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겸 자민당 총재가 8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중의원 선거 개표 상황판 앞에서 당선자 이름 옆에 붉은 종이 장미를 붙이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겸 자민당 총재가 8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중의원 선거 개표 상황판 앞에서 당선자 이름 옆에 붉은 종이 장미를 붙이고 있다. ©현지 영상 캡처

일본 집권 자민당이 8일 실시된 중의원 총선거에서 단독으로 헌법 개정 발의가 가능한 의석수를 넘어서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일본 정치 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했다. 공영방송 NHK의 개표 결과에 따르면 자민당은 전체 중의원 465석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310석을 넘는 의석을 확보하며, 단일 정당으로는 전후 처음으로 중의원에서 개헌 발의선에 도달했다.

개표가 진행된 9일 오전 1시 23분 기준 자민당은 311석을 확보했고, 이후 오전 4시 22분 개표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는 자민당 316석, 연정 파트너인 일본유신회 36석으로 여당 연합은 총 352석을 차지했다. 이는 선거 전 자민당 의석수 198석에서 118석이 늘어난 결과다. 일본유신회는 36석을 얻어 2석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여당 전체로는 중의원 의석의 압도적 다수를 확보했다.

◈야권 의석 급감, 정치 지형 급변

반면 야당은 이번 선거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선거 전 218석을 보유했던 야권 의석은 선거 이후 108석으로 줄어들며 110석이 감소했다. 제1야당인 중도개혁연합은 42석 확보에 그쳤다. 특히 선거 공시 직전까지 167석을 보유했던 세력은 선거 결과 49석에 머무르며 118석이 줄어드는 참패를 기록했다.

이번 결과는 일본 정치사에서도 이례적인 성적으로 평가된다. 중의원에서 단일 정당이 3분의 2 이상 의석을 차지한 것은 전후 처음이며, 1955년 민주당과 자유당이 합당해 자민당이 창당된 이후 최대 압승이다. 역대 최다 의석 기록은 나카소네 야스히로 정권 당시인 1986년으로, 당시 자민당은 300석을 얻었다. 당시 전체 의석수가 512석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자민당의 승리는 비중 면에서 더욱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 중인 일본 현지의 모습.
중의원 선거 중인 일본 현지의 모습. ©현지 영상 캡처

◈개헌 발의 가능해진 중의원, 관건은 참의원

중의원에서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할 경우 헌법 개정안 발의가 가능하며,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도 재의결을 통해 가결할 수 있다. 다만 헌법 개정안이 최종적으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참의원에서도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참의원에서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보유한 의석은 전체 248석 중 120석으로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참의원 선거는 2028년에 예정돼 있다.

자민당은 2012년 옛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은 이후 네 차례 총선에서 단독 과반을 유지해 왔으나, 2024년 10월 이시바 시게루 총리 재임 당시에는 단독 과반을 상실한 바 있다. 이번 총선 결과는 자민당이 다시 정치적 주도권을 확고히 회복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결과로 해석된다.

◈다카이치 총리 재선출 전망과 대외 변수

일본은 오는 18일 특별국회를 열어 다카이치 총리를 다시 선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1월 이른바 ‘대만 유사사태’ 발언으로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온 상황에서도 입장을 굽히지 않고 대응하며 국내 지지도를 높였다. 여기에 선거 직전인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루스 소셜을 통해 다카이치 총리와 자민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점도 선거 국면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노선을 계승해 보수 우경화 정책을 주창해온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총선을 통해 국내 정치적 기반을 한층 더 공고히 하게 됐다. 이에 따라 이른바 ‘평화 헌법’ 개정과 자위대의 헌법 명기, 나아가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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