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성 교수
양기성 교수

대학의 총장은 한 기관의 최고 책임자다. 특히 기독교대학의 총장은 일반 대학 총장에게 요구되는 대학의 설립 정신과, 학문적,행정적 능력에 더하여 기독교적 정체성을 지켜야 하는 특별한 책무를 지닌다.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난, 대학 간 경쟁, 인공지능과 디지털 문명의 급속한 발전 등 대학이 직면한 도전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의 시대에 기독교대학을 이끌 총장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학문성이 있어야 한다. 총장은 대학을 대표하는 학자이자 교육기관의 최고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학문적 성취를 이루었을 뿐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읽고 대학의 교육과 연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지적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AI 시대에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기술의 발전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윤리를 지키고, 지식을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지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학문성만으로 훌륭한 총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총장에게는 학문성과 함께 지성·영성·인성의 균형이 필요하다. 지성은 올바른 판단의 힘이며, 영성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대학의 사명을 바라보는 힘이고, 인성은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함께 걸어가는 힘이다.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지도자의 품격이 만들어진다. 특히 기독교대학 총장에게는 영성의 진정성이 중요하다. 기독교대학은 이름만 기독교적인 대학이 아니라 기독교적 가치와 정신을 교육의 중심에 두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총장의 신앙은 말보다 삶으로 나타나야 한다. 겸손과 정직, 섬김과 책임, 사랑과 용서가 삶에서 나타날 때 구성원들은 그 리더십을 신뢰하게 된다. 예수님께서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마 20:26)고 말씀하신 것처럼, 기독교적 리더십의 본질은 지배가 아니라 섬김이다. 권위는 직책에서 나오지만 존경은 인격에서 나온다. 또한 오늘날 총장에게는 폭넓은 인간관계와 관계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대학은 혼자 운영하는 조직이 아니다. 교수와 직원, 학생과 동문, 법인과 교단, 교회와 정부, 지역사회와 국내외 교육기관 등 수많은 사람과 기관이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며 신뢰를 형성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한국과 일본, 영국 등 에서는 능력과 실력만으로 사람을 평가하기보다 오랜 신뢰관계와 조직에 대한 이해, 경험과 연륜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적 특성이 있다. 이를 단순히 정실주의라고만 볼 수는 없다. 인간관계와 신뢰는 조직을 움직이는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에서는 전문성이나 학력만으로 지도자를 평가하기 어렵다. 오랜 경험에서 얻은 지혜와 인격, 조직에 대한 이해,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연륜은 중요한 지도자의 자산이다. 따라서 총장 선임에서 나이라는 요소도 무조건 무시해서는 안 된다. 나이가 많다고 반드시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판단력과 위기관리 능력, 폭넓은 인간관계와 연륜은 대학을 이끄는 데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젊으냐 나이가 많으냐가 아니다. 학문성·영성·인성·행정능력에 더하여 충분한 경험과 인간관계를 갖추었느냐가 중요하다. 실력과 인격, 패기와 연륜, 추진력과 포용력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오늘의 시대에는 무엇보다 융합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AI와 디지털 문명의 발전은 학문과 기술, 교육과 행정, 경영과 소통의 경계를 빠르게 허물고 있다. 따라서 총장에게는 학문성·영성·인성·행정능력·경영능력·인간관계·연륜과 미래 비전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

융합적 리더십은 총장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를 존중하고 그들의 역량을 연결하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능력이다. 학자는 학문으로, 목회자는 영성으로, 행정가는 조직관리로, 경영인은 효율성으로 기여할 수 있다. 총장은 이 다양한 역량을 하나로 묶어 대학의 사명과 비전을 실현하는 통합자가 되어야 한다. 특히 기독교대학의 융합적 리더십은 학문과 신앙, 지성과 영성, 전통과 혁신, 젊음과 연륜, 원칙과 포용을 조화시키는 리더십이어야 한다. 총장에게는 행정과 경영 능력도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학자라도 재정을 관리하고 조직을 운영하며 인사를 합리적으로 하고 위기 상황에서 결단하지 못한다면 대학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어렵다. 총장은 때로는 결단해야 하고 때로는 기다려야 한다. 때로는 원칙을 지켜야 하고 때로는 포용해야 한다.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듣되 대학의 미래를 위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므로 카리스마와 포용력, 원칙과 유연성, 추진력과 경청이 조화를 이루는 통합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총장은 미래를 바라보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관리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5년 후, 10년 후 대학의 모습을 바라보고 새로운 교육과 연구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훌륭한 총장은 모든 능력을 혼자 갖춘 사람이 아니라,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세우고 그들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사람이다. 결국 기독교대학 총장은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학을 맡은 청지기다. 자신의 명예보다 대학의 미래를 생각하고, 자신의 편의보다 학생들의 교육을 생각하며, 자신의 영광보다 하나님의 영광을 먼저 구해야 한다. 성경은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고전 4:2)고 말씀한다. 오늘 우리가 어떤 총장을 선택하느냐는 단순히 한 사람의 인사를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 대학의 정체성과 미래, 그리고 다음 세대의 교육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이다. 그러므로 기독교대학의 총장은 학문적으로 인정받고, 영적으로 신뢰받으며, 인격적으로 사랑받고, 폭넓은 인간관계와 연륜을 갖추며, 구성원들을 하나의 비전으로 결집할 수 있는 융합적 지도자여야 한다. 대학의 미래를 여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하나 되게 하는 것이 총장의 가장 중요한 리더십이다.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미가 6:8)

양기성 교수(Ph.D., Hon. Th.D.)
서울신학대학교 행정학 특임교수
웨슬리언교회 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양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