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유럽연합(EU)이 파키스탄 정부를 향해 종교적 소수자의 권리를 포함한 인권 보호 부문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이지 않을 경우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공식적인 경고를 내놓았다고 9월 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파키스탄이 기독교인 등 소수 종교인을 억압하는 현재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지 방치할 경우, 유럽연합이 제공하는 대규모 무역 특혜 접근권이 박탈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라이문다스 카로블리스 주파키스탄 유럽연합 대사는 지난 8월 31일 현지 언론과의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파키스탄의 일반특혜관세제도 플러스(GSP+) 유지 여부가 2029년 이후로는 보장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카로블리스 대사는 파키스탄이 해당 무역 특혜를 재신청하는 과정에서 유엔 인권 협약의 실질적인 이행 여부가 결정적인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키스탄은 현재 GSP+ 협정에 따라 대유럽연합 수출에서 약 7억 3200만 유로 규모로 추산되는 광범위한 관세 혜택을 받고 있으며, 특히 방직 산업이 최대 수혜 분야로 꼽힌다. 이 제도는 파키스탄에 무역 접근권을 제공하는 대신 인권, 노동권, 환경 보호 등에 관한 국제 협약 이행을 조건으로 한다. 카로블리스 대사는 파키스탄이 현재 요구되는 27개 협약과 향후 요구될 32개 협약을 모두 비준했으나, 중요한 것은 법적 비준이 아닌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이행이라고 지적했다. 인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GSP+ 특혜를 잃게 되면 파키스탄은 관세율이 더 높은 일반 GSP 적용 대상으로 강등된다.
파키스탄 기독교 박해 및 신성모독법 악용 실태 지적
카로블리스 대사는 2014년 GSP+ 도입 이후 파키스탄이 사형 집행 축소나 아동 혼인 금지법 마련 등에서 일부 진전을 보였으나 소수 민족 및 소수 종교의 권리 부문에서는 뚜렷한 퇴보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강제 실종, 언론의 자유 억압과 더불어 소수 종교 인권 침해를 가장 우려되는 사안으로 지목했다.
특히 유럽연합 측은 파키스탄 내 신성모독 사건에 대해 강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슬라마바드 등 일부 지역에서 신성모독 혐의 구금자들이 보석으로 풀려나고 있으나 펀자브주에서는 미성년자를 포함해 500명 이상이 여전히 관련 혐의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신성모독 혐의가 기독교인 등 소수 종교인을 표적으로 삼는 도구로 빈번하게 악용되고 있다. 개인적 분쟁이 종교적 혐의로 번져 기독교 공동체를 향한 폭동이나 예배당 방화 테러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카로블리스 대사는 신성모독 혐의를 조직적으로 악용하는 이른바 신성모독 갱단의 활동을 언급하며 정부 차원의 확실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슬람 소수파인 아흐마디야 공동체에 대한 차별 문제를 거론하며, 파키스탄 국민인 이들의 신체적 안전과 예배 시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안의 실질적 집행 요구 및 국제 인권 기준 준수 강조
아동 강제 혼인 금지법과 관련해서도 유럽연합은 서류상의 법률 유지가 아닌 현장에서의 엄격한 집행을 요구했다. 현지 인권 단체들은 파키스탄 기독교인 및 힌두교 등 소수 종교 출신 미성년 소녀들이 납치되어 강제로 이슬람으로 개종되고 나이 많은 무슬림 남성과 강제 결혼하는 사건을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카로블리스 대사는 사법 및 제도적 약점으로 인해 피해 가족들이 제대로 된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으며 국제적 약속의 구체적인 이행을 파키스탄 정부에 주문했다.
이 밖에도 강제 실종과 자의적 구금 문제 불공정한 사법 절차 등 파키스탄의 전반적인 인권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카로블리스 대사는 파키스탄이 심각한 테러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안보적 특수성을 인지하면서도 테러 대응 과정에서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 기본적 인권은 반드시 준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프간 난민 문제와 관련해 강제 송환 시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취약 계층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제법상의 강제송환 금지 원칙 준수를 당부했다.
유럽연합 측은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 사이를 중재하는 등의 외교적 역할이 인권 문제 해결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카로블리스 대사는 유럽연합이 파키스탄에 유럽 수준의 기준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유엔이 정한 보편적 인권 협약의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국민의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결코 번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