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외교통일위원회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1주년을 맞아 ‘통일 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관계’를 통일부의 시대적 책무로 제시했다. 남북 화해와 평화공존을 강조한 발언이지만, 통일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가 ‘두 국가관계’를 정책 방향으로 전면에 내세우면서 통일부의 정체성과 역할을 둘러싼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은 23일 통일부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통일 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관계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의 문을 여는 것이 통일부의 시대적 책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년을 “새로운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향한 고민과 생각의 씨앗을 뿌린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길었던 적대와 대결의 시간이 아닌, 짧았지만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화해와 협력, 평화와 공존의 시간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남북관계의 여건이 마련되기를 기다리기보다 통일부가 직접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뛰지 못하면 걷고, 걷지 못하면 기어서라도 가겠다는 의지와 각오가 필요하다”고 했다.

‘두 국가관계’ 앞세우며 통일부 역할 재정의

정 장관은 통일부 직원들이 북한 매체를 살피는 일도 남북 간 간접 대화의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여러분은 매일 아침 노동신문을 넘기며 상대방과 간접 대화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 긴 침묵의 시간에도 통일부 안에는 대화의 힘이 축적되고 있다. 자신감을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정 장관이 통일부의 책무를 설명하면서 ‘통일’보다 ‘평화적 두 국가관계’와 ‘평화공존’을 반복적으로 강조한 점은 통일부의 기존 역할과 방향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남북 간 대화와 긴장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더라도, 두 국가관계를 정책의 중심에 놓는 방식이 통일을 지향해야 하는 부처의 본래 책무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메시지에 담기지 않았다.

직원들에게는 “연공서열 조직문화 깨부숴야”

정 장관은 통일부 내부를 향해서도 조직문화의 변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그는 “더 역동적인 통일부로 거듭나야 한다”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낡은 틀과 연공서열에 기대어 안주하는 조직문화를 과감히 깨부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년이 조직을 진단하고 정비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성과와 역량, 열정만을 기준으로 인사와 조직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정 장관은 조직 쇄신을 강조했지만 지난 1년 동안 통일부가 거둔 구체적인 성과나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실행계획은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뛰어야 한다’는 원론적 주문과 조직문화 개편 의지가 메시지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자유의 북진 그림자 걷어냈다”…평화공존 노선 강조

정 장관은 지난 1년의 성과를 설명하며 “자유의 북진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어두운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안에 한반도 평화공존이라는 이름을 굳건하게 심었다”며 “한 걸음 앞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평화공존의 시대를 반드시 열어 나가자”고 말했다.

정 장관은 취임 1주년 메시지를 통해 평화공존과 두 국가관계를 통일부의 핵심 방향으로 다시 제시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장기간 교착된 상황에서 선언적 구호를 넘어 어떤 정책과 성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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