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오른쪽)이 11일(현지 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체코와 경기 후반 22분 동점 골을 넣고 있다.
황인범(오른쪽)이 11일(현지 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체코와 경기 후반 22분 동점 골을 넣고 있다. ©뉴시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에서 체코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12일 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체코에 2-1로 승리했다. 후반 먼저 실점하며 끌려갔지만, 황인범의 동점골과 오현규의 역전골이 잇따라 터지며 승부를 뒤집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승리한 것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16년 만이다. 당시 한국은 그리스와의 첫 경기에서 승리한 뒤 원정 월드컵 사상 첫 16강에 올랐다.

홍명보 감독도 사령탑으로 두 번째 월드컵 도전에서 첫 승리를 맛봤다. 홍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바 있다. 이번 체코전 승리로 한국은 체코와의 역대 전적에서도 2승 2무 2패로 균형을 맞췄다.

◈황인범 동점골·오현규 역전골… 한국, A조 2위 출발

한국은 이날 승리로 승점 3점을 확보했다. 앞서 열린 대회 공식 개막전에서는 개최국 멕시코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2-0으로 꺾었다. 이 경기에서는 멕시코 선수 1명, 남아공 선수 2명이 퇴장당했다.

한국은 멕시코와 나란히 승점 3점을 기록했지만, 골 득실에서 밀려 A조 2위에 자리했다. 한국은 오는 19일 같은 장소인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멕시코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경기 전 기준 국제축구연맹 FIFA 랭킹에서는 한국이 25위로, 40위 체코보다 15계단 앞섰다. 그러나 체코는 유럽 특유의 조직력과 제공권을 앞세운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한국은 선제 실점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고 경기를 뒤집으며 대회 첫 경기의 부담을 이겨냈다.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은 원정 월드컵 사상 첫 8강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지만, 원정 월드컵 최고 성적은 2010년 남아공 대회와 2022년 카타르 대회의 16강이다.

이번 대회는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됐다. 조 3위까지도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이 열렸지만, 32강부터 치러야 하기 때문에 8강까지 가는 길은 오히려 더 길어졌다. 홍명보호가 높은 곳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조별리그에서 최대한 좋은 순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홍명보 감독, 체코전서 스리백 가동… 손흥민 최전방 배치

홍명보 감독은 체코전에서 3-4-2-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공들여 다듬어 온 스리백 전술을 월드컵 첫 경기부터 가동했다.

최전방에는 손흥민이 섰고, 2선 좌우에는 이강인과 이재성이 배치됐다. 중원은 황인범과 백승호가 맡았고, 좌우 윙백에는 이태석과 설영우가 나섰다.

수비진은 김민재를 중심으로 이한범과 이기혁이 스리백을 구성했다. 최종 명단에 깜짝 발탁된 K리거 이기혁은 이날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골문은 손흥민과 함께 네 번째 월드컵 무대에 나선 김승규가 지켰다.

오현규가 11일(현지 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체코와 경기 후반 35분 역전 골을 넣고 '엄지척'을 하고 있다.
오현규가 11일(현지 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체코와 경기 후반 35분 역전 골을 넣고 '엄지척'을 하고 있다. ©뉴시스

체코는 손흥민의 레버쿠젠 후배인 공격수 파트리크 시크를 선발로 내세웠다. 황희찬의 울버햄튼 동료인 센터백 라디슬라프 크레이치도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했다.

한국은 전반 초반부터 조금씩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12분 이강인이 감각적인 로빙 패스를 찔러 넣었고, 쇄도하던 이재성이 공을 잡아 뒤로 내줬다. 손흥민이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를 시도했지만, 공은 수비에 맞고 굴절됐다.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는 이한범의 헤더가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다. 이강인이 짧게 처리한 코너킥 이후에는 손흥민이 오른발 슈팅을 노렸지만 체코 수비수에게 막혔다.

위험한 장면도 있었다. 전반 15분 이기혁의 실수로 체코가 역습 기회를 잡았지만, 김민재가 문전에서 침착하게 커버하며 실점 위기를 막아냈다. 이후 체코가 코너킥을 연달아 얻어내며 한국 골문을 압박했지만, 수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전반 25분께 수분 보충을 위한 쿨링 브레이크가 주어지자 홍명보 감독은 김민재와 이한범 등 수비진에게 전술 지시를 내렸다. 이후 경기는 한동안 중원 싸움으로 이어졌고, 양 팀 모두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지는 못했다.

