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하웰 박사
리처드 하웰 박사. ©Christian Post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리처드 하웰 박사의 기고글인 ‘오랜 침묵 끝에 인도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법적으로 맞서고 있는가'(How India's Christians are fighting back legally after long silence)를 8월 26일(현지시각) 게재했다.

리처드 하웰 박사는 케일럽 인스티튜트(Caleb Institute)의 설립자이자 총장이다. 그는 1977년에 설립된 하나님의 복음주의 교회(Evangelical Church of God)의 의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수년 동안 인도의 많은 기독교 기관들은 보이지 않는 두려움 속에 놓여 있었다. 교회와 교육기관, 자선단체, 기독교 지도자들은 정부 조치에 직면할 때마다 공개적인 대응보다 침묵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이러한 경향이 특히 해외기부금규제법(FCRA)을 둘러싼 문제에서 두드러졌다. 그들의 판단은 어느 정도 이해할 만했다.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더 강한 감시를 받을 수 있고, 행정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법정으로 가는 순간 정부와의 전면적인 대립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인도 기독교인들과 여러 시민사회 단체들이 정부의 결정을 정중하게 문제 삼는 것이 곧 반역이나 불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점차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정당한 시민권의 행사에 가깝다.

최근의 한 사례는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뭄바이 고등법원은 고아 및 다만(Goa and Daman) 대교구 소속 두 단체의 FCRA 등록 취소 처분과 관련해, 이들의 이의 제기가 심리되는 동안 해당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동시에 기독교 단체와 교회 지도자, 정치인, 시민사회 단체들은 2026년 FCRA 개정안의 여러 조항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결국 정부는 추가 검토를 위해 법안을 의회 합동위원회에 회부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해외기부금 규제 문제를 넘어선다. 오랫동안 기독교 기관들을 짓눌러왔던 심리적 장벽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너무 오랫동안 두려움은 행정 조치에 대한 가장 안전한 대응이 침묵이라고 믿게 만들었다. 그러나 입헌 민주주의는 침묵하는 시민보다 책임감 있게 참여하는 시민을 필요로 한다.

물론 해외기부금을 규제하는 것 자체가 본질적으로 잘못된 일은 아니다. 인도 정부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부적절한 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FCRA 규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규제와 책임은 반드시 양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 등록이 취소되거나 갱신이 거부됐을 때, 또는 행정 명령이 자의적이거나 과도하다고 판단될 때 사법부의 판단을 구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오히려 인도 스스로가 세운 헌법기관에 판단을 요청하는 정당한 절차다.

이 차이를 분명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원은 외국 기관이 아니다. 철저히 인도의 제도다. 헌법 역시 외부에서 강제로 이식된 방해물이 아니라, 인도 시민들이 자유로운 공동체로 살아가기 위해 마련한 근본적인 통치 원리다.

그렇기에 기독교인들은 맹목적인 순응과 적대적인 대결이라는 잘못된 양자택일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 사이에는 또 하나의 길이 있다. 바로 용기 있는 헌법적 참여다.

순복과 굴종은 같은 것이 아니다

기독교 신학 역시 이러한 참여를 정당화할 충분한 근거를 제공한다. 사도 바울은 성도들에게 통치 권력에 순복하라고 권면했고(롬 13:1-7), 베드로 역시 공권력을 맡은 자들을 존중하라고 가르쳤다(벧전 2:13-17).

그러나 같은 성경에는 왕 앞에서 진실을 말한 선지자들, 헤롯을 책망한 세례 요한, 그리고 권력자들 앞에서 “사람보다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 마땅하니라”(행 5:29)고 선언한 사도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정부에 대한 성경적 존중은 결코 정치적 굴종을 의미하지 않는다. 교회는 집권세력의 부속기관이 되어서도 안 되고, 반대로 야당의 정치적 도구가 되어서도 안 된다. 교회의 소명은 그보다 더 무겁다. 진실을 말하고, 정의롭게 행동하며, 권력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FCRA를 둘러싼 현재의 논쟁은 단순히 기독교 기관의 생존 문제를 넘어선다. 그것은 교회가 민주주의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 것인가를 묻는 문제다.

2026년 발의된 개정안은 특히 FCRA 등록이 취소되거나 자진 반납되거나 효력을 잃은 기관의 자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와 관련해 상당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양쪽의 구호나 선동이 아니라 의회의 면밀한 검토와 공개적인 토론을 필요로 한다.

법안이 의회 위원회로 회부된 것도 그런 의미에서 건설적인 조치라 할 수 있다. 의회의 감독, 시민들의 의견 표출, 법적 이의 제기는 민주주의가 실패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징후일 수 있다.

두려움과 분노를 모두 경계해야 한다

인도 기독교인들이 경계해야 할 유혹은 두 가지다.

첫째는 두려움이다. 침묵만이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러나 침묵은 때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권력의 자의적인 행사를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둘째는 분노다. 정부의 모든 불리한 조치를 곧바로 종교 탄압으로 규정하는 태도다. 모든 행정 조치가 박해인 것은 아니며, 기독교 기관 역시 다른 시민단체와 마찬가지로 법적·재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두 반응 모두 교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다. 합법적인 구제 절차를 밟고, 관련 문서를 철저히 남기며, 재정 관리는 어떤 외부 감사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투명하게 유지해야 한다.

정부 조치가 정당하다면 기독교 기관은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바로잡아야 한다. 반대로 그 조치가 법적 근거를 벗어났거나 과도하다고 판단된다면, 평화롭고 당당하게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이것이 책임 있는 시민 참여다.

위기가 오기 전에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독교 지도자들은 위기가 닥친 뒤에야 움직이는 습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헌법적 소양(literacy)은 이제 기관 리더십의 필수 역량이 되어야 한다.

교회와 기독교 단체에는 유능한 변호사와 회계사, 투명한 거버넌스 시스템이 필요하다. 관련 법률을 이해하고 규정 준수 체계를 마련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법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동시에 더 넓은 시민사회와의 연대도 중요하다. 기독교 단체가 자신의 자유를 지키는 일에만 관심을 갖고 다른 종교나 시민집단의 자유에는 무관심하다면, 그 자유는 결국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자유는 선택적으로 지켜질 수 없다. 어떤 공동체가 자신의 권리가 침해될 때에만 헌법을 찾는다면, 언젠가 그 헌법은 아무도 제대로 지켜주지 않는 문서가 될 수 있다. 기독교인은 자신의 자유뿐 아니라 다른 이들의 양심과 종교의 자유 역시 같은 원칙으로 옹호해야 한다.

두려움의 장벽에 금이 가고 있다

지금 인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 가운데는 분명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 오랫동안 견고해 보였던 두려움의 장벽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속삭이기만 하던 사람들이 이제 공개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행정부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던 기관들이 법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시민들은 정중한 이견 제시가 반역이 아니며, 사법 심사를 요청하는 것이 국가에 대한 적대 행위도 아니고, 정부에 공권력 행사의 근거를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곧 반국가적 행동을 의미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배우고 있다.

기독교인의 대응은 섣부른 승리주의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한 단계 더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정부를 두려워하지 않되 존중하고, 양심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협력하며, 정당한 규제에는 순응하되 질문할 권리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다. 그리고 정의가 요구할 때에는 헌법이 허용하는 모든 구제 수단을 평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책임감 있게 진실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할 때 약해진다. 반대로 시민들이 법과 제도를 신뢰하면서도 권력에 질문할 용기를 가질 때 더 강해진다.

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침묵이나 분노가 아니라 진실과 용기, 투명성과 책임으로 응답할 때, 교회는 하나님과 국가 모두를 더 성숙하게 섬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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