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식 선교사
주재식 선교사

하루가 저물면, 열대의 선교지에는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됩니다. 해가 졌다고 더위가 물러나는 건 아닙니다. 찌는 듯한 습기는 해가 진 후 더욱 짙어지고, 불을 켜기도 전에 모기들이 창살 틈으로 몰려듭니다.

잠자리에 들기 무섭게 들려오는 윙윙거리는 소리는 마치 경계의 나팔 소리 같습니다. 눕고, 일어나고, 휘젓고, 다시 눕고… 그렇게 하루의 밤이 시작됩니다.

이런 밤이면 제 존재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피곤한 육신, 예민해진 감각, 줄어드는 인내력. 그러나 그 안에서 알 수 없는 울림이 제 안에서 일어납니다. '왜 이곳에 왔는가?', '무엇을 위해 이 밤을 견디는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저는 이 밤을 통해 또 다른 질문을 품게 됩니다.

그럴 때면 자연스레 출애굽의 밤들이 떠오릅니다. 광야에서의 밤들—더위와 추위, 굶주림과 목마름, 끝을 알 수 없는 기다림. 하나님의 백성들은 그러한 밤을 지나며 낮과 밤, 매 순간 하나님을 신뢰하는 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그들이 걸었던 그 여정이 지금 저에게 이어지고 있음을 문득 깨닫습니다. 저는 이 밤에 묻힌 모기의 날갯짓 속에서도 하나님의 메시지를 듣습니다. 주님은 여전히 광야에서 말씀하시는 분이십니다.

이러한 깨달음 속에서 저는 잠을 포기하고 성경을 펼쳤습니다. 시편 63편의 구절이 가슴을 파고듭니다.
“마르고 황폐한 땅에서 내 영혼이 주를 갈망하며, 내 육체가 주를 앙모하나이다. ” (시편 63:1)
시인의 고백이 제 상황과 겹쳐집니다. 피곤하고 지친 이 밤, 광야와 같은 환경. 그러나 그 안에서도 하나님을 앙모하게 되는 마음이 살아납니다. 바로 그 순간이 은혜입니다. 이 밤이 하나님과의 만남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복입니다.

새벽이 가까워지면, 창밖의 새들이 울기 시작합니다. 어느새 하늘이 푸르러지고, 또 다른 하루가 열립니다. 이른 아침, 저는 다시 환자들을 만납니다. 굽은 허리의 어르신, 기침하는 허약한 아이, 낯선 문화와 말 속에서도 그들의 고통은 또렷합니다.

작은 바늘 침을 손에 들고 이마의 땀을 닦으며 저는 기도합니다. "하나님, 이 손을 써 주소서. 이 몸을 통하여 주님의 영생 복음을 전하게 하소서." 한의사로서의 지식과 기술이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도구가 되기를 간구하며 그들의 맥을 짚고, 경혈을 누릅니다.

복음을 직접 말로 전하지 못할 때에도, 그들의 아픈 부위를 어루만지며 주님의 손길을 상상합니다. 그들이 느끼는 따뜻함과 회복 속에 하나님이 일하고 계심을 저는 믿습니다. 이것이 바로 저에게 주어진 ‘광야에서의 만나’입니다. 사람은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닙니다. 주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 주의 손으로 임하시는 사랑으로 사는 것입니다.

밤은 다시 옵니다. 모기는 또 날아들고, 습한 기운은 이불 속까지 스며듭니다. 그러나 저는 이제 두렵지 않습니다. 그 밤이 하나님의 임재로 가득 찰 수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광야의 밤은 결코 고통만이 아닙니다. 그곳은 하나님이 저를 다시 빚으시는 자리이며, 믿음으로 걸어가야 할 가나안을 향한 과정입니다.

가나안은 아직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광야의 밤을 지나며, 저는 이미 그 땅을 향해 걷고 있고, 그분은 지금도 제 곁에서 함께 걸어가고 계십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네가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 (신명기 8:3)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