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보포럼
박응규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은보포럼

고(故) 은보(恩步) 옥한흠 목사의 목회 유산을 재조명하는 16주기 기념 세미나가 8월 31일 오후 분당우리교회(담임 이찬수 목사) 드림센터에서 열렸다. 은보포럼이 주최한 이번 세미나는 ‘은보가 남긴 유산과 오늘의 목회’라는 주제로 열렸고, 박응규 교수(아신대학교 명예교수)의 기조 발제를 비롯해 현장 목회자 4인의 토론과 패널토의를 통해 제자훈련의 본질이 현대 목회 현장에서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 다뤘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응규 교수(아신대)는 옥한흠 목사를 20세기 후반 한국교회의 구조적 병리 현상을 진단하고 성경적 본질로 돌아가고자 몸부림친 ‘신학적 목회자(Theologian-Pastor)’이자 ‘교회 갱신의 선구자’로 조명했다. 박 교수는 옥한흠 목사의 삶과 목회 철학을 단순한 위인전이 아닌 역사신학적 비판과 객관적 사료를 바탕으로 한국 현대 기독교의 지형도 안에서 정밀하게 입증하고자 했다.

박 교수는 옥한흠 목사의 호인 '은보(恩步)'에 대해 “자신의 삶 전체가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로 인도받았음을 고백하는 개혁주의적 자의식을 나타낸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광인(狂人)'이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그리스도와 그의 몸 된 교회를 위해 미친 사람이라는 목회적 철학으로, 바울의 고백에 뿌리를 둔 이 미침은 세속적 야망이 아닌, 성도 한 사람을 온전한 제자로 세우기 위한 철저한 자기 비움과 거룩한 열정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옥한흠 목사의 신학적 기반을 ‘개혁(파)적 복음주의(Reformed Evangelicalism)’로 정의하며, “종교개혁의 5대 솔라(Sola·오직) 원리를 설교와 목회 행정 전체에 내재화했을 뿐만 아니라, 구원의 완성이 인간의 공로나 열심에 있지 않고 하나님의 예정과 주권적 은혜에 있음을 명확히 선포했다”라고 평했다. 아울러 “성령을 통해 그리스도와 연합된 성도는 반드시 그리스도의 인격과 삶을 닮아가는 '거룩한 성화(Sanctification)'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옥한흠 목사의 설교 세계와 관련해 “성경 본문의 역사적, 신학적, 문맥적 맥락을 철저하게 파고드는 강해설교이자, 설교자 자신이 본문 앞에서 몸부림치고 회개하며 얻은 메시지를 회중의 가슴을 치고 양심을 깨우는 성육신적 적용으로 전달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1980~1990년대 한국 사회의 급격한 경제성장 이면에 숨겨진 맘몬이즘과 기복주의 신앙, 기업주의 위선 등을 강단에서 서슴없이 비판하는 제레미아드(Jeremiad)적 설교의 정수를 보여주었다”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옥한흠 목사의 제자훈련 목회 패러다임에 대해 “설교와 제자훈련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닌 동전의 양면이었으며, 대형교회가 수만 명으로 성장했음에도 수치와 규모를 자랑하지 않고 ‘한 사람’의 영혼에 집중하는 목회를 실천했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2003년 만 65세의 나이로 조기 은퇴하며 세습을 거부하고 신학적·목회적 비전을 공유한 후임자에게 담임목사직을 이양한 것에 대해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끝까지 도덕적 표상이자 아름다운 은퇴의 모범을 보였다”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옥 목사의 2007년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 기념예배 설교에 대해 “축사와 자랑 대신 극심한 통곡과 공개적 회개를 선택하여 한국교회의 도덕적 추락과 세속화의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먼저 돌린 선지자적 통회의 정수였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행함이 없는 한국교회의 구원론적 도덕 불감증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21세기 한국교회 갱신을 향한 역사적 이정표를 남겼다”라고 덧붙였다.

