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르무즈해협에 파병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군수지원함과 해상초계기 같은 비전투 자산과 병력을 보내는 안이 거론되는데 여당과 진보진영에서 반대 기류가 거세자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청와대가 한발 물러섰다.

호르무즈해협에 군대를 파병하는 문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듭된 요청에 최근 국방부가 해협 인근에 현지 실사단을 보내면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좌파 진영과 여당에서까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청와대가 신중 모드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중동전쟁 상황은 미군이 이란 유조선과 석유 기지를 파괴하고 이란도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미군 시설을 미사일로 공격하는 등 종전 이전의 모습을 방불케 하고 있다. 정부의 고민이 깊은 것도 다시 불붙은 확전 상황에 뛰어들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고 있다. 그동안은 원치 않는 전쟁에 끌려 들어가는 게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며 시간을 끌어왔지만, 동맹 관계인 미국의 요청을 더는 거절할 명분도 실리도 없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지금 한미 사이엔 관세 협상과 대미 투자 프로젝트 등 중요한 경제 문제가 미완의 상태로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군사훈련의 축소를 지시하는 등 한미동맹까지 흔들리는 위기 속에서 전시작전권 전환, 미·북 대화 추진 등 안보와 관련해 민감한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고 있다.

이런 문제 해결의 열쇠를 호르무즈 파병이 쥐고 있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정부가 군대를 파견하는 게 최소한 관계 회복의 시작점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건 파병의 적절성이 아니라 시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한국과 일본·프랑스·영국·중국 등 5개국에 전투함 파견을 요청했을 때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했더라면, 우리나라 선박 나무호가 이란의 공격을 받고, 우리 유조선들이 해협에 갇혀 있을 때 파병을 결정했더라면 명분도 실리로 다 챙길 수 있었을 것이다.

해외에 군대를 파견하는 문제는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다. 다만 그 결정이 국익은 물론 동맹국의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는 방향에서 이뤄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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