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오 교수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북한 체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시각적 상징물은 단연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이다. 수만 명의 참가자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이 화려한 스펙터클은 대내외적인 체제 결속의 핵심 기제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이 거대한 공연의 이면에는 체제가 요구하는 완벽한 인간 기계화와 철저한 기만전술이 숨겨져 있다.

북한에서 집단체조는 단순한 예술 활동이 아니다. 김정일은 일찍이 담화를 통해 집단체조를 청소년들을 집단주의 정신을 가진 사회주의적 인간으로 키우는 핵심 수단으로 정의했다. 즉, 개인이 집단과 수령을 위해 완벽히 복종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체득하게 만드는 정치적 연극인 것이다. 특히 수만 명의 어린 학생들이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한 채 거대한 초상화를 만들어내는 ‘배경대(카드섹션)’는 명백한 아동 착취이자 인권 침해다. 대량의 인간을 부품화하여 연출하는 이 스펙터클은 결국 북한이라는 국가가 하나의 ‘극장’이며, 인민들은 오직 수령의 영광을 위해 고용된 무급의 ‘배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러한 극장 국가의 연극 무대는 경기장 내부를 넘어 수도 ‘평양’이라는 도시 전체로 확장된다. 평양은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고 수령의 영도를 과시하기 위해 정교하게 기획된 거대한 ‘쇼윈도우 도시’다. 이곳에 거주할 자격은 철저한 성분 조사와 사상 검증을 거친 ‘핵심계층’에게만 부여되며, 체제의 미관을 해친다고 판단되는 장애인이나 노약자는 철저히 배제된다. 즉 평양이라는 도시는 삶의 터전이 아닌 선별된 배우들의 세트장인 셈이다.

최근 평양에 들어선 초고층 아파트 단지들은 눈부신 경제 성장의 결과물처럼 보이지만, 그 실상은 전형적인 ‘위장 도시’다. 외신 기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도로변 건물의 정면은 화려하게 도색하지만, 밤이 되면 전력 부족으로 도시 전체가 암흑에 잠기고 오직 주체사상탑만이 불을 밝힌다.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아 고층 주민들이 걸어 다녀야 하는 실상, 외빈이 방문할 때만 상점에 가짜 상품을 진열했다가 행사 후에 회수하는 촌극은 평양 시민들에게 강요된 ‘행복한 사회주의 낙원의 주민’이라는 배역의 무게를 보여준다.

더욱 잔혹한 진실은 이 쇼윈도의 차단막 뒤에 가려진 ‘지방’의 실상이다. 북한 당국은 평양이라는 가짜 현실을 유지하기 위해 제한된 국가 자원의 대부분을 평양에 집중 투입해 왔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 평양의 배급을 유지하기 위해 지방 주민들은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되어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하는 비극을 겪었다. 오늘날에도 평양과 지방의 의료, 주거, 교육 격차는 극심하며, 지방 주민들 사이에서는 “평양 시민만 조선 사람인가”라는 자조 섞인 불만이 터져 나온다. 당국은 이 남루한 실상이 평양으로 유입되거나 대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철저한 이동의 자유 통제와 검문소 운영으로 지방을 철저히 격리하고 있다.

그러나 영원한 연극은 없다. 장마당을 통해 유입된 남한의 드라마와 외부 정보는 북한 주민들에게 자신들이 살고 있는 현실이 ‘지상낙원’이 아니라 잘 짜인 ‘거짓말의 감옥’이었음을 자각하게 만들고 있다. 평양의 화려한 불빛과 아리랑 공연의 일사불란함으로도 더 이상 가릴 수 없는 경제적 파탄과 민생고는, 보여주기 위한 삶을 강요해 온 북한 체제의 모순이 내부에서부터 균열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이 연출하는 화려한 선전전의 독소와 기만을 정확히 분별할 수 있는 비판적 안목을 지녀야 한다. 평양이라는 쇼윈도우의 겉모습에 현혹되어 무대 뒤편에서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의 보편적 인권과 참혹한 실상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극장 국가의 가짜 현실을 걷어내고 북한의 진짜 얼굴을 직시하는 일, 그리고 소외된 북한 동포들에게 끊임없이 진실의 빛을 보내는 것이 한반도의 진정한 자유와 회복을 앞당기는 첫걸음이다. 거짓으로 세워진 극장 국가의 유통기한은 이미 끝을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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