《옥한흠 평전》에서 박응규 교수는 옥한흠 목사의 사역을 총평하며 “옥한흠 목사는 새로운 신학 시스템을 창조한 신학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기독교 역사와 성경 속에 이미 존재했으나 세속화와 타성으로 인해 묻혀 있던 ‘평신도의 정체성’과 ‘제자화의 대사명’을 재발견하여, 그것을 목회 현장에 완벽히 구현해 낸 ‘실천적·신학적 목회자’였다”라고 밝혔다. 또한 오늘날의 과제와 관련해 “옥한흠의 제자훈련을 단순한 교재나 프로그램, 스킬로 이식하려고 해서는 안 되며, 그 뒤에 숨겨진 목회자의 눈물과 피, 눈물겨운 자기 쇄신과 헌신이라는 영적 진정성을 계승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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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앞줄 오른쪽부터) 백성훈, 김명호, 이찬수, 이상갑, 박응규, 김인성 목사 ©은보포럼

이어진 토론에서 이상갑 목사(산본교회)는 한 영혼을 훈련시키기 위해 목회자 자신이 먼저 복음과 훈련에 온전히 미쳐야 한다는 옥한음 목사의 ‘광인론’의 핵심 정신을 되짚었다. 그는 “옥 목사는 목회 현장에 깊이 스며든 세속화와 효율성 중심의 물량주의를 강하게 경계했다. 이처럼 화려한 프로그램이나 세련된 시스템이 교회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의 철저한 자기 비움과 ‘한 사람’을 온전한 제자로 세우기 위한 거룩한 열정만이 교회를 살리는 가장 본질적인 대안”이라고 역설했다.

백성훈 목사(이름없는교회)는 3040세대 맞춤형 옥한음 목사의 제자훈련 적용을 소개했다. 백 목사는 “신도시 3040세대가 마주한 육아, 맞벌이, 높은 이동성, 약화된 소속감, 여가 문화라는 5가지 현실적 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세대통합 제자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메시지와 지식 탐구에 집중하게 된 성도들의 변화를 기회로 삼아, 기존 1년 과정을 10주 단위로 분절하는 모듈화 전략과 평생 수강권 제도를 도입해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했다.

또한 “동시에 교리반을 신설하고 새가족반 교재를 자체 개발하여 전문성을 강화했으며, 자유로운 질문을 장려하는 변증적 접근과 ‘새기교 캠프’를 통한 다음 세대로의 확장을 시도했다. 다만 분절형 훈련이 가지는 변화의 한계를 인식하며, 깊이 있는 제자훈련은 결국 지속적인 시간과 관계 안에서 완성된다는 1년 과정 원안의 중요성을 재발견했다”고 했다.

김인성 목사 (함께하는교회)는 ‘한 사람을 향한 관심에서 흘러나오는 창의적 목회 사역’을 주제로 발제하면서 교회의 숨겨진 엔진인 ‘사도성’을 강조하고 평신도를 사역의 주체로 세우는 ‘미셔널 처치’ 실전 플레이북을 제시했다. 그는 “목회자는 성도를 훈련시키는 코치이며, 실제 성화의 무대이자 사역의 필드는 교회 안이 아니라 ‘세상’”이라며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1년 이상의 훈련을 통해 단단한 영적 습관을 형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열매로서 제자훈련을 받은 집사들이 목적헌금으로 청년 창업 기금을 조성하고, 개인 장비를 투자해 청년들을 영상 PD로 자립시키며, 철저한 수익 중심의 장로가 100%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사람을 살리는 비즈니스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전환한 창의적 사역(Creative Ministry) 사례가 있다”고 했다.

이정규 목사(시광교회)는 ‘옥한흠 목사와 나의 목회’라는 주제로 후배 목회자의 관점에서 체화한 옥한흠 목사의 목회 철학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이어 “첫째, 대각성 전도집회와 같이 영혼을 출산하는 지속적인 전도와 결합되지 않은 제자훈련은 ‘울리는 꽹과리’에 불과하다”며 “둘째, 교역자에게 구원의 감격과 은혜가 마르는 것은 영적인 죽음이자 비상사태”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셋째, 인간의 프로그램이 아닌 죄인들의 통회와 자복을 이끄는 성령의 주권적인 갱신 역사를 구해야 한다”며 “넷째, 제자훈련은 환경의 유불리를 따지는 실용의 문제가 아니라 타협할 수 없는 목회의 본질이다. 옥 목사의 치열한 ‘한 사람’ 철학을 평생의 영적 이정표로 삼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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