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시민연합 창립 30주년 세미나
북한인권시민연합 창립 30주년 세미나에서 단체사진 촬영이 이뤄지고 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북한인권시민연합(이사장 김석우)은 창립 30주년을 맞아 9일 프레스센터에서 ‘북한의 인권과 자유를 위한 30년: 다음 세대를 향하여’ 세미나를 개최하고 지난 세월의 성과와 미래 비전을 공유했다.

30년 전 고(故) 윤현 초대 이사장과 김상헌 선생, 윤우 고문, 김영자 이사 등은 “체제가 아닌 사람을 보아야 한다”며 북한인권시민연합을 창립했다. 1996년 창립 직후 국·영·일문 소식지 『생명과 인권(Life & Human Rights)』을 창간해 북한의 실상을 전 세계에 타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9년 서울에서 개최한 ‘제1회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이 회의에서 채택된 ‘서울선언’은 북한인권을 인류 보편의 과제로 선언하며 전 세계 양심의 연대를 촉구했다. 이들의 끈질긴 브리핑과 캠페인은 2003년 유엔 인권위원회의 첫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 2004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신설로 결실을 맺었으며, 나아가 2014년 발간된 역사적인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의 핵심 촉매 역할을 했다. COI 보고서는 북한 내 인권 침해를 ‘인도에 반하는 범죄(반인도범죄)’로 공식 규정하고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도록 권고하는 기념비적 성과를 남겼다.

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양희 교수는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 정권이 보여주는 ‘계산된 위선’과 ‘법적·물리적 장벽’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양희 교수는 북한 정권이 대외적으로 ‘정상 국가’의 면모를 연출하기 위해 아동권리협약(CRC)이나 장애인권리협약(CRPD) 등 일부 국제 조약 심의 현장에 고도로 훈련된 대표단을 파견해 왔음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과거 심의 과정에서 국가가 주도하는 학생 노동 착취 증거를 제시하자 북한 측은 ‘전인적 교육 접근법’이라 강변했고, 대규모 아리랑 매스게임에 아동을 동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이들의 자발적 참여’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라며 “북한 정권에 있어 유엔 심의 현장은 소통의 장이 아닌 오직 체제 선전을 위한 ‘연기(공연)의 무대’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실제 북한 내부 통제는 공포정치의 극단을 달리고 있다. 최대 12만 명을 수용 중인 정치범수용소(관리소)와 연좌제는 여전히 강력한 심리적 장벽으로 작동한다. 여기에 북부 국경 지역에 휴대전화 자동 차단기를 설치하고 감시망을 확대했으며, 무단 월경자에 대한 ‘조건 없는 사살 명령(shoot-to-kill)’을 내리는 등 물리적 장벽을 요새화했다. 이로 인해 한때 연간 수천 명에 달했던 탈북민 수는 최근 극소수로 급감했다.

또한 사상 통제 역시 극에 달해, 외부 정보와 문화를 접하거나 남한 말투를 사용하는 행위를 최고 사형에 처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 이른바 3대 악법을 제정했다. 이 교수는 “2024년 11월에 열린 제4주기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에서 제안된 294개의 권고안 중, 북한 정권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폐지 등 핵심 권고를 포함한 144개(전체의 49%)를 단칼에 거부한 사실은 이들이 외부 정보 유입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잘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철저히 고립된 북한 체제이지만 외부의 감시와 목소리는 현장에서 실질적인 방패가 된다는 구체적인 증언도 제시됐다. 2017년 중국 휴대전화로 한국에 있는 가족과 통화하려다 국가보위부에 체포되었던 탈북민 강영빈(가명, 2020년 입국) 씨는 세미나에서 수감 당시 목격한 진실을 생생하게 고발했다.

