러시아군 사이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보였고 장비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전투 후 북한군 시신에서 신분증이나 개인 소지품을 찾으려 했지만 탄약만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BBC는 북한군이 포로가 되기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전했다. 부상한 북한군 병사가 우크라이나군의 접근에 김정은의 이름을 외친 뒤 자폭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는 내용이다.

양 연구위원은 북한군, 특히 폭풍군단 병력의 전투 의지가 강하다면서도 “열정이 효율적인 전투 능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쿠르스크 작전 초기 많은 희생을 치렀지만 현대 드론전의 교훈을 배웠다”고 분석했다. 북한군은 이후 전술을 개선하며 러시아군이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BBC 코리아는 기념관 자료 등을 토대로 북한군 전사자를 약 2300명으로 추산했다. HUR이 제시한 3000명과는 차이가 있으며, 두 수치 모두 추정치다.

◈ “무기 수출·파병 수익 100억 달러”… 대중 의존도 완화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하고 병력을 파견해 얻은 수익을 약 100억 달러로 추산했다. 북한은 병력 제공의 대가로 식량과 석유, 경화 등을 확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연구위원은 북한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약 300억 달러로 추정하며 “2년 반 동안 무기 수출과 파병으로 연간 GDP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벌어들인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처럼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에는 상당한 효과라는 평가다.

BBC는 북러 협력이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대북 제재를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는 가운데 러시아와의 협력은 북한에 별도의 경제적·외교적 통로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세 정상이 공개석상에서 처음 만난 장면으로, BBC는 이를 북한이 중국에만 의존하던 외교에서 벗어나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했다.

임 연구위원은 이를 “중대한 지정학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과거 북한은 고립으로 어려움이 커지면 한국과 일본, 특히 미국에 관계 정상화를 타진했지만, 러시아와 가까워진 이후 김 위원장은 신냉전과 다극체제의 도래를 주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BBC는 경제·군사적 필요에서 출발한 북러 협력이 장기적으로 심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 위원장이 올해 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김일성과 김정일도 이루지 못한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한 점도 이러한 자신감과 연결해 해석했다.

◈ 추가 파병에 외교적 부담… 우크라이나, 한국에 군사지원 요청

북한군 러시아 추가 파병에는 외교적 부담도 따른다. BBC는 북한군 전투 병력이 지금까지 러시아 본토에서 활동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우크라이나 영토나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의 전투에 투입될 경우 파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비살상 지원을 해온 한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지목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에 첨단 군사장비, 특히 방공시스템 지원을 요청해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6월부터 러시아 보로네시 지역에서 북한군 수용 준비가 진행되고 있으며, 북한이 추가 탄도무기 이전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7월 대국민연설에서 “러시아는 북한이 현대전을 배우고 무기를 개선하며 실제 전투 경험을 쌓도록 돕고 있다”며 “이는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에 있는 아시아 모든 국가에 위협이 된다”고 강조했다.

◈ 생포 북한군 2명, 한국행 요청… 거취는 미정

BBC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생포된 북한군은 2명이다. 쿠르스크 전투에 투입된 북한군이 1만1000~1만4000명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은 수치다. 두 사람 모두 생포 당시 자발적으로 항복하려던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백평강’이라는 가명을 사용한 병사는 MBC 인터뷰에서 “조선인민군 병사들에게는 포로가 되는 것 자체가 범죄”라고 말했다. 그는 드론 공격으로 다친 뒤 나흘 동안 쓰러져 있다가 발견됐으며, 생포 당시 우크라이나군을 러시아군으로 착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강은’이라는 가명의 병사는 팔과 턱에 심한 부상을 입고 거의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발견됐다. 그는 살아남은 데 죄책감을 느낀다며 당시 스스로 목숨을 끊을 무기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은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으며 한국으로 보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도 수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들의 한국 인도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BBC에 따르면 북한은 두 사람의 송환을 요구하지 않았으나 러시아는 송환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는 한국에 군사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포로들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강제송환 금지에 관한 인권 의무를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병력 필요한 러시아와 실익 얻는 북한… 파병 지속 가능성

BBC는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추가로 보낼 가능성을 높게 봤다. 북한에는 파병의 경제적·정치적 가치가 크고, 러시아에는 전선의 병력 부족을 메울 인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전면 침공 이후 4년 반 동안 전쟁을 이어온 러시아는 병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방과 우크라이나 정보기관들은 러시아의 월간 병력 손실이 신규 모집 인원보다 약 6000명 많은 것으로 추정했다.

러시아는 부족한 병력을 채우기 위해 북한뿐 아니라 콜롬비아와 케냐, 카메룬 등지에서 온 외국인 전투원에도 의존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북한군 추가 투입 가능성 역시 이러한 병력 수급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설명이다.

BBC는 북러 관계를 서로 이익을 주고받는 동맹으로 평가했다. 북한이 러시아의 전쟁에 병력을 계속 제공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 대가가 충분한 실익으로 이어지는 동안에만 파병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군 #러시아 #우크라이나 #러우전쟁 #북한군파병 #기독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