◈선제 실점 뒤 황인범이 균형 회복… 오현규가 승부 뒤집었다

전반 막판 한국은 다시 공격의 강도를 높였다. 전반 38분 손흥민이 페널티 지역 정면 바깥에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공은 골문 위로 떴다. 1분 뒤에는 손흥민이 빠른 드리블로 수비수 2명을 제친 뒤 박스 안까지 접근해 왼발 슈팅을 날렸으나 골문 옆으로 향했다.

전반 추가시간에도 손흥민은 이태석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뒤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다만 공이 제대로 맞지 않으면서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후반 초반에도 한국은 체코 골문을 두드렸다. 후반 4분 황인범이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슈팅을 때렸고, 골키퍼가 쳐낸 공에 이재성이 쇄도했다. 그러나 마무리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후반 11분에는 이재성의 침투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페널티 지역 왼쪽으로 파고든 뒤 골키퍼 키를 넘기는 칩슛을 시도했지만, 체코 골키퍼에게 걸렸다.

기회를 살리지 못한 한국은 후반 14분 먼저 실점했다. 블라디미르 초우팔이 한국 진영 오른쪽에서 길게 던진 스로인을 크레이치가 문전에서 뛰어올라 헤더로 연결했다. 공은 그대로 한국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17분 이재성을 빼고 황희찬을 투입하며 공격에 속도를 더했다. 변화는 오래 지나지 않아 효과를 냈다.

후반 22분 한국의 동점골이 터졌다. 이강인이 절묘한 패스로 체코 수비 사이를 열었고, 황인범이 빠르게 쇄도했다. 황인범은 골키퍼가 앞으로 나온 것을 확인한 뒤 한 차례 접어 침착하게 오른발로 띄워 차 골망을 흔들었다. 황인범의 월드컵 데뷔골이었다.

기세를 탄 한국은 후반 24분 손흥민과 이태석을 불러들이고 오현규와 엄지성을 투입했다. 홍명보 감독은 빠른 전환과 문전 침투를 강화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강인이 11일(현지 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체코를 2-1로 꺾은 후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이강인은 후반 22분 황인범의 동점 골에 도움을 기록했다.
이강인이 11일(현지 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체코를 2-1로 꺾은 후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이강인은 후반 22분 황인범의 동점 골에 도움을 기록했다. ©뉴시스

체코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33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토마시 소우체크가 헤더로 한국 골망을 흔들었지만, 비디오판독 VAR 결과 오프사이드가 지적돼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다.

위기를 넘긴 한국은 후반 35분 마침내 경기를 뒤집었다. 백승호의 로빙 패스를 받은 황인범이 상대 진영 오른쪽으로 침투해 공을 잡았고, 낮고 빠른 크로스를 문전으로 보냈다. 쇄도하던 오현규가 왼발로 방향을 바꿔 체코 골문을 열었다.

오현규에게도 의미가 큰 골이었다. 그는 4년 전 카타르 월드컵 당시 등번호 없는 예비 멤버로 대표팀과 동행했다. 이번 대회에서 정식 엔트리로 월드컵 무대를 밟은 오현규는 체코전에서 월드컵 데뷔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황인범은 동점골에 이어 역전골까지 도우며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한국 체코전 승리의 중심에는 중원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경기 흐름을 바꾼 황인범의 활약이 있었다.

◈김승규 막판 선방으로 승리 지켜… 한국, 멕시코전 준비

한국은 역전 이후 체코의 막판 공세를 견뎌야 했다. 후반 37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체코 공격수 아담 홀로체크가 왼발 슈팅을 때렸지만, 김승규가 동물적인 반응으로 막아냈다.

김승규는 후반 추가시간에도 교체 투입된 미할 사딜리크의 오른발 슈팅을 안정적으로 잡아내며 한국의 리드를 지켰다. 체코는 마지막까지 제공권과 세트피스를 활용해 동점골을 노렸지만, 한국 수비진과 김승규의 집중력이 끝까지 무너지지 않았다.

결국 한국은 체코를 2-1로 꺾고 2026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선제 실점 이후에도 경기 흐름을 잃지 않았고, 교체 카드와 중원 조합이 살아나면서 결과를 바꿔냈다.

이날 승리는 단순한 승점 3점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한국은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16년 만에 승리를 거두며 원정 월드컵 사상 첫 8강 도전을 향한 출발선을 힘 있게 끊었다.

한국은 이제 개최국 멕시코와의 2차전을 준비한다. 멕시코 역시 첫 경기에서 남아공을 꺾고 승점 3점을 확보한 만큼, 한국과 멕시코의 맞대결은 A조 상위권 경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북중미 월드컵을 끝으로 사임하겠다고 밝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함께 VIP석에서 체코전을 관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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