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7년도 총지출을 올해보다 93조원 늘어난 820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미래 전략기술, 청년 지원, 지역균형발전 등에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1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7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내년도 총지출은 올해 본예산보다 12.8% 증가한 규모다.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와 AI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반도체에 이은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교육과 일자리, 자산 형성, 주거, 혼인·출산 등을 성장단계별로 지원하고 지방 투자 확대와 취약계층 지원을 통해 ‘K자형 양극화’에도 대응하기로 했다.

◈총수입 880조8000억원…미래대응기금 신설

정부가 편성한 2027년 총수입 예산은 880조8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205조6000억원인 30.4% 증가했다. 국세수입은 584조4000억원으로 49.8%, 세외수입은 296조4000억원으로 4.0% 각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도 총지출 가운데 예산 지출은 505조원, 기금 지출은 315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각각 4.9%, 28.2% 증가했다. 수입 증가 폭이 지출 증가 폭을 웃돌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 3.9%에서 내년 0.1%로 낮아질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51.6%에서 48.3%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세수의 급격한 변동에 대비하고 증가한 세수를 생산적인 분야에 활용하기 위해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한다. 최근 10년간 내국세 추세선을 웃도는 추가 세수를 기금에 적립하는 방식이다.

내년도 추가 세수 가운데 162조3000억원을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하고, 이 중 45조4000억원을 청년과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입한다. 기금 재원을 활용해 국채 신규 발행 물량도 12조5000억원 줄인다. 나머지 104조4000억원은 여유자금으로 비축해 향후 재정 여력이 부족하거나 긴급한 재정 수요가 발생할 때 활용하기로 했다.

◈3대 메가프로젝트·AI에 21조3000억원 투입

정부는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해 3대 메가프로젝트와 AI 분야에 대한 투자를 올해 10조8000억원에서 내년 21조3000억원으로 97.2% 확대한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2조6000억원 규모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회계’를 신설한다. 용인·평택 반도체 생산시설의 조기 가동을 위한 기반시설에 1000억원을 투입하고, 서남권 반도체클러스터의 신속한 착공에는 1조5000억원을 지원한다. 전력 인프라에는 881억원, 서남권·충청권 산업단지 용수 공급에는 1277억원을 배정했다.

AI 모델 고도화에는 4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 장을 확보하고 데이터와 전문 인재를 집중적으로 지원해 독자 AI 모델을 기반으로 한 ‘모두의 AI’를 개발하고 대국민 서비스에 활용할 계획이다.

미래 성장동력 관련 투자도 올해 51조2000억원에서 내년 62조8000억원으로 22.7% 늘린다. 우주항공과 바이오, 모빌리티, 원자력, 방산 등 10대 전략기술 분야에 15조원을 투입하고, 소형모듈식원자로(SMR)와 핵융합, 양자, 첨단바이오 등 7대 미래선도기술 분야에는 39조5000억원을 배정했다. 재생에너지 보급 예산도 9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으로 두 배 확대한다.

◈청년 지원 예산 43조3000억원으로 확대

청년 지원 예산은 올해 28조2000억원에서 내년 43조3000억원으로 53.5% 확대한다. 교육과 일자리, 자산, 주거, 혼인·출산·양육, 생활·문화 등 청년의 성장단계에 맞춘 종합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청년들의 AI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와 K-뉴딜아카데미 등 첨단 분야 직업훈련을 두 배 확대한다. 현장 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인턴학기제를 통해 대학생 6만 명에게 졸업 전 첫 취업경력을 제공하고, 창업안심보험을 신설해 창업 초기 청년에게 보험료의 최대 80%를 지원한다.

자산 형성 지원책으로는 출생 이후 18세까지 연간 최대 120만원을 지원하는 ‘우리아이자립펀드’를 신설한다. 청년미래적금은 소득요건을 폐지해 모든 청년이 가입할 수 있도록 개편한다.

청년 공공임대주택은 10만6000호를 공급한다. 비아파트 구매를 지원하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신설하고, 청년주택드림청약통장의 가입 연소득 기준은 5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완화한다. 혼인지원금과 출산지원금, 아동기본수당으로 구성된 ‘저출생 대응 3종 패키지’도 도입한다.

◈지역균형발전 예산 33조원…취약계층 지원 강화

국토 대전환과 지방 주도 성장에 투입되는 예산은 올해 16조1000억원에서 내년 33조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5극3특 초광역권을 지원하기 위한 지역균형발전 특별회계 초광역계정에는 2조8000억원을 편성했다.
027학년도 신입생부터 지방 국립대 학생에게 등록금 전액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지원한다.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의 민생 안정을 위한 예산은 올해 10조원에서 내년 15조4000억원으로 확대한다. 이 가운데 7000억원을 투입해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의 장기 연체 채무를 특별 조정한다. 농어촌기본소득 시행 지역도 기존 17곳에서 35곳으로 늘리고 정부 보조율을 높인다.

복지 지원의 기준이 되는 기준중위소득은 역대 최대 폭인 6.7% 인상한다. 노인 일자리는 115만 개에서 118만 개로 확대해 저소득층과 고령층의 소득 지원을 강화한다.

◈2030년 정부 총지출 1000조원 돌파 전망

분야별 예산은 보건·복지·고용 289조원, 일반·지방행정 149조원, 교육 110조7000억원, 국방 73조3000억원 등이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는 29.7% 늘어난 41조2000억원, 문화·체육·관광 분야는 20.4% 증가한 11조6000억원을 편성했다.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정부 총지출은 올해 727조9000억원에서 연평균 8.4% 증가해 2030년 1005조2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다만 총지출 증가율은 2027년 12.8%에서 2028년 9.0%, 2029년 7.0%, 2030년 5.0%로 단계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027년 0.1%에서 2028년 1.5%, 2029년 2.5%, 2030년 2.9%로 높아질 전망이다. 국가채무비율도 2027년 48.3%에서 2030년 49.0%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은 단년도로 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추세를 봐야 한다”며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 우리가 더 주목해야 될 지점이다. 또 한편에서는 성장의 과실이 취약계층 등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어 “내년도 적극적인 재정 투자를 통해서 ‘V자형’ 경제 회복을 보다 공고히 견인해야 한다는 의미를 부여했다”며 “‘성장주도형 재정 선순환 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거냐가 가장 궁극적이고 본질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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