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제3부: 복음적 논증 - 성도는 과연 이 '불가능한 사랑'을 본받아야 하는가?

김정부 목사
김정부 목사(찬송하는교회 담임, 한국교회법학회 이사)

앞서 살펴본 24가지의 신구약 성구는 인간의 이성적 상식과 도덕률을 완전히 깨부수는 신적 사랑(Agape)의 실체들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핵심적인 신학적·실천적 질문이 제기된다. "과연 우리도 이 배신자를 향한 하나님의 애끓는 심정을 본받아야 하는가?" 이에 대해 성경은 한 치의 타협도 없이 "그렇다"고 선언한다. 이것이 성도의 존재론적 사명이자 천국 시민의 복음적 논리인 이유를 세 가지 논지로 입증하고자 한다.

첫째, 성도의 '존재론적 기원'의 논리: "네가 바로 그 배신자였기 때문이다"

성도가 타인의 배신 앞에서 분노하며 영구적인 단절과 복수를 다짐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치는, 우리 자신의 영적 신분과 과거에 있다. 기독교 복음의 출발점은 우리가 본질상 하나님을 배신하고 거역했던 '원수'였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데서 시작된다.
• 로마서 5장 10절: 곧 우리가 원수 되었을 때에 그의 아들의 죽으심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었은즉 화목하게 된 자로서는 더욱 그의 살아나심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을 것이니라
• 골로새서 1장 21절: 전에 악한 행실로 멀리 떠나 마음으로 원수가 되었던 너희를

성도는 하나님 앞에 1만 달란트(인간이 평생의 노동으로도 절대 갚을 수 없는 무한한 죄의 빚)를 지고 배신했다가, 그리스도의 보혈로 말미암아 아무런 조건 없이 단번에 탕감받은 자들이다(마 18:23-35). 그러한 성도가 인간 사회에서 내게 고작 100데나리온(상처와 배신)의 빚을 진 동료의 덜미를 잡고 감옥에 가두며 저주하는 것은, 자신이 하나님께 받았던 무조건적인 대속의 은혜와 용서의 성격을 전면으로 부인하는 무서운 영적 모순을 낳는다. 따라서 배신자를 향해 애끓는 마음을 품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내가 먼저 입은 무한한 대속의 은혜에 대한 당연한 영적 귀결이자 정당한 이치다.

둘째, 하나님의 양자(養子) 됨의 가문적 의무: "아버지를 닮으라"

세상의 혈통을 따르는 자들은 자기에게 유익을 주는 자만 사랑하고, 자기를 배신하는 자는 원수로 대한다. 그러나 창세 전에 택함을 입어 하나님의 자녀, 즉 영적인 왕가(Royal Family)의 일원이 된 성도들은 하나님의 거룩한 DNA(신성한 성품)를 이어받은 자들이다. 자식은 아버지를 닮아야 한다. 예수님은 산상수훈을 통해 천국 시민의 가장 고차원적인 표지가 바로 '원수와 배신자를 품는 것'임을 명시하셨다.
• 마태복음 5장 44~45절: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심이라
• 마태복음 5장 48절: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

하나님의 온전하심은 자기를 거역하는 악인에게도 햇빛과 비를 끊임없이 공급하시는 '배신자조차 품으시는 온전함'이다. 성도가 나를 배신한 자를 향해 눈물을 흘리며 중보할 때, 비로소 세상은 우리가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자녀"임을 가시적으로 목도하게 된다.

셋째, 그리스도의 대위임령: "내가 너희를 용서한 것 같이"

신약의 사도들은 교회가 세상과 구별되는 유일한 초자연적 표지로 '그리스도적 용서와 사랑'을 제시한다. 이는 교회 공동체가 유지되고 세상을 치유하기 위한 핵심적인 삶의 대원칙이다.
• 에베소서 4장 32절: 서로 친절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라
• 골로새서 3장 13절: 누가 누구에게 불만이 있거든 서로 용납하여 피차 용서하되 주께서 너희를 용서하신 것 같이 너희도 그리하고
• 빌립보서 2장 5절: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사도 바울이 제시하는 성도의 용서와 사랑의 분량은 상대방의 태도의 변화나, 배신의 경중에 따라 가변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오직 단 하나의 절대적 기준, 즉 "주께서 너희를 용서하신 것 같이"라는 기준에 고정되어 있다. 주님이 나를 배신의 자리에서 용서하셨기에, 그 공로를 입은 성도 역시 타인의 배신을 용서하고 품는 것이 마땅한 이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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