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한국 토마스선교사
토마스선교사 120주년 기념예배에서 단체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평화한국

한국 개신교 최초의 순교자인 토마스(A. R. Thomas) 선교사의 순교 16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예배 및 세미나’가 5일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민간인통제구역(DMZ) 내 통일촌교회에서 열렸다.

한국기독교통일선교회가 주최하고 (사)평화한국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AJABAS선교회, 기독교통일포럼, 기독교통일학회, 새한반도센터, 에스더기도회 등이 협력하여 개최되었다. 참가자들은 토마스 선교사의 순교 정신을 기리는 한편, 북한에 강제 억류된 선교사들의 석방과 한반도의 성경적 복음통일을 위해 한목소리로 기도했다.

1부 기념예배에서 김상복 원로목사(할렐루야교회)는 ‘대동강에 뿌려진 하나의 씨앗’(요한복음 12:24)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 김 목사는 “1866년 대동강 쑥섬에서 한 권의 성경을 내밀며 흘린 토마스 선교사의 피는 한국교회 부흥과 자립의 신성한 밀알이 되었다”며 “오늘날 한국교회가 그 순교의 유산을 이어받아 북한 구원과 복음통일의 사명을 완수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이어진 2부 세미나에서는 5명의 발제자가 나서 토마스 선교사의 순교적 교회사, K-유라시아 선교관, 억류 선교사 문제, 접경지 교회의 사역, 복음통일의 전략적 방향 등을 세부적으로 발표했다.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강석진 목사(양의문교회 담임, 서하늘선교회 회장)는 토마스 선교사의 순교로부터 시작된 한국교회사 4대 구속사적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강 목사는 토마스 선교사가 1866년 8월 제너럴 셔만호에 승선하며 런던선교회에 남긴 편지를 직접 인용했다. 토마스 선교사는 “나는 이번 전도 여행이 조선선교의 문을 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내 생명이 위험을 당할 수도 있으나 그리스도의 사랑을 조선 땅에 심기 위하여 기꺼이 떠난다”라고 했다.

강 목사는 1866년 9월 5일 대동강 쑥섬에서 셔만호 침몰 후 박춘권에 의해 참수당하기까지, 토마스가 주민들에게 한문 성경을 배포했던 상황을 상술했다. 강석진 목사는 “당시 박규수 평안도 관찰사는 토마스 선교사가 배포한 성경을 모두 관가로 반납하라고 지시했으나, 12세 소년 최치량은 토마스로부터 받은 성경 3권을 빼앗기지 않고 가슴 깊이 몰래 보관했다”며 “반면 관가의 박영식 주사는 반납된 성경을 가져가 자기 집 방안 벽 전체를 성경 책장으로 도배해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목사는 “훗날 성인이 된 최치량이 바로 그 ‘성경으로 도배된 집’을 매입해 여관을 차렸고, 27년이 지난 1893년 5월 미국 북장로교 사무엘 마펫 선교사가 평양에 들어와 처음 여장을 풀고 주일예배를 드린 곳이 바로 이 ‘최치량 여관’이었다”며 “최치량은 어릴 적 토마스 선교사에게 받아 보관해 온 성경 3권을 들고 그 예배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마펫 선교사가 1894년 1월 평양 대동문 근처에 23명의 성도와 함께 최초의 널다리골교회를 개척했는데, 1899년 쑥섬에서 토마스 선교사를 참수했던 박춘권이 제 발로 이 교회를 찾아왔다”며 “그는 순교자의 마지막 모습과 그가 건넨 성경을 잊지 못해 회개하고 세례를 받았으며, 이후 평안남도 안주로 건너가 직접 교회를 개척하고 영수가 됐다”고 강조했다.