강영빈 씨는 자신이 수감됐던 2017년 5월 국가보위부 구류장의 참혹한 환경을 회고했다. 강 씨는 “푹 퍼진 강냉이죽 반 그릇과 소금물 같은 시래깃국으로 연명해야 했고, 자궁근종으로 심한 출혈을 겪는 상황에서도 위생대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해 씻어 말려 써야 했다”라며 “법과 원칙 대신 돈과 뇌물이 판치는 무법천지 속에서 ‘감옥이 아니면 죽음뿐’이라는 절망을 맛보았다”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강 씨는 구금 3일째 되던 날 일어난 반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강 씨는 “늘 고개를 직각으로 꺾고 죄인처럼 서 있어야 했던 예심 실내 분위기가 급변하더니 예심원이 ‘고개를 똑바로 들고 있으라’고 지시했고, 8일째 되는 날에는 과자를 건네며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라며 “평소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시적 가혹행위 중단의 이유는 당시 유엔 장애인권리 특별보고관 일행이 북한을 공식 방문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라고 밝혔다.

강 씨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 정권이 아무리 독재 폐쇄 체제라 할지라도 국제사회의 시선과 외부의 모니터링을 극도로 의식하고 두려워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라며 “비록 장애인 분야에 한정된 임시 방문이었을지라도 유엔의 이름이 움직이는 것만으로 무명(無名) 수감자에 대한 대우가 달라졌듯, 외부 세계의 지속적인 개입과 외침은 결코 헛되지 않으며 수감된 무고한 주민의 생명을 살리는 방패가 된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인권 운동이 빛나는 이유는 단순히 폭로와 규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품고 키워내는 공동체 중심의 사역을 전개해 왔기 때문이다. 단체는 지난 30년간 사선을 넘나들며 중국 등 제3국에 숨어 지내던 탈북민 1,198명을 직접 구출해 안전하게 대한민국 품으로 인도했다.

11살의 나이에 굶주림을 피해 탈북한 뒤, 자신의 고통을 기록한 회고록 『11살의 유서』를 출간해 세계 각국에 북한 아동의 현실을 고발했던 김은주 연구원은 세미나 발표자로 나서 감회를 밝혔다. 김은주 연구원은 “단체의 아낌없는 지원 덕분에 학업을 마치고 당당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었다”라며 “이제는 단순한 피해자나 증언자를 넘어, 전문 연구자이자 인권 활동가로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해결하는 변화의 주체로 앞장서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대중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출연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탈북 예술가이자 북한인권 문화예술단체 ‘Draw of Dream(DOD)’의 강춘혁 대표 역시 새로운 운동 방식을 제안했다. 강춘혁 대표는 “딱딱한 보고서와 세미나 형태의 인권 운동만으로는 대중적 공감을 얻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웹툰, 애니메이션, 영화, 음악 등 젊은 세대와 세계인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 언어로 북한인권 문제를 확산시키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겠다”라고 설명했다.

창립 30주년을 기점으로 북한인권 운동은 새로운 진화를 요구받고 있다. 오늘날의 북한인권은 단순히 한반도 내부의 인도주의적 이슈를 넘어 국제 안보, 글로벌 공급망, 경제 안보가 교차하는 글로벌 핵심 현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세미나의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조안나 호사냑 북한인권시민연합 조사부장은 과학적이고 정교해진 최신 조사 기법과 성과를 공개했다. 조안나 부장은 “조사국은 위성사진 분석, 탈북민 심층 면담, 오픈소스 인텔리전스(OSINT)를 활용해 북한 정권의 해외 강제노동 실태와 국제 제재 회피 구조를 추적하고 있다”라며 “단순한 실상 고발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s) 내에서 벌어지는 북한의 인권 침해 연결고리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내는 것이 핵심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북한인권시민연합 조사국의 전문성은 2025년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 연례보고서에서도 “권위주의 국가들 간의 연계를 밝혀내 인도·태평양 및 유럽 안보 지형을 이해하는 데 지대한 기여를 했다”며 국제적 수준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받은 바 있다.

조 부장과 활동가들은 “다가올 미래의 30년은 디지털 원주민인 ‘다음 세대’가 주역이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기술과 디지털 플랫폼, 국경을 넘는 다채로운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는 진실과 희망의 메시지를 유입시키고, 세계 시민사회에는 연대의 필요성을 전파하는 양방향 소통을 가속화하겠다”라고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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