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개혁정론 포럼 개최
포항장로교회에서 열린 제18회 개혁정론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ICRC와 개혁주의 교회건설’을 주제로 발제를 듣고 있다. ©주최 측 제공

제18회 개혁정론 포럼이 31일 오후 포항시 북구에 위치한 포항장로교회에서 ‘ICRC(국제개혁교회협의회)와 개혁주의 교회건설’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는 국제개혁교회협의회(ICRC)의 역사와 신학적 의의를 비롯해 ICRC가 현재 논의하고 있는 주요 과제와 개혁교회가 오늘의 현실 속에서 신앙고백적 정체성을 어떻게 구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번 제18회 개혁정론 포럼은 2026년 한국에서 개최될 ICRC 대회를 앞두고 국제개혁교회협의회의 역사와 신앙고백적 성격을 살펴보고, 개혁교회가 오늘의 현실에서 신학적 정체성과 교회의 사명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임경근 목사(다우리교회)가 ‘ICRC의 역사와 의의’를 주제로 발제했으며, 정찬도 목사(주나움교회)는 ‘ICRC는 무엇을 고민하는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임경근 목사는 국제개혁교회협의회(International Conference of Reformed Churches, 이하 ICRC)가 1982년 네덜란드 흐로닝언(Groningen)에서 창립된 세계 개혁교회와 장로교회의 국제 연합 기구라고 설명했다. ICRC는 종교개혁의 신학적 유산인 세 개의 일치신조, 즉 벨직 신앙고백과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도르트 신경을 비롯해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를 고백하는 교회들이 공동의 신앙고백을 기반으로 형성한 신앙고백적(confessional) 국제 교제 기구라고 소개했다.

특히 ICRC는 세계교회협의회(WCC)나 세계개혁교회커뮤니온(WCRC)과 같은 광범위한 에큐메니컬 기구와 달리 신앙고백적 일치를 교제의 전제 조건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 2026년 한국에서 열리는 ICRC 대회와 고신교회의 과제

제18회 개혁정론 포럼 개최
임경근 목사(다우리교회)가 31일 포항장로교회에서 열린 제18회 개혁정론 포럼에서 ‘ICRC의 역사와 의의’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주최 측 제공

임 목사는 오는 10월 14일부터 21일까지 한국에서 두 번째 ICRC 대회가 개최된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번 대회의 주최국은 한국 고신교회다.

그는 “그러나 정작 고신교회 내부에서는 국제개혁교회협의회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제협력기구의 활동이 대체로 총회 차원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개교회의 관심사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목사는 “이번 ICRC 대회의 한국 개최를 계기로 ICRC의 역사와 의의를 알리고 교회들의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ICRC는 1982년 창립 이후 40여 년 동안 세계 개혁교회 교제의 고백적 중심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임 목사는 ICRC의 역사적 의의를 신학적 정체성의 보존, 협의회적 교제 모델의 정립, 고백적 일치의 실천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했다.

그는 “먼저 신학적 정체성의 보존과 관련해 ICRC는 RES가 걸어간 길에 대한 의식적인 대안으로 출발했다”며 “고백적 기구가 자신의 헌장을 지키지 못하고 해체되어 가는 과정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과 벨직 신앙고백, 도르트 신경,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연합의 기초로 삼았다”고 했다.

또한 “1997년 서울 총회의 헌장 개정을 통해 이러한 기준을 더욱 명확하게 함으로써 ICRC는 신앙고백적 기준이 희석되어 가던 20세기 후반의 에큐메니컬 지형 속에서 종교개혁의 유산에 충실한 국제적인 교제와 연합의 공간을 만들어 왔다”고 덧붙였다.

◆ 총회 아닌 ‘협의회’로서 상호 교제와 신앙고백적 일치 추구

임 목사는 ICRC가 협의회적 교제 모델을 정립했다는 점도 역사적 의미로 제시했다.

그는 “ICRC는 의도적으로 총회(Synod)가 아닌 협의회(Conference)를 자처하며, 협의회에서 이뤄지는 결정 역시 권고적 성격을 가진다”며 “1993년 신학확언위원회 보고서가 공식화한 내용에 따르면 회원권은 회원 교회들이 서로를 참 교회로 인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각 교회의 자매 관계에 관한 결정권 자체를 침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회원 교회들이 보다 깊은 교제를 추구하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어 “이는 교회 위에 군림하는 상급 기구도 아니며, 교회들 사이에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단순한 친목단체도 아닌 제3의 길을 지향하는 모델로 설명됐다”고 덧붙였다.