강 목사는 “이 널다리골교회가 부흥하여 1903년 평양 장대재로 이전해 세운 교회가 바로 이북 교회의 어머니이자 한국교회 대부흥의 발상지인 장대현교회이며, 최치량 장로는 당시 거금인 200달러를 건축헌금으로 바쳤다”면서 “순교자를 베었던 칼잡이 박춘권도, 성경으로 벽을 도배했던 박영식의 집도 결국 한국교회를 세우는 신성한 거름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교회사학자들의 평가를 끌어와 “토마스가 흘린 피는 대동강물을 마시는 평양인들에게 생명수가 되었다”며 초대교회 교부 테르툴리아누스의 “순교의 피는 교회 성장의 씨앗이 된다”는 명언을 상기시켰다.

아울러 존 로스(John Ross) 선교사의 한글 성경 번역에 대해서도 로스 선교사의 “성경이 던져진 압록강은 조선인들에게 생명수가 될 것이요, 성경이 타다 남은 재는 조선교회 성장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인용했다.

강 목사는 “토마스 선교사의 순교 신앙을 이어받아 순교 160주년을 맞이하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복음통일과 북한 교회 재건, 그리고 제2의 평양 부흥 역사를 창출해야 하는 시대적 미션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평화한국 토마스 선교사
토마스 선교사 120주년 기념예배 모습. ©평화한국

두 번째 발제자인 박요한 교수(AJABAS 선교회 대표, 前 대전신대 교수)는 박 교수는 “한국교회는 이처럼 신앙 선배들의 피 위에 세워진 교회”라며 “구한말 오물과 전염병이 가득했던 원시적 야만의 땅에 선교사들이 들어와 한글 성경을 번역하고 근대 문명을 전수했음”을 되새겼다.

그러나 에스겔 16장의 말씀처럼 하나님의 은혜로 아름다운 처녀가 되어 왕후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우상숭배에 빠졌던 이스라엘처럼, 오늘날 한국교회가 화려함에 도취하여 본질을 잃어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교수는 “동양의 예루살렘이라 불리던 평양에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영생탑이 들어섰고, 남한 교회는 123층 높이의 롯데월드타워처럼 화려함에 도취되어 세상으로부터 조롱받는 맛 잃은 소금이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1세기 세계적 현상이 된 K-Culture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바이칼 호수를 중심으로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몽골, 만주, 연해주로 이어지는 한민족의 5천~1만 년 역사의 문화적 뿌리에서 분출된 것”이라며 “세계문명사의 신기원을 이룩한 ‘팍스 몽골리카’(Pax Mongolica)는 ‘전쟁과 폭력’으로 이룩한 대제국이지만, 한민족을 통한 세계복음화의 신기원은 ‘샬롬의 복음’을 통한 ‘팍스 크리스티나’(Pax Christina)의 신세계”라고 했다.
이어진 발제를 맡은 정운도 선교사(단동 북한선교사)는 중국 단둥의 압록강변 ‘단동복음식품유한회사(국수공장)’ 사역을 중심으로, 북한 선교의 현장과 억류 선교사들의 실태를 보고했다.

정 선교사는 2013년 억류된 김정욱 선교사, 2014년 억류된 김국기·최춘길 선교사를 비롯해 고현철, 김원호, 함진우 등 대한민국 국적자 6명이 13년째 북한에 강제 억류되어 있다고 밝히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평화한국 토마스 선교사
참석자들이 북한에 억류 중인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의 무사귀환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평화한국

정운도 선교사는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신의주와 맞닿아 있는 중국 단둥은 이미 160여 년 전부터 조선 복음화의 관문이자 전초기지였다”며 ‘1874년 존 로스(John Ross) 선교사가 고려문에서 조선 선교를 구상하고 1876년 의주 상인 이응찬을 만남으로써 최초의 한글 성경 번역이 시작되었듯, 북한 선교의 길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선교사는 “과거 청나라 때 안동현으로 설치되었다가 1965년 단동으로 개명된 이 국경 도시는 6·25전쟁 당시 중국군이 압록강을 건넜던 아픈 역사를 안고 있지만, 오늘날에는 ’단동복음식품유한회사‘와 같은 국수공장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며 복음을 전하는 생생한 사역의 현장이 되어왔다”고 소개했다.

