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 기후의 뜨거운 우기를 지나며 도미니카공화국에 머물고 있다. 카리브해 히스파니올라섬 동쪽 내륙의 작은 마을, 맨발로 골목을 뛰노는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반겨주는 곳이다. 이곳 촌락의 작은 교회는 오늘 하루 동안 이웃들을 위한 진료소가 된다. 강단을 비우고 이불을 여러 겹 걸어 임시 칸막이를 세우는 손길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때 한 중년 남성이 특이한 모양의 목발에 의지한 채 천천히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오랫동안 한쪽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한 듯, 한 걸음 한 걸음이 몹시 위태롭고 힘겨워 보였다. 순간, 주님은 내가 그의 불편한 다리보다 이곳으로 부르신 하나님의 손길을 먼저 바라보게 하셨다. 종인 나 자신을 온전히 주님께 의탁하며 조용히 진찰을 시작했다. 손에 쥔 작은 침 자루와 부족한 의술이 전부였지만, 내가 드릴 수 있는 모든 마음을 담아 치료하며 나지막이 고백했다. “예수님을 구주로 믿으십니까? 그분께서 지금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그의 곁에 덩그러니 세워진 낡은 목발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모든 치료를 마친 뒤, 조심스럽게 그에게 권했다. “한번 걸어 보시겠습니까?” 그는 한동안 말없이 강단 아래 바닥만 바라보았다. 어쩌면 걷는 일 자체보다, 다시 딛고 내려서야 할 그 첫걸음이 더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마침내 그가 허공을 향해 한 발을 내디뎠다. 교회 바닥에 그의 발바닥이 온전히 닿는 순간, 그는 짚고 있던 목발을 번쩍 들어 올리며 외쳤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 침묵을 깨는 외침에, 진료소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의 입에서도 참았던 찬양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비좁고 누추했던 예배당 안이 순식간에 살아 계신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감사의 고백으로 가득 찼다.
하루의 진료를 모두 마칠 무렵, 사역을 돕던 동역자가 곁으로 다가와 벅찬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방금 전 그분이 목발도 없이 맨발로 집 마당에 걸어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고, 그의 아내가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에 주님의 깊은 울림이 찾아왔다. 나는 좁은 진료실에서 오직 눈앞의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처음부터 그의 무너진 ‘한 가정’을 바라보고 계셨던 것이다. 나아가 그 가정의 회복을 통해 마을 전체에 살아 계신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계셨다.
하나님의 섭리는 언제나 우리의 시선보다 넓고, 그분의 계획은 우리의 이해보다 깊다. 우리가 순종하는 자리에서는 그저 한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작은 순종의 통로를 통해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까지 일하고 계신다. 그렇기에 오늘도 내게 필요한 것은 상황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섭리에 대한 순종임을 배운다. 보이지 않으나 가장 완벽하게 일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신뢰하며, 내게 허락하신 그 길을 향해 오늘도 묵묵히 한 걸음을 더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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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