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석탄과 광물의 불법 해상무역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이 북한 내 강제노동 구조를 심화시키고 군비 확장의 자금줄로 활용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권조사기록단체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최근 선박 추적 및 위성사진 분석 전문기관인 영국 Data Desk와 공동으로 작성한 「‘제재를 순항하는 북한 광물’ 중국과 러시아를 통한 북한산 강제노동 광물의 해상무역 확대」 보고서를 발간하고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북한산 광물의 생산과 수출 과정에 강제노동이 동원되고 있으며, 국제 제재를 우회한 해상무역이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국제 제재 대상 선박들의 활동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북한인권시민연합과 Data Desk는 남포, 청진, 원산, 라선, 김책 등 북한의 5개 주요 항구를 대상으로 위성사진과 AIS(선박자동식별장치) 정보를 분석했다. 그 결과 북한 해역의 선박 활동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남포항 선박 활동 3천 건 이상으로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5개 주요 항구에서 탐지된 80m 이상 상업용 선박의 활동 건수는 2019년 783건에서 2025년 3,756건으로 증가했다. 약 5배 늘어난 수치다.
선박 활동은 북한 서해안의 주요 물류 거점인 남포항에서 가장 많이 포착됐다. 남포항의 선박 활동은 같은 기간 554건에서 3,000건 이상으로 증가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증가세가 북한의 대외 무역 활동이 빠르게 재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특히 석탄과 광물 등 제재 대상 품목의 해상 이동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감시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활동이 종료된 2024년 4월 이후에는 국제 제재 대상 선박들의 해외 항구 기항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공해상 화물 관련 활동도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최근 11년간 가장 높은 수치인 91건을 기록했다.
국방성 산하 기업이 수출 구조 장악
보고서는 북한산 광물의 생산과 수출 구조에 국가기관과 군 관련 조직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에 참여한 북한이탈주민 22명의 증언에 따르면, 국가정보국과 사회안전성이 강제노동을 통해 수출용 석탄을 생산하고, 국경과 해안 지역의 운송 인프라를 장악한 국방성 산하 기업들이 이를 독점적으로 수출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출 수익은 국제 금융망을 거치지 않고 중국 현지의 북한 재정대표가 관리하는 군수 부문 비밀 계좌를 통해 운용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2017년 북한 은행과 기관에 적용된 스위프트(SWIFT) 배제 조치의 실효성이 크게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불법 수출 대금과 해외 파견 노동자의 임금 역시 북한으로 직접 송금되지 않고 중국 내에서 정산돼 군수품과 물자 구매 자금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가 관리하는 라선항 제3부두 인근에서는 AIS 식별장치를 끈 선박이 석탄을 적재한 뒤 반복적으로 출항한 사례도 확인됐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한국에서 러시아산 석탄 수입 전면 금지 조치가 시행되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북한산 광물이 러시아산으로 위장돼 국내 공급망에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강제노동과 북·중·러 협력 확대 우려
보고서는 북한산 광물 생산 과정에 다양한 피해자 집단이 동원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가 지목한 피해 집단은 외화벌이 수요 증가에 따라 군 관리 광산에 배치돼 무급 노동을 하는 군인들, 정치범수용소 수감자들, 그리고 광산 지역에 강제 배치돼 세대를 이어 강제노동에 동원되는 국군포로와 그 후손들이다.
특히 국군포로와 그 후손은 최소 5만 명 규모로 추산되며, 이들이 광산 지역에서 강제노동에 동원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들의 노동으로 발생한 수익은 무기 조달뿐 아니라 주민 박해를 담당하는 권력기관의 자금으로도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수출과 연결된 철광석과 티타늄 등의 채굴 및 운송 과정에서도 청진항을 중심으로 교역 증가가 관찰됐다. 보고서는 최근 중·러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물류, 에너지, 광물 개발, 두만강 출해 문제 등이 포함된 점을 들어 북·중·러 협력 구조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요안나 호사냑 북한인권시민연합 부국장은 “모든 선박의 이면에는 광산이 있고, 모든 광산의 이면에는 어떠한 정의도 탈출구도 없는 노예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이 거둬들이는 수익은 가속화되는 군비 확장과 한반도 및 전 세계를 위협하는 무기 수출의 자금원이 된다”며 국제사회의 구체적인 차단 조치를 촉구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북한산 석탄과 광물의 불법 해상무역이 단순한 제재 위반을 넘어 강제노동, 군비 확장, 국제 안보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국제사회가 선박 추적과 금융 흐름 차단, 공급망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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