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호르무즈 해협. ©기독일보 DB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동의 해상·육상 원유 수송로가 동시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제한된 가운데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의 전략적 항구도시를 장악하면서 중동 산유국들의 대체 수출 경로마저 위협받게 됐다.

11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이날 예멘의 홍해 항구도시 모카를 장악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 측 병력을 몰아냈다.

모카는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의 전략적 요충지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공격한 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제한하면서,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사우디 원유의 주요 대체 수송로로 활용됐다.

후티 반군이 모카를 확보하며 홍해 일대의 통제력을 확대하자 이 항로의 운항 불안도 커졌다. 해상 데이터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거쳐 홍해를 빠져나간 사우디 원유 화물은 2건에 그쳤다.

◈호르무즈 통항 급감… 선박 공격에 송유관 중단까지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량은 전쟁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전쟁 전에는 하루 약 130척이 통과했지만, 이달 하루 평균 통항량은 19척으로 줄었다. 지난 10일에는 9척만 해협을 통과했다.

미 해군은 이란 반대편인 오만 연안에 가까운 항로를 확보해 일부 원유 수송을 유지했다. 그러나 주변 해역에서 선박 공격이 이어지면서 운항 위험은 여전했다.

지난 7~8월 오만 인근 해역에서는 최소 23척의 선박이 공격받았다. 일부 항로가 유지되고 있지만, 선박들이 공격 위험에 노출되면서 원유 수송의 불확실성이 지속됐다.

육상 우회 경로도 타격을 받았다. 사우디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홍해로 원유를 보내는 데 이용해온 동서 송유관은 앞서 드론 공격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항로에 이어 육상 송유관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원유 수출 경로가 동시에 제약을 받게 됐다.

◈걸프 산유국 수출 감소… 국제유가·미국 연료 가격 상승

수송 차질은 중동 산유국의 원유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 사우디의 지난달 원유 수출은 최소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해양정보업체 윈드워드는 이란을 제외한 걸프 산유국의 지난달 원유 수출량이 전쟁 이전의 약 3분의 2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이날 장중 배럴당 108달러를 넘어섰다. 전쟁 이전보다 약 50% 오른 수준이다.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를 웃돌았고, 디젤 가격도 6달러를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대체 수송로까지 잇따라 차질을 빚으면서 중동이 수십 년 만에 가장 심각한 에너지 공급 위기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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