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토니 퍼킨스의 기고글인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토를 넘어 ‘영적 전쟁’으로’(Putin's war on Ukraine isn't just territorial. It's spiritual)를 9월 5일(현지시각) 게재했다.
토니 퍼킨스는 가족연구위원회(Family Research Council) 회장이며, 워싱턴 스탠드(The Washington Stand)의 총괄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러시아의 탱크와 미사일, 드론은 우크라이나의 수많은 주택과 학교를 파괴했고 수많은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러나 이것들은 눈에 보이는 전쟁의 무기일 뿐이다. 그 이면에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결코 덜 위험하지 않은 또 하나의 힘이 작동하고 있다. 필자가 ‘러시아 제국주의 2.0(Russian Imperialism 2.0)’이라고 부르는 이 이데올로기는 단순히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정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정체성과 주권, 문화적 독립성을 약화시키거나 지워버리려는 성격을 띠고 있다.
이 문제는 우크라이나만의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 힘에 의한 국경 변경과 종교적 억압, 강제 동화가 성공적인 선례로 남는다면 그것은 유럽 전체의 안보와 자유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푸틴 체제의 제국주의는 과거 소비에트 권위주의의 요소를 상당 부분 이어받고 있지만, 중요한 차이도 있다. 공산주의 시절 국가에 의해 핍박받았던 러시아 정교회가 오늘날에는 국가 권력과 긴밀히 결합해 정치적 정당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소련 공산주의가 기독교를 국가 이념으로 대체하려 했다면, 오늘날의 푸틴주의는 기독교의 특정한 형태를 국가 권력과 결합시키고, 그것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점령지에서 벌어지는 종교적 억압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는 독립적인 종교 활동이 억압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져 왔다. 일부 교회는 폐쇄됐고 종교 지도자들이 체포되거나 추방됐으며, 심각한 경우 목숨을 잃기도 했다. 반면 모스크바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러시아 정교회 계열 조직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음주의 교회와 가톨릭 공동체 가운데 일부는 강제 폐쇄를 당했고, 예배당이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됐다는 사례도 보고됐다.
필자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당시, 데니스 율리우틴(Denys Uliutin) 사회정책·가족·통합부 장관은 러시아의 침공과 점령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종교 시설들이 어떻게 훼손되고 파괴돼 왔는지를 설명했다. 수백 개의 종교 시설이 손상되거나 파괴됐다는 보고가 있으며,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 역시 점령지의 종교 자유 침해 문제를 지속적으로 기록해 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점령 지역에서 종교 지도자와 성직자들이 살해되거나 고문 끝에 숨진 사례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특정 교단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데 있지 않다. 국가가 자신에게 충성하지 않는 종교 공동체를 억압하고, 특정 종교적 구조를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할 때 종교의 자유 자체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러시아인’으로 만드는 정책
그러나 푸틴 체제의 영향은 종교 기관에 대한 억압에서 끝나지 않는다. 점령 지역의 어린이들을 러시아 문화와 국가 정체성 안으로 강제 편입하려는 정책 역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점령지의 일부 학교에서는 러시아식 교육과정이 도입됐고 러시아어 사용과 러시아 역사관이 강조됐다. 러시아 시민권 취득이나 국가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강제 이주와 추방이다. 수천 명의 어린이가 러시아나 러시아가 통제하는 지역으로 옮겨졌다는 보고가 있으며, 일부는 이른바 ‘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러시아 가정에 입양·위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책이 장기화될 경우 아이들은 단순히 거주지를 잃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문화, 가족 관계,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정체성 자체를 빼앗길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쟁은 영토를 차지하는 싸움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 세대의 기억과 정체성을 누가 형성할 것인가를 둘러싼 싸움이기도 하다.
신앙과 가족이 동시에 공격받을 때
자유로운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신앙의 자유와 가족의 권리다. 사람이 어떤 종교를 믿을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자유, 자신의 신앙에 따라 자녀를 양육할 자유, 국가의 강요 없이 자신의 문화와 언어를 전수할 자유는 단순한 사적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 점령지에서 나타나는 종교적 억압과 아동의 강제 동화 정책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미국을 직접 군사적으로 공격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이는 상황에서 서방 사회는 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그리스도인의 관점에서 한 가지 이유는 분명하다.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자매 된 사람들이 신앙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면 교회는 이를 외면할 수 없다. 하나님의 나라는 국가의 경계를 넘어선다.
동시에 시민의 관점에서도 이 문제는 중요하다. 역사는 침략과 억압이 성공적인 선례로 남을 경우 그것이 다른 지역에서도 반복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러시아 탱크가 미국 본토까지 들어올 것인가”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군사적 침략과 종교적 억압, 강제 동화가 별다른 대가 없이 성공할 수 있는 국제질서가 과연 자유로운 국가들에게 더 안전한가”이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지 영토가 아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과 자유사회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종교적 박해와 전쟁 속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정당한 방식의 국제적 연대를 통해 피해자들을 도울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가 지금 지키려는 것이 단순히 지도 위의 영토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는 조국의 땅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지만, 동시에 하나의 민족이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할 권리, 자유롭게 하나님을 예배할 권리, 자신의 신앙과 문화 안에서 자녀를 양육할 권리, 그리고 스스로를 통치할 주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이러한 자유는 특정 국가만의 가치가 아니다. 신앙의 자유, 가족의 자유, 문화적 정체성, 그리고 스스로 통치할 권리는 자유사회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가치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순한 영토 전쟁이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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