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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미션 김광현 대표(가운데)와 두번째봄 여성의원 정선화 대표원장(오른쪽). ©이레미션

사회복지단체 이레미션과 두번째봄 여성의원이 장애인의 성 건강과 인권 증진을 위한 맞춤형 교육 및 의료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데 협력한다.

이레미션 김광헌 대표와 두번째봄 여성의원 정선화 대표원장은 지난 17일 인천 연수구 스퀘어원에서 장애인의 성 건강 증진과 맞춤형 성교육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장애인을 비롯해 기존 성교육과 성 건강 지원에서 소외되기 쉬웠던 이들에게 올바른 성 인식과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장애 특성을 고려한 교육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 기관은 장애 유형과 의사소통 방식, 이해 수준, 신체 상태, 생활환경 등을 반영한 성교육 자료를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장애인 당사자와 보호자, 활동지원사, 복지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의료 자문도 추진한다.

월경·피임부터 동의와 성범죄 예방까지 다뤄

공동 연구 분야에는 월경과 위생 관리, 피임, 성매개감염 예방 등 성 건강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된다.

또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과 원하지 않는 접촉을 거절하는 법, 상대방의 동의를 확인하는 과정,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구분 등 일상에서 필요한 교육 내용도 개발할 계획이다.

건강한 관계 형성과 데이트폭력, 온라인 성범죄 예방에 관한 콘텐츠도 장애인의 이해 수준과 의사소통 특성에 맞춰 쉽게 구성하기로 했다.

양 기관은 단순히 성 관련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애인이 자신의 몸과 권리를 이해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경계를 설정할 수 있도록 교육 방향을 설계할 방침이다.

정선화 원장, 여성 건강 분야 진료·연구 경험 바탕 자문

정선화 대표원장은 건양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강동성심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거쳤으며, 신촌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에서 수련받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고려대학교 안산병원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에서 임상강사로 근무했다. 현재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두번째봄 여성의원에서 여성질환과 폐경 등 여성 건강 분야를 진료하고 있다.

주요 연구·진료 분야는 성호르몬과 비만, 대사증후군, 다낭성난소증후군, 난임, 폐경 등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최고위과정과 한국소아당뇨인협회 자문위원, 관련 학회 간행이사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정 원장은 이러한 임상과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의 성 건강과 의료 지원에 필요한 자문을 제공할 예정이다.

“현실적인 어려움 듣고 협력 필요성 공감”

정 원장은 처음 김광헌 대표로부터 자문 요청을 받았을 당시 장애인의 성을 다루는 민감한 주제인 만큼 협력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이레미션이 어떤 단체인지, 장애인의 성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다루려는지 충분히 알지 못해 우려와 경계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레미션의 설립 취지와 활동을 살펴보고, 장애인이 성 건강과 친밀감의 문제로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과거 미국의 장애인 성교육 자료를 접한 경험도 이번 협력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정 원장은 국내에서도 장애인의 인지 수준과 의사소통 방식, 신체적 특성에 맞춘 성교육 자료와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장애인의 성,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선 안 돼”

정 원장은 협약 체결 후 “장애인의 성 건강과 성교육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한 사람의 인간”이라며 “장애인을 보호와 돌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이들의 성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온 사회적 시선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교육이 성관계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와 거절 의사 표현, 상대방의 동의와 경계를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거나 위험한 상황을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에게는 구체적이고 반복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성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성적 호기심이나 친밀감에 대한 욕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정확한 교육이 없으면 잘못된 정보를 접하거나 감정을 부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의 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모든 성적 행동을 허용한다는 뜻이 아니다”며 “정확한 교육과 안전한 환경 속에서 타인의 동의를 존중하는 책임 있는 관계를 가능하게 하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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