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7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와 같은 7.19%로 동결했다. 국고 지원 확대와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보험료 수입 증가 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고령화와 진료비 증가가 이어지면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9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료율 동결은 2009년과 2017년, 2024년, 2025년에 이어 역대 다섯 번째다. 건강보험료율은 물가 상승과 수가 협상 결과 등을 고려해 통상 매년 인상돼 왔다.
정부는 이번 동결의 근거로 현재의 재정 여건과 국고 지원 확대, 반도체 호황 등을 제시했다. 2025년 말 기준 누적 준비금은 30조2000억원으로 약 3.5개월분을 확보하고 있다. 내년 국고 지원은 올해보다 1조1000억원 늘었으며, 반도체 호황에 따른 보험료 추가 수입은 3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약가 제도 개편과 검체·영상 수가 조정 등을 통해서는 연간 약 2조9500억원의 지출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7일 사전설명회에서 “지금 재정 건전성이 우려된다는 부분을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 올해 적자 전환 가능성… 보험료율 인상 의견도 제기
정부의 설명에도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최근 5년 연속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와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에 따르면 2025년 진료비 총액은 125조원으로 전년보다 7.6% 증가했다.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진료비 지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8년 누적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8일 건강보험료율을 결정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동결과 인상을 놓고 논의가 이어졌다. 건보노조가 정리한 회의 결과에 따르면 5명은 동결을, 8명은 인상을 주장했다. 제시된 인상 폭은 0.6~1.65%였다.
이번 동결을 계기로 건강보험의 수입·지출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복·과잉 진료를 줄이고 필요한 곳에 재원을 배분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외래 진료·중복 검사 관리… “중장기 지출 전략 필요”
정부는 지난 8일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해 내년부터 외래 진료 횟수가 300회를 초과할 경우 본인부담률을 90%까지 높이기로 했다.
또 요양급여내역 확인 시스템을 구축해 병원을 옮길 때마다 반복해서 받는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검사를 줄여나갈 방침이다.
보험료 부과 체계 개선도 추진할 예정이다. 보험료 상한액을 높이고 공제를 줄이는 방안 등을 놓고 국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국장은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지금은 방안에 대한 고민만 있고 실행은 부족한 것 같다”며 중복·과잉 진료를 줄여 필요한 곳에 재원을 쓸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창호 건보노조 전문위원은 “지출 요인을 통제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부분을 장담할 수 없다”며 “지출 조절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정확히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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