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읽는 성경은 번역본이다. 번역은 하나님의 말씀을 우리 언어로 전해주는 귀한 통로지만, 때로는 히브리어 원어가 품고 있는 이스라엘의 역사와 문화, 삶의 방식과 신앙의 깊은 흔적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신간 『서 있는 아브라함, 서 있는 여호와』는 번역된 문장의 표면을 뚫고 들어가, 히브리어 어근과 의미를 통해 성경의 본뜻과 구속사의 흐름을 짚어내는 입체적인 성경 안내서다.
번역본이라는 ‘흑백사진’을 천연색으로 바꾸다
이 책은 성경을 번역본으로만 읽는 것을 “활기차고 다채로운 현실의 흑백사진을 보는 것”에 비유한다. 친숙한 인사말인 ‘샬롬’ 하나에도 번역만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방대한 의미가 숨어 있다.
저자는 원어를 알아간다는 것이 단순히 새로운 외국어 단어를 외우는 일이 아님을 강조한다. 이는 다른 사람의 해석에 의존하던 수동적인 신앙에서 벗어나, 살아 숨 쉬는 말씀의 원형과 직접 대면하는 일이다. 원어를 이해함으로써 기존의 믿음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뿌리가 비교할 수 없이 깊어지는 경험을 제공한다.
20가지 원어 주제로 꿰어낸 구속사의 파노라마
단순한 단어 뜻풀이에 머물지 않고, 하나의 단어에서 출발해 거대한 구속사의 흐름으로 사유를 확장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총 20개의 흥미로운 주제가 담겨 있다.
◆무화과를 뜻하는 ‘테에나’와 여름을 뜻하는 ‘카이쯔’
◆“그는 나보다 옳도다”라는 유다의 고백에 숨은 의미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두 명의 ‘하노크’
◆안식일을 가리키는 ‘샤바트’
◆책의 제목이기도 한 ‘서 있는 아브라함’과 ‘서 있는 여호와’
나아가 성경 속 파렴치해 보이는 사건들의 이면을 살피고, 아합 시대에 파송된 ‘하나님의 사람(이쉬 하엘로힘)’들이 어떻게 장차 오실 예수 그리스도의 예표가 되는지를 짚어낸다. 창세기부터 이어지는 하나님의 언약이 히브리 사상과 성경신학적 통찰을 통해 정교하게 조화를 이룬다.
번역을 지나쳐 하나님 말씀의 충만한 깊이를 온전히 맛볼 준비가 되었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말씀을 더 넓고 깊게 이해하고자 고뇌하는 신학생과 목회자는 물론, 진지하게 성경의 본뜻을 탐구하고자 하는 모든 성도에게 경이로운 히브리 원어의 세계를 열어주는 훌륭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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