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가 미국 한인교회 목회자들의 목회 실태를 조사한 결과, 목회자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현재 영적 번아웃(소진) 상태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약 70%는 향후 10년 안에 미국 한인교회가 쇠퇴할 것으로 전망해 이민 목회 현장의 위기의식이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21일 '넘버즈 343호-미국 한인교회(PCA교단) 목회 실태 조사'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기관 지앤컴리서치가 지난 4월 미국 PCA(미국장로교) 교단 소속 한인교회 담임목사 11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한인교회는 중소형교회 중심의 구조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기준 출석 교인 수는 '29명 이하'가 30%로 가장 많았으며, '50~99명'이 25%, '30~49명'이 21%로 뒤를 이었다. 전체 교회의 51%가 출석 교인 50명 미만이었고, 100명 미만 교회는 전체의 76%에 달해 교회 4곳 가운데 3곳 이상이 중소형교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목회 환경 속에서 목회자들의 영적·정서적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현재 자신의 영적 상태를 묻는 질문에 미국 한인교회 목회자의 41%는 자신이 '소진된 상태'(매우+약간)에 있다고 응답했다. 조사에서는 이러한 영적 소진이 충분한 휴식의 부재와 경제적 어려움 등과 밀접한 관련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인교회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도 대체로 비관적이었다. 응답자의 69%는 "10년 뒤 한인교회가 쇠퇴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낙관적인 전망보다 위기의식이 훨씬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목회에서 중점을 두고 싶은 사역 대상 세대를 묻는 질문에서는 미국 한인교회 목회자의 47%가 '모든 세대를 비슷하게' 돌보겠다고 응답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 한국교회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3040세대'를 가장 중점적으로 목회하겠다는 응답이 35%로 가장 높아 두 집단 간 차이를 보였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이번 조사 결과를 분석하며 목회자의 영적·정서적 위기를 개인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목데연은 "한인교회 목회자 41%가 영적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고, 3명 중 1명은 외로움을 겪고 있는 현실은 목회자의 정서적·영적 위기가 더 이상 개인의 인내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정기적인 안식 시간을 갖지 못하거나 교회와 가정의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목회자에게서 소진 비율이 더욱 높게 나타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목회자의 번아웃을 단순히 영성 부족이나 자기관리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교회 구조와 지원 체계의 문제로 함께 인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개교회가 모든 책임을 담임목사 개인에게 집중시키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목데연은 "교회 차원에서는 안식월과 휴가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노회와 총회는 쉼과 회복 프로그램, 동료 목회자 모임, 멘토링과 상담, 중소형교회 재정 지원 등을 체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목회자의 쉼은 사역을 멈추는 일이 아니라 건강한 목회를 지속하기 위한 교회의 공동 책임"이라고 했다.
한편, 조사에서 미국 한인교회 목회자들은 현재 가장 어려운 사역으로 '전도'(45%)와 '다음세대 교육'(43%)을 꼽았다.
목데연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세대를 돌보겠다는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 신앙 전수가 실제로 이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예배와 소그룹을 중심으로 시니어 세대의 신앙 경험과 부모 세대의 책임, 다음세대의 언어와 문화를 연결하는 공동체를 구축하고, 중소형교회들이 교육과 전도 인력, 콘텐츠를 함께 활용하는 협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인교회의 지속 가능한 미래는 목회자의 희생을 더 요구하는 데 있지 않다"며 "지친 목회자를 먼저 회복시키고, 고립된 작은 교회들을 서로 연결하며, 모든 세대가 함께 복음의 주체로 서는 교회로 전환할 때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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