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가 장편소설 ‘재이’(문학동네)를 펴냈다. 달동네에서 자라 한강이 보이는 고급 아파트로 옮겨간 여성의 삶을 통해 가난과 부 사이에 놓인 계급의 경계를 다뤘다.
조남주는 대표작 ‘82년생 김지영’에서 평범한 한국 여성의 일상을 따라가며 보이지 않는 사회적 억압을 드러냈다. 네 번째 장편소설인 ‘재이’에서는 경제적 조건이 바뀐 뒤에도 삶에 남아 있는 가난의 경험에 주목했다.
작가는 책머리에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지만 자꾸만 말하고 싶은 이야기들”이라고 친필로 적었다. 작품은 재이가 지나온 시간을 따라 부와 가난의 간극을 들여다보고, 그 경계를 건너며 겪는 불안과 혼란을 풀어냈다.
◈달라진 주소에도 해소되지 않는 소속의 문제
주인공 재이는 달동네에서 나고 자랐지만, 남편과 상의하지 않은 채 이른바 ‘한강 뷰’ 아파트를 구매했다. 그러나 달라진 주거 환경만으로 자신의 삶을 둘러싼 모순까지 해소하지는 못했다.
그는 자신을 “우범지대에 사는 모범생”, “상식과 교양이 없는 명문대생”, “성적이 뛰어나지 않은 장학생”, “스펙이 뒤떨어지는 대기업 사원”으로 표현했다. 성취를 나타내는 말마다 결핍을 드러내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주변의 평가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동창에게는 ‘손절의 아이콘’, 직장 동료에게는 ‘상식이 모자란 사람’, 부모에게는 ‘자기만 아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재이는 학교와 직장, 가족 안에서 자신을 향한 서로 다른 평가와 마주했다.
소설은 재이의 삶을 통해 지난 반세기 동안 부동산이 계급의 기준으로 자리 잡아온 현실을 비췄다. 달동네 시절을 “불편하고 더럽고 피로”했다고 기억하는 그에게 주거지의 이동은 가난했던 과거와 맞닿아 있었다.
◈가난의 기억과 부유한 일상 사이에 남은 불안
각 부는 ‘단절’, ‘조력자’, ‘성찰적 비순종’, ‘운’ 등 재이의 인생을 관통하는 단어들로 구성됐다. 이 제목들은 삶의 주요 순간과 그가 마주한 문제들을 압축해 제시했다.
선망받는 집을 소유한 뒤에도 재이는 행복하지 않았다. 가난 속에서 몸에 밴 감각과 부를 얻은 뒤 익힌 생활 방식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이는 “나는 충분히 가난하고 불행했고, 또 그렇게까지 가난하거나 불행하지는 않았다. 그 사이에서 답답하고 불안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자신의 과거를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혼란이 담긴 고백이었다.
조남주는 장편소설 ‘재이’에서 경제적 조건의 변화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소속의 문제를 다뤘다. 부동산이 사회적 지위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 현실 속에서 가난과 부의 경계를 건너온 한 여성의 불안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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