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석 박사(서울기독교세계관연구원 원장, 창조론오픈포럼 공동대표)가 11일 온라인으로 열린 제75회 창조론온라인포럼에서 ‘그들은 왜 유신진화론자가 되었는가?-유신진화론자 25명의 전환 서사 분석’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박사는 발표를 시작하며 유신진화론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한 여러 질문에서 이번 연구가 출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창세기 1~3장의 기록을 현대 과학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방식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반면, 신약성경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과 죽음, 부활은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화학진화와 생물진화, 인간진화에 대한 다양한 논의 속에서 왜 유신진화론자들이 진화론의 증거를 충분하다고 평가하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 유신진화론적 관점을 형성하게 되었는지를 분석하고자 했다고 연구 배경을 소개했다.
이번 연구는 바이오로고스(BioLogos) 진영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유신진화론자 25명이 직접 집필한 에세이를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아 진행됐다.
◆ 전환 서사 중심으로 유신진화론 수용 과정 분석
이 박사는 "연구를 단순히 '진화론을 받아들였다'는 결과만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인의 신앙과 학문, 성경 이해가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화했는지를 추적하는 '전환 서사' 방식으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분석은 다섯 단계로 구성됐다. 먼저 각 인물이 원래 어떤 창조관과 성경관, 과학관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살폈고, 이후 기존 입장을 흔들었던 갈등 요인을 분석했다. 이어 전환의 결정적인 계기와 신앙 및 진화론을 어떻게 다시 연결했는지를 검토했으며, 마지막으로 유신진화론을 수용한 이후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이 박사는 "이 같은 틀을 통해 유신진화론자들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 무엇을 유지하려 했는지, 또 무엇을 재해석하거나 포기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어 "연구는 전환 동기의 유형을 분석하고, 각 인물에게 최종적인 권위의 중심이 무엇이었는지 살펴본 뒤, 신앙을 보존하려는 시도와 신학적 변화가 실제로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구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개별 인물 분석에서는 "신앙적 배경과 초기 입장, 갈등의 원인, 전환의 계기, 수용한 핵심 논리, 성경 해석의 변화, 신학적 재구성, 정서적·관계적 요인, 최종 입장, 전환 과정의 명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 과학과 성경 해석, 목회적 고민이 공통된 전환 요인으로 제시
이 박사는 25명의 전환 서사를 종합한 결과 여러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발표에서는 생물학과 유전학, 지질학 연구를 통해 진화론의 설명력을 받아들인 '과학 증거 압도형', 성경 연구 과정에서 창세기 해석을 새롭게 이해하게 된 '성경해석 전환형', 진화론과 반진화론이라는 양극단을 모두 거부한 '문화전쟁 탈출형', 청년들의 신앙 이탈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회·교육 문제 해결형', 창조세계를 하나님의 지혜와 아름다움으로 이해한 '경이와 예배형', 과학자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조화시키려는 '정체성 화해형', 전통 교리를 새롭게 설명하려는 '신학 재구성형' 등이 제시됐다.
이 박사는 이러한 분석을 위해 제임스 스미스(캘빈 칼리지 철학 교수, 골로새 포럼 선임연구원), 스캇 맥나이트(Northern Seminary 신약학 교수), 켄 풍(풀러 신학교 교수, LA 에버그린 침례교회 목사), 데보라 하스마(바이오로고스 대표, MIT 천체물리학 박사), 트렘퍼 롱먼 3세(웨스트몬트 대학 성서학 교수), 제프 하딘(캘리포니아 대학 박사, 국제신학교 목회학석사, 위스콘신 대학교 동물학과 교수, 바이오로고스이사회 의장), 스티븐 애슐리 블레이크(영화 및 TV 프로그램 제작사 렐름 엔터테인먼트 사장), 프랜시스 콜린스(미국 NIH 원장, 인간게놈프로젝트 책임자), 제니퍼 와이즈먼(하버드 대학교 천문학 박사, 작가), 데니스 베니머(트리니티웨스턴 대학교 생물학 교수, 바이오로고스 회원), 프러빈 셋후파티(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유전학과 조교수, 레저렉션 교회 설교 장로), 도로시 보오스(코넬 대학교 곤충학 석사, 위스콘신 대학 해양학과 호소학 박사, 고든 대학 생물학교수), 짐 스텀프(바이로로고스 편집장), 대니얼 해럴(미네소타 주 콜로니얼 교회 담임목사, 보스턴 대학 발달심리학 박사), 저스틴 배럿(풀러신학교 인간개발 스라이브 석좌교수, 옥스퍼드 대학교 인류학과 연구원), 데니스 래머로(앨버타 대학교 과학과 종교 부교수, 치의학 박사, 복음주의 신학 박사, 진화생물학박사), 로드니 스콧(휘튼 대학 생물학 교수), 캐서린 애플게이트(바이로로고스 프로그램 디렉터, 스크립스 연구소 컴퓨테이셔널 셀 생물학 박사), 리처드 마우(풀러 신학교 교수, 전 총장) 등 바이오로고스와 관련된 학자와 연구자들의 전환 과정을 분석했다.
