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지아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가 주관한 생명윤리 세미나가 27일 국회의원회관 제2 소회의실에서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양심적 거부: 그 의미와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낙태와 안락사 등 생명윤리와 관련한 의료행위를 둘러싸고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의료인의 양심의 자유가 충돌할 수 있는 상황을 살펴보고,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양심적 거부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개회식에서는 오석준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한지아 의원, 구요비 주교(서울대교구 총대리)가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이동섭 교수(대구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 임선희 박사(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신동천 교수(한동대학교 국제법률대학원)가 각각 발제했다.
이동섭 교수는 ‘자기결정권과 양심의 의무’라는 주제로 인간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에 대한 이해를 다뤘다. 이 교수는 자기결정권이 인간에게 중요한 가치이지만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을 해치거나 빼앗을 자유와 권리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인간의 자유는 진리와 선을 향할 때 본래의 의미를 온전히 실현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심은 ‘무차별적인 자유’에 따른 선택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아니라 인간이 진리와 선을 인식하고 실천하도록 이끄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낙태와 안락사와 관련해 양심에 반하는 의료행위를 요구받는 경우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양심적 거부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임선희 박사는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양심적 거부권의 의미와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특정 의료행위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문제와 이를 모든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문제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국가의 규제에 관한 문제인 반면, 후자는 의료인의 양심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 의료기관의 자율성과 정체성, 환자의 의료 접근권이 충돌하는 문제라는 설명이다.
임 박사는 현행 의료법 제15조와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등에 따라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낙태와 안락사가 합법화되고 건강보험 적용까지 이뤄질 경우, 해당 의료행위를 양심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의료인이 이를 거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양심적 거부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양심과 개인적 신념 때문에 산부인과 진입을 꺼리는 의료인이 늘어날 수 있고, 종교적·윤리적 가치에 따라 설립·운영되는 의료기관의 정체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양심적 거부권을 인정하더라도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실행에 협조한다면 의료인의 양심과 환자의 의료 접근권을 조화시킬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신동천 교수는 ‘의료인 및 의료시설을 위한 종교적 면제조항: 미국 연방법과 주법 법리의 역사와 현재’라는 주제로 미국의 종교적 면제조항과 관련 법제의 변화를 소개했다.
신 교수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종교의 자유 관련 판례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미국 의회가 종교자유회복법(RFRA)을 제정하고, 낙태 및 불임수술과 관련해 의료인과 의료기관을 보호하는 처치 수정안(Church Amendment), 코츠-스노 수정안(Coats-Snowe Amendment), 웰던 수정안(Weldon Amendment) 등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했던 Roe v. Wade 판결을 뒤집은 Dobbs v.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 판결 이후 각 주가 낙태와 관련한 종교적 보호조항을 서로 다르게 마련하고 있다며,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의료행위 거부를 둘러싼 법적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는 홍석영 교수(경상국립대학교 사법대학)가 좌장을 맡고 이명진 원장(의료윤리연구회 초대 회장), 박병태 교수(가톨릭보건의료경영대학원), 방종우 교수(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김경아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간호학과)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명진 원장은 논찬에서 의료인의 양심적 거부권을 “기득권의 특혜가 아니라, 태아와 말기 환자의 생명권을 지키고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수호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강조했다.
또한 대한의사협회 의사윤리강령과 의사윤리지침, 2025년 채택된 KMA POLICY의 ‘의사의 정당한 진료 거부’ 조항 등을 근거로 개인의 종교적·도덕적 신념에 반하는 의료행위에 대해 정당한 진료 거부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구체적인 입법 과제로 현행 의료법 제15조의 ‘정당한 사유’에 의료인의 직업윤리와 도덕적·종교적 양심에 반하는 의료행위 요청을 포함하고, 정관과 윤리규정 등을 통해 생명 수호의 설립 목적을 명시한 의료기관의 양심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의료인·간호사·약사·의대생 등 보건의료 인력이 수련·고용·면허 유지 과정에서 양심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포괄적인 ‘보건의료 종사자 양심보호법’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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