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명진(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이명진(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6월 3일 대한민국에서 상상하지 못한 일이 공공연히 벌어졌다. 국민이 가진 가장 소중한 참정권이 투표지가 없어 훼손된 일이다. 헌법 제1조에는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되어 있다. 국민의 주권은 국민의 한 표의 투표로 나온다. 인류 역사상 참정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정부들은 국민에게 버림을 받았다.

6월 3일 이후 선관위와 정부 여당의 대응을 보면서 국민의 실망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동안 헌법기관의 특권을 주장하던 선거관리위원회의 무책임함과 무지함, 나태함과 도를 넘는 뻔뻔함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선거관리 위원장들은 선거 업무에 대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책임도 없어 보인다. 한심한 일이다. 게다가 국정 조사에 무더기로 불출석하는 그들의 몰염치한 행태에 국민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 참정권을 지키기 위해 나선 국민을 강제로 해산하고, 위협적인 말로 시민을 겁박하는 경찰의 비민주적인 행태도 벌어졌다. 국정 책임을 지고 있는 여당과 정부의 태도가 불성실하기 짝이 없다. 선관위의 부실과 무능, 안일함을 지적하자 이때다 싶어 독버섯처럼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하는 여당의 뻔히 보이는 속내가 국민의 화를 돋우고 있다. 한 달이 넘게 올림픽공원(올공)과 전국 각지에서 참정권 훼손에 대한 유권자의 규탄 목소리가 식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참 정치인과 거짓 정치인

오늘날 우리 정치를 바라보는 마음은 무겁다 못해 참담하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보루이자 국민의 가장 신성한 권리인 참정권이 훼손당했음에도,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는 생각없는 정치인들이 불쾌지수를 높이고 있다. 국민을 대신하여 보수의 가치를 지키고 헌법적 권리를 수호해야 할 이들이, 본질은 외면한 채 특정 인물을 비호하거나 권력을 쥐기 위한 이합집산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치가 아닌 사람을 따르고, 본질이 아닌 권력을 탐할 때 공동체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똑똑히 배워왔다. 참 정치인은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편에 서 있었고, 거짓 정치인은 언제나 자신의 권력과 이익의 편에 서 있었다. 참 정치인은 국민이 억울함에 눈물 흘릴 때 그 눈물을 닦아 주었고, 거짓 정치인은 국민의 눈물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가져갔다.

북미의 청교도와 남미의 스페인이 남긴 교훈

정치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교훈이 있다. 17세기 비슷한 시기에 신대륙으로 향했던 두 세력, 북미로 간 영국의 청교도들과 남미로 간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정복자들의 이야기다. 가치와 자유를 찾아 북미로 간 청교도는 눈앞의 이익 대신 청교도 정신인 신전(神前) 의식과 정직, 자유의 가치를 세우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그들이 세운 땅은 훗날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부와 번영을 누리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했다.

반면 황금을 찾아 남미로 간 나선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어떠했는가. 그들은 단기적인 물질적 풍요를 누렸지만, 지속 가능한 제도와 가치를 남기지 못했다. 그 결과 오늘날까지도 남미의 많은 국가들은 정치적 불안정과 극심한 혼란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마주하고 있다.

이 극명한 대조가 주는 교훈은 자명하다. 눈앞의 권력과 사익을 좇는 세력은 반드시 파멸하지만, 자유의 가치를 바로 세우려는 세력은 결국 번영한다는 사실이다.

권력이라는 '황금' 대신, 참정권이라는 '가치'를 지켜야 할 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참정권을 지키는 문제는 청교도들이 그토록 수호하고자 했던 '자유와 양심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 대의 민주주의 제도에서 투표와 참정권은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통로다. 이 통로가 불투명해지거나 훼손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허물어뜨리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권은 마치 남미로 향했던 스페인의 정복자들처럼 눈앞의 '황금'에만 눈이 멀어 있는 듯하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헌법적 가치마저 희생시키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오직 '누구의 줄에 서야 생존할 것인가'에만 골몰한다. 참정권 수호라는 거룩한 명제마저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키며 본질을 흐리는 정파 정치의 모습은 진정한 보수의 가치와 거리가 멀다.

눈앞의 물질적 부만 좇아 남미로 떠났던 스페인 정복자들이 결국 타락과 파멸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헌법적 가치를 저버리고 오직 '당권'이라는 눈앞의 황금만을 좇는 일부 야당 정치인의 미래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다.

청교도들이 목숨 걸고 신앙과 자유를 지켰듯,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금 목숨 걸고 참정권을 지키고 있다. 이 거대한 가치 투쟁을 외면한 정당과 정치인은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국민을 외면한 정치꾼들을 우리는 단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보수(保守)의 진정한 의미는 권력이나 기득권을 보수하는 것이 아니라, 대대손손 물려주어야 할 '헌법적 가치와 자유 민주주의'를 피 흘려 지켜내는 것이다.

주권자인 국민의 눈물을 외면하고 오직 권력 장악에만 혈안이 된 정치꾼들에게 돌아갈 것은 국민의 엄중한 심판뿐이다. 지금이라도 당권 투쟁이라는 추태를 멈추고, 국민들이 피눈물 흘리며 외치는 아스팔트와 올공의 목소리에 응답하길 바란다. 가치를 지키지 않는 정치인에게 미래는 없다.

가치 위에 다시 서는 보수를 기대하며

우리가 지금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사람을 지키거나 권력을 잡기 위함이 아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 투명한 민주주의, 그리고 온전한 주권을 물려주기 위함이다.

눈앞의 황금을 탐하다 참담한 결과를 맞이했던 역사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눈물로 가치의 씨앗을 심어 번영의 토대를 닦았던 청교도들의 길을 갈 것인가.

사라질 패거리 정치에서 눈을 돌려, 훼손된 국민의 참정권을 온전히 회복하는 최우선 과제에 보수주의자들이 모두 한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억울하게 훼손된 국민의 참정권을 찾아오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자리에 서야 할 때다.

국민의 주장은 너무나 명확하다.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재선거를 실시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잃어버린 현 선거제도를 개선하여 당일투표, 수개표를 하면 된다. 먼 길 돌아갈 일도 어려운 일도 아니다. 지금이라도 국민의 눈물과 억울함을 닦아 주길 바란다. 국민이 울 때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국민은 가치를 저버린 정치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명진(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