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관련 법률안의 쟁점을 살펴보고 생명 보호를 위한 입법 과제를 모색하는 학술세미나가 6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0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윤용근 의원(국민의힘)이 주최하고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이 주관한 이날 세미나는 박소영 대표(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의 사회로 개회식을 시작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주최자인 윤 의원을 비롯해 원내대표인 정점식 의원과 김기현 의원, 조배숙 의원, 이인선 의원, 김은혜 의원, 조정훈 의원, 박충권 의원 등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개회식 후에는 김서현 변호사(법무법인 비전), 엄주희 교수(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지영 교수(이화여대 서울병원), 홍순철 교수(고려대 의대), 신동천 교수(한동대국제법률대학원)가 발표했다.
◇ “생명 보호와 국가의 책임 함께 고민해야”
윤용근 의원은 환영사에서 이번 세미나가 특정 법안의 찬반을 넘어 대한민국이 생명을 어떻게 존중하고 보호할 것인지, 국가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함께 논의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태아는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가장 약한 존재”라며 국가의 생명 보호 책무를 강조했다. 또한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는 낙태 허용 확대와 건강보험 적용 관련 법안에 대해 생명 존중과 국가의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저출생과 지역소멸 위기를 언급하며 생명 보호와 함께 여성과 가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점식 의원은 축사를 통해 “2019년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불합치 결정이 난 후 7년이 지났지만 아직 국회에서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국회 구성원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런 입법공백은 불법시술과 약물 오남용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은 “이는 여성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을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조속히 해결해야 할 중대한 과제”라며 “이런 가운데 최근 안전성에 있어 논란이 많은 낙태 약물 도입이 논의되고 사실상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축사한 김운성 목사(영락교회 담임)는 “태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외로운 싸움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많은 국회의원님들이 와주셔서 큰 힘이 된다”며 “생명을 지키기 위해 기도하고, 때론 거리에 나가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엔 국회에서 법을 만들기에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크다. 오늘의 논의가 긍정적 열매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조배숙 의원은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 공백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 의원은 “헌법재판소 결정은 낙태를 전면 허용하라는 취지가 아니라 태아의 성장 단계에 맞는 합리적인 허용 기준을 마련하라는 것이었다”며 최근 발의된 일부 법안에 대해 생명 보호와 의료윤리 측면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아울러 위기임산부에 대한 국가의 실질적인 보호와 경제적·사회적 지원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생명권과 자기결정권, 대립 아닌 제도적 해법 모색을”
김서현 변호사는 ‘태아의 생명보호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자유와 자기결정권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임신·출산에 관한 자기결정권 역시 인격권에서 비롯된 만큼 그 이전 단계인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에 대한 책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태아 보호는 개인의 생명권 보호를 넘어 헌법이 지향하는 미래세대 보호와도 연결되는 가치라고 말했다.
엄주희 교수는 22대 국회에 계류 중인 낙태 관련 법안을 비교하며 입법 방향을 제시했다.
엄 교수는 낙태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과 태아 보호 및 상담체계 구축을 중심으로 한 법안을 소개한 뒤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단순히 서열화하기보다 제3의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태아 생명 침해에 대한 처벌은 원칙적으로 형법에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친부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위기임산부 지원 확대와 의료윤리 확립 필요”
장지영 교수는 위기임산부에 대한 사회적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임신·출산·양육의 부담이 여성 개인에게 집중될 경우 낙태가 '유일한 탈출구'로 인식될 수 있다며, 경제적·심리적·의료적 지원체계가 충분히 마련될 때 여성들이 생명을 선택할 현실적 여건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확한 정보 제공과 숙려기간, 상담제도, 입양 안내, 위기임산부 통합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약물낙태의 안전성은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순철 교수는 의사의 양심적 낙태 거부권과 건강보험 적용 문제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홍 교수는 의사의 양심적 낙태 거부권을 인정해야 하며, 향후에는 지역별 낙태 시술 의료기관 지정 등 제도적 논의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낙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국가가 이를 지원하는 정책적 의미를 갖게 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의료인이 양심이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의료행위를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美 Dobbs 판결 소개… “헌법엔 낙태권 없어”
신동천 교수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Dobbs 판결’을 소개하며 미국의 낙태 관련 법제 변화를 설명했다.
신 교수는 연방대법원이 2022년 Dobbs 판결을 통해 ‘Roe v. Wade’ 판결을 뒤집고 미국 헌법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권리가 명시적·묵시적으로 포함돼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판결에 따라 낙태 규제 여부는 각 주가 결정할 사안이 됐으며, 연방대법원은 낙태가 생명의 가능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피임이나 결혼 등 다른 사생활 보호권과는 구별된다고 판단했다고 소개했다.
발표 후에는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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