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가 임신중지약물 ‘미프진’의 국내 도입과 관련해 행정부의 허가에 앞서 낙태 관련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수입 품목허가 전에 허용 범위와 의료관리 기준 등을 정하는 공론화 과정과 입법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먹는 낙태약으로 불리는 ‘미프진’과 관련한 논란은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도입·허용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어 법제처가 식약처의 낙태 약물 도입 관련 질의에 ‘모자보건법’ 개정 없이도 해당 의약품의 품목허가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법령해석을 내놓으면서 사회적 논란이 커졌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 사안을 언급한 배경부터 살펴보면 2019년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이후 국회가 임신중지의 허용 범위와 절차 등을 규정하는 후속 입법을 하지 못한 것과 연결된다. 7년여 입법 부재 속에서 정식 허가되지 않은 임신중지 약물이 시중에 유통되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가 이를 방치하지 말고 제도권 내에서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인 거다.
이런 배경에서 국회 입법처가 낙태 약물 도입과 관련해 먼저 법령 정비의 필요성을 제시한 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낙태 약물 도입을 위한 사전 요식 행위 성격이 아니라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 생명보호라는 헌법적 법익 사이의 접점을 찾는 입법 정책적 사안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공론화와 숙의를 거쳐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법제처가 식약처에 의약품의 품목허가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법령해석을 한 건 약물 수입 가능 여부만 판단한 것이지 실제 의료현장에서의 약물 낙태 허용 범위와 절차를 합법화한 건 아니다. 문제는 이 같은 해석이 사실상 낙태 약물을 허용하는 의미로 시중에 잘못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점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일반 의약품과 먹는 낙태 약물의 수입을 허가하는 문제는 완전히 다르다. 일반 의약품의 경우 식약처가 안전성·유효성 등을 심사하여 품목허가를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임신중지 의약품은 단순히 ‘약으로서 안전한가’만을 가지고 따질 수 없다. 어느 시기의 임신까지 허용할 것인지, 의료기관에서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 것인지, 부작용이나 응급상황 발생 시 책임과 관리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적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먼저 의약품을 허가할 경우 결과적으로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사항에 의해 임신중지가 가능한 범위가 사실상 정해지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번 국회입법조사처의 의견 제시를 ‘낙태약 도입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순 없다. 약물 도입 찬반 문제를 떠나 절차와 법적 근거가 선행돼야 함을 강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임신중지에 대한 법적 기준을 먼저 정하고, 의료적으로 안전한 관리체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중요한 관점은 이 문제를 누가 결정권을 가졌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안전 사이의 접점과 사회적 공론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한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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