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대한민국은 지금 '메가'와 '초격차'를 말한다. 초대형 투자, 초거대 기업,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모두가 더 크게, 더 빨리, 더 멀리 나아가야 한다고 외친다. 침체된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국민의 기대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우리에게 한 가지 진실을 반복해서 가르쳐 준다. 성공은 규모가 아니라 방향에서 결정된다. 속도가 빠를수록 방향은 더욱 중요하다.

지난 5월, 카톨릭 교황 레오 14세는 인공지능 시대를 위한 첫 회칙『Magnifica Humanitas(위대한 인간성)를 발표했다. 그는 "인류는 새로운 바벨탑을 세울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과 사람이 함께 거하는 도시를 세울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선언했다. 이어 "인공지능은 소수의 권력과 이익을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되며, 언제나 인간의 존엄과 공동선을 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발전보다 인간의 가치가 먼저라는 선언이었다.

이 메시지는 오늘 대한민국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메가'는 거대한 규모를 뜻한다. '초격차'는 경쟁자가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 경쟁력이다. 모두 필요한 가치다. 그러나 그것이 목표가 되는 순간 우리는 성장의 착시에 빠질 수 있다. 숫자는 커질 수 있지만 행복은 작아질 수도 있다. 기술은 발전하지만 공동체는 무너질 수도 있다.

한국 축구가 국제무대에서 남긴 아쉬움도 같은 교훈을 준다. 뛰어난 선수는 있었지만 이를 살리는 전략은 부족했고, 기대는 높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꿈은 필요하지만 꿈만으로 승리할 수는 없다. 철저한 준비와 냉철한 현실 인식이 있을 때 비로소 결과가 따라온다.

결국 다시 리더십이다. 진정한 리더는 속도를 높이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바로 세우는 사람이다. 윤리의 기준을 세우고, 성장의 열매를 함께 나누며, 강한 기업일수록 더 큰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도록 이끄는 사람이다. 대기업은 세계를 향해 뛰되 중소기업과 지역경제를 함께 살려야 한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199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1933~ )은 『자유로서의 발전』에서 "발전은 국민소득의 증가가 아니라 인간의 자유를 확장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1943~ )는 "성장의 혜택이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는 사회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두 경제학자는 한목소리로 경제의 크기보다 사람의 삶을 먼저 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의 성장 역사도 이를 증명한다. 가난했던 시절, 우리는 '수출 100억 달러'라는 꿈을 향해 함께 땀 흘렸다. 교육에 투자했고, 기술을 익혔으며, 기업가들은 세계시장에 도전했다. 정주영의 도전정신, 이병철의 인재 철학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우리에게 또 다른 교훈을 남겼다. 성공은 영원하지 않으며, 변화의 방향을 놓치는 순간 성장도 멈춘다는 사실이다.

오늘 세계가 K-문화에 열광하는 이유도 화려한 기술 때문만은 아니다. 가족을 사랑하고, 약자를 품고, 함께 울고 웃는 한국인의 정서가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문화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의 품격에서 나온다.

대한민국은 이제 새로운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메가 프로젝트도 필요하고 초격차 기술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세워야 할 것은 윤리이며, 신뢰이며, 공동체의 가치다.

더 겸손해야 한다. 더 성실해야 한다. 더 검소해야 한다. 더 많이 섬겨야 한다. 그리고 더 하나 되어야 한다.

기술은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품격만이 나라를 위대하게 만든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초격차는 반도체가 아니라 사람이며, 규모가 아니라 품격이다. 그것이 우리가 다음 세대에 반드시 물려주어야 할 가장 위대한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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