특히 정 선교사는 굳게 닫힌 북한에 강제 억류된 선교사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그는 “2013년 10월 억류된 김정욱 선교사를 시작으로 2014년 억류된 김국기·최춘길 선교사, 그리고 고현철, 김원호, 함진우 등 대한민국 국적자 6명이 13년째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은 두려움 없는 열정과 강한 추진력으로 북한 주민과 탈북민을 섬겨온 사역자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태복음 18장에 나오는 ’길 잃은 양 한 마리의 비유‘를 언급한 정 선교사는 “’이 작은 자 중의 하나라도 잃어지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니라‘ 하신 말씀처럼, 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찾아 나서는 것이 하나님의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어 성어인 ’완따오 차오처(弯道超车)‘를 인용하며 “’완따오 차오처‘는 남들이 속도를 내기 어려운 굽은 길에서 오히려 추월한다는 뜻”이라며 “지금은 남북의 길이 굳게 닫혀 있어도, 하나님께서는 남들이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길을 다시 연결하시고 막힌 길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실 것”이라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정 선교사는 “중국 현지에서 사역을 함께했던 동역자들이 다시 합류하여 억류 선교사 석방을 위한 세미나와 기도를 이어가고 있다”며 “억류된 선교사들의 무사 환국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남과 북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복음통일을 끌어내는 진정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네 번째 발제자 강덕진 목사(통일촌교회 담임)는 민간인통제구역(DMZ) 내에 위치한 통일촌 마을의 역사적 특징과 통일촌교회의 사역 현황을 소개했다. 강 목사는 통일촌교회의 주요 사역으로 ▲현대 교세 관리 및 지역 파수꾼 역할 ▲외부 북한선교팀과의 연합예배 지원 ▲마을 주민들을 위한 복음 전도 및 복지 지원 사역 등을 제시했다.

강 목사는 “통일촌교회는 최전방 접경지라는 지리적 특수성 속에서 통일을 준비하는 기도의 거점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며 “마을 주민들의 삶을 보살피는 동시에 외부에서 찾아오는 수많은 통일 선교 단체 및 기독교 방문객들과 연합하여 한반도 평화와 북한 구원을 위해 기도하는 전초기지로서 사명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 발제에 나선 허문영 박사((사)평화한국 대표)는 이사야 43장 19절의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을 바탕으로 한반도 통일의 성격과 향후 북한선교의 구체적 방향을 제시했다.

허 박사는 “한반도 통일 문제는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영적 문제, 민족 문제, 국제 문제가 얽혀 있는 복합적 문제”라며, 골로새서 1장 19-20절 및 에페소서 1장 10절을 들어 “성경적 평화(Shalom)에 기반한 복음통일은 만유통일의 일부이며, 예수 십자가의 피로 땅과 하늘이 화목하게 되는 우주적 평화의 실현”이라고 정의했다.

향후 북한선교 전략으로 ‘투 트랙(Two-Track)’ 접근법을 강조하며 “북한선교는 풀뿌리 차원의 ‘바텀업(Bottom-up)’과 국제연대 차원의 ‘탑다운(Top-down)’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면서 “바텀업으로는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 등 북한 억류자와 20~30만 탈북민을 가슴에 품고 품는 사역이 필요하다. 동시에 탑다운으로는 빌리그래함전도협회(BGEA), 독일 라이프치히 니콜라이교회 월요평화기도회 등 국제 기독교 네트워크와 연대하여 억류 선교사 석방과 방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세미나를 마친 참석자들은 오후 1시부터 3시 30분까지 DMZ 현장탐방에 나섰다. 참석자들은 제3땅굴과 도라산전망대를 둘러보며 남북 분단의 엄혹한 현실을 확인하고, 통일촌 인근 ‘평화의 종’을 타종하며 한반도의 복음통일과 억류 선교사들의 조속한 무사 환국을 위해 통성으로 기도했다.

주최 측은 오는 2026년 9월 판문점과 평양에서 ‘토마스 선교사 순교 160주년 국제평화연합예배’ 추진을 목표로 기도의 띠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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