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대 고산지대의 뜨거운 공기에 감싸인 작은 산마을, 온두라스 오코탈(Ocotal)에 들어서고 있었다. 산자락 중턱에 자리한 한 모자원이 마치 오래전부터 정해진 만남을 기다리듯 고요히 서 있었다. 땀으로 옷이 젖을 만큼 험한 산길을 오르며 아슬아슬한 운전을 이어간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크고 작은 아이들이 두 줄로 가지런히 서 있었다. 아이들은 "빠빠 리" 선교사님의 신호.. 
한 사람을 넘어, 한 가정을 향하신 하나님의 섭리
아열대 기후의 뜨거운 우기를 지나며 도미니카공화국에 머물고 있다. 카리브해 히스파니올라섬 동쪽 내륙의 작은 마을, 맨발로 골목을 뛰노는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반겨주는 곳이다. 이곳 촌락의 작은 교회는 오늘 하루 동안 이웃들을 위한 진료소가 된다. 강단을 비우고 이불을 여러 겹 걸어 임시 칸막이를 세우는 손길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니고데모의 밤, 그리고 우리의 밤
깊은 밤, 예수님을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그는 평범한 이가 아니었다. 유대인의 지도자이자 율법을 가르치는 학자, 공회원. 세상의 잣대로 보면 하나님 나라에 가장 가까이 선 이처럼 보였을 니고데모다. 성경은 그의 마음속 질문을 세세히 기록하지 않으나, 주님 앞에서는 숨길 수 없는 깊은 영적 갈증이 있었음을 짐작게 한다... 
그곳에 가야 했던 이유
후덥지근한 열대의 아침 햇살을 뚫고, 당초 계획과 달리 먼 산골 마을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한 동네는 적막할 정도로 한적했다. 하루를 꼬박 지내도 환자 몇 명이나 찾아올까 싶은, 의료 봉사의 필요성조차 의심될 만큼 고요한 곳이었다. 방 한 칸을 빌려 임시 진료실을 꾸미는 분주한 손길 사이로, 내 마음 한구석에는 ‘왜 하필 이곳인가’ 하는 작은 의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비로소 처음 알게 될 ‘언약의 식탁’
선교지의 밤은 유난히 깊습니다. 낮 동안의 분주함이 잦아든 적막 속에서, 문득 먼저 떠나보낸 이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이 땅에서 더 이상 함께할 수 없게 된 이름들을 하나하나 마음으로 불러봅니다. 시간은 덧없이 흘렀어도 이별의 자리는 여전히 현재형의 그리움으로 남아 있음을 느낍니다... 
그를 먼저 보내신 이유
열대 건기의 뜨거운 햇볕이 마나과의 대지를 달구던 어느 날이었다. 니카라과 수도의 한 교회 목사실을 작은 진료소로 탈바꿈하며 개원 준비에 한창이었다. 무더위를 피하려 굳게 닫아둔 문밖으로, 지팡이를 짚은 채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는 한 노인의 모습이 보였다... 
창문 너머에 계신 주님
선교 현장에서 마주하는 시간들은 늘 예측 가능한 이야기로만 흐르지 않는다. 이해되지 않는 침묵이 있는가 하면, 설명되지 않는 만남과 사건들이 이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것들이 단순한 상황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 말씀 앞에 다시 서게 될 때마다 조금씩 다른 시선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가 걸어 들어오던 날
남미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흰 눈을 고깔처럼 뒤집어쓴 안데스산맥 아래, 겨울의 문턱에 선 어느 날이었다. 두꺼운 옷에 몸을 감싼 한 청년이 휠체어에 의지한 채 진료소로 들어왔다. 앳된 얼굴의 그는 고개조차 스스로 가누기 어려워 보였다. 태어날 때부터 안고 살아온 고통 때문인지, 두 다리에는 부목이 덧대어져 있었고, 혼자 힘으로 서 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의 눈빛에는 오래된 체념과 함께 아.. 
말하지 않은 믿음, 들리지 않는 순종
아브라함이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산으로 향하던 그 이른 새벽, 성경은 누군가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침묵합니다. 바로 이삭의 어머니, 사라입니다. 인류 구원사의 가장 극적인 장면인 아브라함과 이삭의 여정 속에서, 아들을 낳고 길러낸 어머니의 자리는 철저히 비어 있습니다. 우리는 그 거룩한 침묵 앞에 멈추어 서게 됩니다... 
메마른 땅에 흐른 생명의 걸음 – 보츠와나에서 드린 순종의 기록
남아프리카 고산지대, 메마른 칼라하리 사막을 품고 있는 보츠와나. 이곳의 츠와나 사람들은 척박한 사막을 떠나 모여 살아가지만, 그들의 삶에는 여전히 사막의 거친 결이 남아 있다. 나는 이 땅에서 부르심의 이유를 다 알지 못한 채, 오직 순종이라는 이름으로 서 있다... 
광야의 밤, 가나안을 향한 발걸음
하루가 저물면, 열대의 선교지에는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됩니다. 해가 졌다고 더위가 물러나는 건 아닙니다. 찌는 듯한 습기는 해가 진 후 더욱 짙어지고, 불을 켜기도 전에 모기들이 창살 틈으로 몰려듭니다. 잠자리에 들기 무섭게 들려오는 윙윙거리는 소리는 마치 경계의 나팔 소리 같습니다. 눕고, 일어나고, 휘젓고, 다시 눕고… 그렇게 하루의 밤이 시작됩니다... 
겨울 전에 오라 – 다시 이어진 부르심
남미 대륙의 서쪽 끝, 태양의 온기를 품은 태평양을 따라 길고도 좁게 뻗은 나라 칠레. 그 한가운데 자리한 도시 산티아고를 향한 마음이 다시금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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