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인사청문회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비례대표 의원직 유지 문제를 놓고 여권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여성계 일부와 시민단체, 정의당에서는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용 후보자는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 준비 사무실로 출근한다.
용 후보자는 출근길에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히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비례대표직 유지 여부와 성평등가족부 현안 등에 관한 입장을 처음 밝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사퇴하면 기본소득당 원외정당”…의원직 유지 방침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가장 먼저 쟁점으로 떠오른 사안은 비례대표 의원직 유지 문제다.
용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 소속 유일한 국회의원인 제가 사퇴할 경우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돼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개인의 결정이 당의 진로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소수정당의 어려움에 대해 고개 숙여 양해를 구한다”며 “국민의 격려와 비판의 목소리 모두 겸허한 태도로 경청하고 고민해 인사청문회에서 성실하게 답변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하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할 경우 의원직에서 물러나고 다음 순번 후보자가 의석을 승계하는 것이 관례로 여겨져 왔다. 용 후보자는 의원직을 사퇴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가 의석을 승계하고 기본소득당은 원외정당이 된다는 점을 의원직 유지 이유로 들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원직 사퇴 여부 놓고 의견 엇갈려
여권 내부에서는 용 후보자의 비례대표 의원직 사퇴 여부를 놓고 상반된 목소리가 나왔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일 라디오에서 “다음 비례대표 순번이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비례대표직을 사퇴하는 게 맞는다”며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가 되셨다면 의원직 사퇴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으로 자리를 옮길 때 의원직을 내려놓고 다음 순번이 승계하도록 해 의정 공백을 최소화해 온 관례를 분명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합리적인 판단이 정말 중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최민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라디오에서 “비례대표직을 사퇴하고 장관직으로 가는 것이 법적인 구속 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균형 있게 평가되기를 바란다”며 용 후보자의 입장을 옹호했다.
◈보완수사권 폐지 입장 놓고 여성계·정의당 반발
여성계 일각에서는 용 후보자가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찬성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용 후보자는 지난 7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법안 통과 직후에는 SNS에 ‘검찰개혁 30년, 감개무량하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없애고 범죄 피해자 보호 제도를 강화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찬성 표결했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지난달 31일 “성폭력 피해자와 법 취약자들이 눈물로 호소했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앞장서서 주장해 온 인사가 어떻게 약자의 안전권을 보장하겠느냐”며 “성평등가족부 장관으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비판했다.
바른인권여성연합과 자녀교육권부모연합 등 28개 시민단체도 공동성명을 내고 “국민 통합을 이뤄야 할 국정 인선에 극단적 이념 편향과 젠더 갈등의 당사자를 전면에 배치한 인사 참사”라며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정의당도 지명 철회 요구…전문성 논란 제기
정의당도 용 후보자의 보완수사권 폐지 입장을 문제 삼으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양경규 정의당 대표는 성명에서 “이 대통령은 용혜인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의 거센 우려에도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환영했던 인사가 여성과 소수자, 피해자의 권리를 책임질 적임자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성평등 분야의 전문성을 둘러싼 지적도 나왔다. 용 후보자가 제21·22대 국회에서 대표 발의한 법률안과 결의안 등 116건 가운데 여성가족위원회 또는 성평등가족위원회 소관 안건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이에 대해 “용 후보자가 해당 상임위원회 소관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적은 없지만 ‘스토킹처벌법 개정안’,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 등 여성폭력 행위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법률안을 다수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배우자 당직 문제 놓고도 공방
용 후보자의 배우자가 기본소득당 당직자로 근무하는 것을 두고 야권에서는 ‘가족정당’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용 의원의 남편이 기본소득당 상근 당직자”라며 “용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은 원외정당이 되고 국고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남편이 당에서 봉급을 받기 어렵게 되니 사퇴하지 않는 것이라는 글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문미정 기본소득당 대표 권한대행은 “창당부터 당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사람을 단지 용 의원과의 사적 관계로 인해 당직자로 일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공적 질서에 대한 몰이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해당 주장은 “민주정당인 기본소득당을 폄훼하려는 의도”라며 “최소한의 도를 넘는 비난”이라고 비판했다.
◈임신중지 약물·촉법소년 연령 등 현안 입장 주목
용 후보자가 성평등가족부 장관으로 임명되면 1990년대생으로는 처음 국무위원에 오르게 된다.
이날 첫 출근길에서는 비례대표 의원직 유지 여부를 비롯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성폭력 피해자 보호 문제, 여성계의 지명 반대, 성평등 분야 전문성 등에 관한 질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임신중지 약물 도입 문제와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 고용평등공시제 시행 등 성평등가족부의 주요 과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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