임 목사는 “이를 신앙고백적 일치 위에서 서로를 참 교회로 인정하고 교제하는 교회들의 연합이라는 개혁주의적 에큐메니즘의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백적 일치가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도 사례가 제시됐다”며 “ICRC는 창설을 주도했던 GKv가 여성 안수를 결정했을 때 신앙고백적 원칙을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ICRC는 2017년 GKv의 회원권을 정지하고 결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으며, 이후 2022년에는 회원권을 박탈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RES가 GKN을 대상으로 하지 못했던 일을 ICRC가 자신을 창설한 교회 가운데 하나를 대상으로 실행했다”고 했다.

또 “이를 통해 ICRC는 교회 간 교제가 단순한 친목이 아니라 진리 안에서 이뤄지는 연합이라는 점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증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만 이 과정에는 개혁신앙의 본산이 스스로 세운 국제기구에서 제명되는 역사적 아픔도 함께 담겨 있다”며 “이 사례가 어떤 교회도 자신의 과거와 전통에 안주할 수 없다는 사실을 회원 교회들에게 보여주는 동시에, 최대 교단으로서 2026년 서울 총회를 준비하는 고신교회에도 중요한 경고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 신학교육·디아코니아·선교·여성 직분 등 ICRC의 주요 논의

제18회 개혁정론 포럼 개최
정찬도 목사(주나움교회)가 제18회 개혁정론 포럼에서 ‘ICRC는 무엇을 고민하는가?’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주최 측 제공

정찬도 목사는 ‘ICRC는 무엇을 고민하는가?’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ICRC가 현재 다루고 있는 논의들을 소개했다.

정 목사는 “ICRC가 단순히 세계 개혁교회들의 친교와 교류를 위한 모임을 넘어 성경과 개혁교회의 신앙고백을 바탕으로 오늘의 교회가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함께 논의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ICRC의 논의는 교회의 신학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데서 시작해 그 신앙이 교회의 직분과 제도, 교육과 사역의 현장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구현되어야 하는지를 살피는 데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정 목사는 최근 ICRC의 논의 가운데 주목할 만한 주제로 신학교육위원회(Theological Education Committee), 디아코니아 위원회(Diakonia Committee), 선교위원회(Mission Committee), 여성의 직분에 관한 논의를 들었다.

그는 “이들 주제는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개혁교회가 성경과 신앙고백에 충실하면서도 오늘의 현실 속에서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어떻게 지켜 나갈 것인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된다”고 했다.

또한 “ICRC가 논의하는 다양한 주제들을 살펴보면 그 중심에는 개혁교회의 신앙고백적 정체성을 오늘의 교회 안에서 어떻게 보존하고 구현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정 목사는 “신학위원회가 교회의 신학적 토대를 점검하고 미래의 목회와 신학교육을 준비하는 역할을 한다면, 집사위원회는 그 신앙이 교회와 사회를 섬기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어떻게 나타나야 하는지를 다룬다”고 했다.

이어 “여성의 직분에 관한 논의는 성경의 권위와 교회의 질서, 직분에 대한 개혁교회의 이해가 오늘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 적용돼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했다.

◆ “무엇을 믿는가”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연결하는 논의

정 목사는 “ICRC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논의를 특정 현안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논의들이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라는 질문과 ‘그 믿음대로 교회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연결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학과 교회의 실천, 직분과 사역에 관한 논의가 서로 연결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라며 “결국 ICRC가 지향하는 것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개혁교회의 정체성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성경과 신앙고백이라는 공통의 토대 위에서 그 정체성을 더욱 분명하게 확인하고 그것을 오늘의 교회와 세계 속에서 신실하게 살아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임경근 목사는 ICRC 앞에 남아 있는 과제로 장로교 전통과 대륙 개혁교회 전통 사이에 존재하는 예배와 직제에 대한 이해의 차이, 남반구 교회들의 성장에 따른 국제적 균형의 변화, 세계 선교에서의 실질적인 협력 등을 언급했다.

그는 “이러한 과제들이 ICRC가 과거의 신학적 유산을 보존하는 데만 머무는 기구가 아니라 현재도 계속해서 신학적 논의를 이어가는 살아 있는 공동체라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임 목사는 “고백적 개혁신학에 헌신하는 교회들의 국제적 연대로서 ICRC가 종교개혁의 유산이 21세기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구라고 평가하면서, ICRC의 존재와 사역이 앞으로 나아갈 다음 장이 2026년 서울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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