그는 분석 결과 반복적으로 나타난 공통 패턴도 소개했다. 이 박사는 "우선 상당수의 인물이 젊은 지구 창조론이나 반진화 복음주의 문화에 대한 피로감을 공유하고 있었으며, 특히 제임스 스미스와 켄 풍, 저스틴 배럿, 캐서린 애플게이트, 리처드 마우 등에게서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전체학과 생물학, 지질학, 우주론, 발생학 등 현대 과학이 제시하는 증거를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성경 해석의 변화 역시 중요한 공통점으로 제시됐다. 그는 "이들은 성경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창세기를 잘못된 질문으로 읽어왔다는 입장에서 고대 근동의 문화적 배경과 문학 장르, 기능적 창조 개념, '두 권의 책' 모델 등을 활용해 창세기를 새롭게 이해하려 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와 함께 과학을 무신론의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재정의하는 경향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며 "바이오로고스가 제시하는 '모든 진리는 하나님의 진리'라는 명제 역시 이러한 관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 박사는 청년들이 신앙과 과학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으며 교회를 떠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회적 동기도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했다. 또한 아담과 하와, 타락, 죽음의 기원, 인간의 하나님의 형상 등에 대해서는 하나의 완결된 교리 체계보다 열린 질문으로 남겨두려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개혁주의 관점에서 유신진화론의 신학적 쟁점 제시
이 박사는 발표 후반부에서 개혁주의 관점에서 검토해야 할 핵심 평가 지점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유신진화론자들이 이해하는 성경의 권위가 전통적인 성경 무오론과 동일한지, 아니면 성경의 권위를 구원과 신앙의 메시지 중심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창세기 1~3장의 역사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지 역시 중요한 검토 대상"이라며 "일부는 아담과 하와를 역사적 인물로 이해하지만, 상당수는 이를 상징적이거나 대표적인 존재로 이해하거나 판단을 유보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죄와 죽음의 관계도 주요 쟁점으로 제시됐다. 이 박사는 "진화를 수용할 경우 생물학적 죽음과 자연선택, 포식, 고통 등이 인간의 타락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설명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는 로마서 5장과 고린도전서 15장, 창세기 3장에 대한 해석과 직결된다"고 했다.
이어 "이와 함께 하나님의 창조 행위를 자연 과정 속에서 이해하는 방식이 창조의 직접성과 인간 창조의 독특성, 특별계시의 우위성을 약화시키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모든 진리는 하나님의 진리'라는 명제가 실제 논의 과정에서는 현대 과학의 합의가 성경 해석을 조정하는 상위 기준으로 기능하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이번 연구를 종합하며 25명의 전환 서사는 하나의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은 과학이 제시하는 강력한 증거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 성경 해석과 창조 교리를 새롭게 구성하려 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바이오로고스 역시 극단적인 무신론과 젊은 지구 창조론 사이에서 제3의 선택지를 제시하려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끝으로 그는 "유신진화론자들의 전환은 과학을 받아들이는 문제를 넘어 성경 해석과 인간론, 죄론, 창조론, 섭리론 전반을 다시 배열하는 신학적 사건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유신진화론은 신앙을 포기하기 위한 시도라기보다 신앙을 보존하려는 시도로 제시되지만, 그 과정에서 창세기 1~3장의 역사성과 아담과 하와, 타락, 죄와 죽음의 관계, 성경 무오와 권위에 대한 이해가 상당 부분 재해석된다고 설명하며 이러한 부분이 개혁주의 신학에서 핵심적인 평가 대상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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