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파키스탄의학연구소(PIMS)에서 근무하는 기독교인 간호사 라지아 노린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파키스탄의학연구소(PIMS)에서 근무하는 기독교인 간호사 라지아 노린(Razia Noreen)의 모습. 그는 병원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당시 영아 한 명을 구한 용기와 헌신적인 행동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Social Media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한 국립 병원 신생아실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신생아 14명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참사 속에서 화마가 병동을 집어삼키는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한 명의 아기를 극적으로 구조해 낸 기독교인 간호사가 파키스탄 전역에서 국가적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8월 3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지난 주말 성명을 통해 화재 현장에서 헌신적인 구조 활동을 펼친 라지아 노린 간호사에게 파키스탄 국가 최고 민간 훈장 중 하나인 '시타라이히드마트'를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그녀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용기를 기리기 위해 1000만 파키스탄 루피(미화 약 3만 5850달러)의 특별 포상금을 함께 지급할 것을 지시했다.

이번 파키스탄 병원 화재 참사는 지난 8월 26일 오전 7시경 이슬라마바드에 위치한 파키스탄 의학연구소(PIMS) 병원 모자보건 병동에서 발생했다. 무스타파 카말 연방 보건부 장관의 현장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병동 내 에어컨 장치가 폭발하면서 시작된 불길은 고농도의 산소가 공급되고 있던 신생아실 내부로 순식간에 번져나갔다.

에어컨 폭발로 신생아실 순식간에 불바다… 목숨 건 극적 구조

CDI는 당시 신생아실에 총 15명의 아기들이 입원해 있었다고 밝혔다.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노린 간호사는 신속하게 화재 현장으로 뛰어들어 한 명의 생명을 무사히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거센 불길과 유독 가스로 인해 안타깝게도 나머지 14명의 아기들은 모두 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샤리프 총리는 화재가 병동 전체를 완전히 집어삼키기 직전 위험을 무릅쓰고 아기의 생명을 구한 노린 간호사의 모범적인 책임감과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 총리는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 그녀의 모습에 파키스탄 온 국민이 큰 감동을 받았으며, 이러한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의료진은 국가 차원의 최고의 예우를 받아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적 영웅으로 칭송받게 된 노린 간호사는 정부의 포상 발표 직후 현지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부의 인정에 깊은 감사를 표하면서도 간호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본분을 다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생명을 구하는 것이 간호의 최우선 가치이자 본질인 만큼, 누구에게 특별한 은혜를 베푼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직업적 의무에 충실했다는 설명이다.

"간호사의 당연한 본분 다했을 뿐"… 끝내 구하지 못한 생명에 비통함

CDI는 노린 간호사가 끝내 화마에서 구하지 못한 14명의 아기들을 언급할 때 짙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그날의 참혹했던 비극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화재 당시 아이들에게 약을 투여하고 있던 찰나 에어컨에서 갑자기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고, 다른 아이들도 모두 대피시키고 싶었으나 불길이 너무 빠르게 번져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전했다.

파키스탄 사회 내 소수 종교인인 기독교인 간호사의 헌신에 현지 기독교 지도자들과 무슬림 모두가 종교의 벽을 넘어 한목소리로 찬사를 보내고 있다. 펀자브주 의회의 기독교인 의원인 에자즈 알람 어거스틴은 노린 간호사의 이타적인 봉사가 파키스탄은 물론 전 세계 기독교 공동체에 큰 자부심을 안겨주었다고 평가했다. 현지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도 파키스탄 네티즌들이 화재 당시 급박했던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영상을 공유하며, 자신의 안전보다 환자의 생명을 앞세운 그녀를 진정한 의료인의 표상이라고 칭송하고 있다.

종교 벽 허문 전 국민적 찬사 속 병원 책임자 엄벌 착수

한편,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병원 당국을 향해서는 강도 높은 문책과 수사가 시작됐다. 샤리프 총리는 즉각 무함마드 이크발 PIMS 병원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병원 핵심 관계자 8명에 대해 직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또한 수사 당국에 이번 파키스탄 병원 화재 참사와 관련된 안전 관리 태만이나 과실이 드러날 경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강력한 형사 처벌 절차에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범죄적 수준의 직무 유기에 대해서는 어떠한 선처나 관용도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번 화재는 최근 몇 년간 파키스탄 내에서 발생한 의료 시설 재난 중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파키스탄의 국립 병원들은 국민들에게 저렴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고질적인 병상 부족과 열악한 재정 상황에 시달려 왔다. 특히 노후화된 인프라 방치와 안전 불감증이 이번 대형 참사를 키웠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파키스탄 정부의 전반적인 공공 의료 시설 안전 점검과 시스템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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